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르잖아
미안, 나중에 보자.
우연히 내 지인을 만났다며 아주 오랜만에 연락해 준 어릴 적 내 친구. 무려 15년 만이다.
“잘 지내고 있었어?”
참 오랜만이라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다지 달갑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연락을 안 했던 시간 동안 나에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 지금까지도.
네가 어떻게 사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 겨우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 너를 반갑게 맞이해 줄 여유조차 없거든. 잘 지내고 있었냐는 말에 잘 지낸다 말하기도 지쳤고 그렇다고 잘 못 지내고 있었다 말하면 무슨 일 있었냐고 말할 게 뻔한데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이야기하지.
너는 오랜만에 반가워서 나한테 연락했을 텐데 나는 그 반가움 하나로 너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고 싶지가 않아 아쉬워. 우리가 안 좋게 끝난 것도 아닌데 난 지금 옛날 어릴 때를 추억할 여유가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형식적인 말로 마무리를 짓었는데 너의 한 마디가 나를 과거로 던져놓았어.
“너는 여전히 착해”
너는 칭찬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너는 모를 거야.
내가 이 한마디에 얼마나 허우적댔는지.
어릴 때 다들 잘하는 게 하나씩은 있었는데 그에 비해 나는 늘 ‘착하다’였다? 왜냐하면 모든 게 다 못하지도, 잘하지도 않아서 애매했거든. 그리고 그 애매한 것들 중에 그나마 나은 게 ‘착하다’였거든.
착하다. 나도 처음에는 듣기 좋았어.
근데 그 말이 내가 나를 가두더라고. 사실 안 괜찮고 짜증 났고 화났는데, 다 괜찮다 했어. 그래야 착한 사람이 되는 거잖아. 나한테는 ‘착하다’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이게 없어지면 내가 잘하는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게 참 나를 오랫동안 괴롭혔어.
그래서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너에게 과거는 추억일지 몰라도 나에게 과거는 방황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