열한번째 이야기
10월 말의 아침 공기는 제법 쌀쌀하다. 오늘은 10킬로미터를 뛰고 싶었던 날이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성공했던 10킬로미터를 다시 한번 뛰어 보는 것의 의미는 나에게는 특별했다. 천천히 그리고 느린 속도의 나의 달리기 연습을 통해서 내가 뛸 수 있는 거리가 많이 늘었을까? 라는 실험은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뛰는 동안 살짝 느껴지는 왼쪽 무릎의 불편함은 다소 있지만, 그럼에도 뛸만 하였다. 전반 5킬로미터를 뛰는 동안은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가지도 않고 워밍업의 구간이라서 듣고 있는 영상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뛰는 편이다.
후반 5킬로미터에서는 어느 정도 몸이 예열이 되었는지 다리도 오히려 가벼워지고 생각도 맑아져서 뛸만하였다. 무엇보다도 적은 거리가 아니다보니 이제 반을 지났다는 안도감이 오히려 더 힘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김연수 작가가 그의 글에서 썼다. 매일 10킬로미터를 뛰면, 평생 맥주를 원없이 마실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그 말의 의미는, 매일 10킬로미터를 뛸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신진대사라면 맥주의 칼로리를 소모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기초대사량과 신진대사가 있다는 뜻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나는 사실 그 정도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뛰고 있는 순간의 내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좋아한다. 뛰는 동안의 나는 건강하고, 건전하다. 그 모습을 통해 나는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을 아침에 가지고 갈 수 있다.
그래, 나는 오늘도 뛰었고 그 뜀박질 속에서 오늘 하루 행복해질 결심을 해 보았다. 그대들도 행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