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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이 크면 더 좋은 결과가 온다

by 표나는 독서가

여전히 나의 계단 오르기는 현재 진행형이에요. 그러나 36일이 지난 지금도 오르는 게 힘이 들어요. 계단 오르기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왜 계속 꾸준히 하지 못하고 중간중간 멈추어야만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동료를 따라 일하는 중간 짬을 내어 지하 3층부터 19층까지 올랐는데, 할만했어요. 그래서 내친김에 두 번 연속으로 올랐어요. 두 번째는 다리가 무거워졌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어요. 어라, 이거 힘드네. 그렇게 힘들었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박힌 걸까요? 동료가 불러내지 않는 이상 내 의지로 내가 스스로 계단을 찾은 적이 없었어요. 나의 필패 원인이 이것이었군요. 그럼 이번부터는 무조건 힘이 남아돌아도 한 번만 오르기로 해요.


이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수려한 문장을 발견했거나 마음에 드는 책을 읽었거나 누군가의 글에 감동을 받아서일 거예요. 저 사람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싹트게 되죠. 그러나 현실은 한 글자 쓰기도 벅차요. 그럴 때 저 사람처럼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다면, 나의 글은 이 세상에 절대 나올 수 없을 거예요. 내 수준에 맞는 목표 설정이 필요한 이유죠. 블로그 글이 1,000자이면 좋겠다고 하는 것은 그저 통계일 뿐이에요. 나의 글이 아직 1,000자를 쓸 능력이 되지 않으면 과감히 500자, 300자로 낮춰야만 해요. 그렇게 자꾸자꾸 쓰다 보면 언젠가는 1,000자를 넘어 5,000자, 10,000자도 술술 써질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한 번만 오르자는 나의 계단 오르기는 수월하게 진행되는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매번 시작할 때마다 거센 저항이 내 몸을 감싸요. 호기롭게 시작을 했어도 자꾸만 8층이 보이는 순간부터 갈등이 시작돼요. 그저 여기까지 해도 돼, 10층까지 오르는데도 땀이 나는데 이렇게 사무실에 들어가서 쉬는 게 낫지 않아,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에 울려 퍼져요. 19층이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해, 말어'를 사이에 두고 천사와 악마의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죠.



10이라는 문고리를 잡지 않고 홱 지나쳐 계단을 하나 오르니 말할 수 없는 성취감에 온몸이 저릿해져요. 악마의 속삭임을 물리친 거예요. 그 성취감에 엔도르핀이 솟아나는지 갑자기 없었던 힘도 마구마구 생겨나요. 10층까지 끌고 온 육중한 몸이 탄력을 받았는지 속력이 조금씩 빨라짐을 느껴요. 긍정의 마인드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돼요.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성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요. 탄력을 받은 속력을 줄이는 건 더 힘들어요. 마침내 꿈의 숫자 19에 도달해요. 10층까지 올랐을 때는 5분이 걸렸는데, 19층까지는 3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저항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일사천리가 되죠.

글쓰기는 어떨까요? 하루에 하나의 글을 발행하고자 목표를 세우고 노트북을 켜요. 그렇지만 매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을 받아요. 뭐 하러 사서 고생이냐며 강한 저항이 나를 다시 휩쓸고 놔주지 않아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첫 단어를 그냥 써요. 그냥. 그러면 신기하게 다음 일은 알아서 진행돼요. 어떤 날은 그저 한 줄만 써질 때도 있지만, 또 어떤 날은 신들린 것처럼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며 미친 듯이 글자가 화면에 나타나는 날도 있어요.



지하 2층부터 19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결과는 늘 같아요. 그러나 그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은 매일매일 달라요. 늘 새로운 변수가 도사리고 더 큰 저항이 날 가로막죠. 그러나 그걸 뚫고 목표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기쁨과 자부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그리고 10층에 머물렀다고 해도 잘못한 게 아니에요. 10층까지 올라온 나를 칭찬하며 내일을 도모하면 그뿐이에요. 늘 고되지만 계단을 오르는 이유이자, 내가 매일 글을 쓰는 이유예요.



성공은 끈질긴 노력을 통해 오는 것이다.
저항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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