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운 바람과 맞닿뜨리면 우동 한 그릇이란 소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일하며 빚을 갚아나가던 도로시와 쥰은 연말 거리를 걷던 중 한 우동가게 앞을 지나가게 된다.
우동가게 앞에 멈춰 선 쥰은 침을 꼴깍 삼키며 가게 앞을 떠나지 못했고 이를 본 어머니는 "쥰이 먹고싶나 보다. 들어가서 먹자"며 우동을 사먹자 말한다.
집안 사정을 걱정한 맏아들 도로시는 어머니에게 "우린 괜찮아요. 쥰 그렇지"라고 말하고 쥰도 "으 응"이라고 답한다.
어머니는 "우리 쥰이 표정이 그게 아닌데"라고 말했고 도로시는 "엄마 그럼 들어가서 딱 한 그릇만 먹어요"라고 말한다.
이때 경험을 잊지 못한 쥰은 교내 감상문 대회에 연말 우동가게서 가족과 먹은 우동 한 그릇 스토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연말 마감시간에 겨우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 저희가 귀찮을수 있었음에도 사장님과 아주머니께선 친절한 말투와 따뜻한 눈빛으로 우리를 대해주셨고 양도 넉넉하면서 따뜻한 우동을 선뜻 내어주셨다'
사실 이 스토리엔 비화가 있는데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따뜻하면서 서로를 북돋아주는 가족을 본 사장님이 우동 1인분에 반 인분을 더 넣어 준 것이다. 일종의 곱배기 서비스인 것이다.
이후에도 연말 찾아온 이 가족에게 사장님은 1.5인분의 우동을 대접했고 웃으면서 따뜻한 말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한다.
세월이 흘러 연말 다시 손님을 맞은 사장님은 북적한 가게에 남자 아들 둘과 가게를 방문한 어머니를 맞이한다.
아주머니가 '자리가 없는데 어쩌죠'라고 하자 맏아들이 어머니 대신 답한다.
'저희는 14년전 가난한 시절 방문했던 손님들입니다. 여러모로 힘든 시절 따뜻한 위로를 전해 준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열심히 살아 다시 여기에 오게 됐습니다.
저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가 됐고 동생은 은행원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시 모였는데 저희가 하고 싶은 건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14년전 그곳에서 다시 우동 한 그릇을 시키는 것입니다'
올 한 해 자영업자 분들은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 자영업 폐업자 수가 지난해 수치(100만명)를 뛰어넘는단 예상치도 나오는 '역대급 불황기'를 보내셨다.
시청역 부근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며 방학 때마다 찾아온 내게 따뜻한 우동을 대접하시고 서비스로 김밥을 내주시던 그 아주머니는 지금 그 자리에 계시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 속 따뜻함과 위로, 격려를 받는
한 곳의 쉼터이자 보금자리가 되 준 그분들이 더는 힘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