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회성 수업을 하나 열었다.
버킷리스트 & 습관 만들기.
연말이니,
그래도 한두 명은 오겠지 싶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가능성도 떠올라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었다.
강의실 문을 열었을 때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지난번 수업에서 본 얼굴.
그걸 보는 순간
괜히 마음이 놓였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인사가 커졌다.
둘뿐인 수업이 시작됐다.
버킷리스트를 쓰는 방법을 잠깐 이야기하고
각자 종이를 앞에 두었다.
20분.
연필 소리만 났다.
버킷리스트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
막막하다고 했던 그분은
종이를 몇 번이나 넘겼다.
35개.
적지 않은 숫자였다.
수업에 오기 전
피아노 학원 두 군데를 다녀오셨다고 했다.
치매 예방이 목적이라 했지만
말끝에는 늘 웃음이 묻어 있었다.
곡 하나라도 제대로 쳐보고 싶다고.
그리고 오래전,
그랜드캐니언에 가고 싶었다는 이야기.
“아직도 가능할까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기획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2022년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자기계발에 꽤 진심이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앞으로만 가고 싶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열심히 헤맨 시간이었죠.”
그 말을 듣고
그분이 말했다.
“그 시간이 있었으니까
지금의 선생님이 계신 거죠.”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들.
이미 지나가버렸다고 치부했던 순간들.
그것들 역시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시간이었다는 걸
그날에서야 인정하게 됐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적어둔 소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다만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
우리는 가끔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를 산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조용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