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의 영광
씨앗연필 두 자루를 얻게 되었다.
씨앗연필이라 함은 연필 윗부분에, 생분해성 캡슐 안에 씨앗 하나가 담겨있는 연필을 말한다.
작년 8월, 남편이 국악공연팀 인솔을 맡아 2박 3일간 중국에 가게 되어 전송하러 인천공항에 따라갔다. 일행이 입국장에 들어간 후, 인천공항을 바로 떠나기가 아쉬워 어슬렁어슬렁 배회하다가 마침 <탄소 C그널> 기획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보여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탄소 C그널> 기획전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국립과천과학관이 협업해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과학·예술 융합형 전시로서, 이번 기획전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탄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출처 : 미디어경인(http://www.mkinews.com)
5가지 구역의 전시 관람을 다 마치고 돌아가려는 데, 안내데스크에 계신 분이 전시관람에 대한 잠깐의 설문에 응답하고 씨앗연필을 받아가라고 하셨다. 기후위기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가 된 이 전시를 우연찮게 관람하게 된 것이 '뜻밖의 선물' 같았는데, 씨앗연필은 이에 더한 '이중선물'이었다.
1학기엔 텃밭상자에서 강낭콩,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키워 수확의 즐거움을 나눴는데, 2학기 시작을 앞두고 이 씨앗연필을 얻게 되어 무척 기뻤다. 지구를 생각하면서 생명의 자람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또 한 번 생겼기 때문이다.
8월 16일 개학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화분에 이 씨앗연필을 꽂았다. 식물 이름표도 화분에 붙였다. 방울토마토보다 나팔꽃이 먼저 싹을 틔웠다. 방울토마토의 자람은 더디었지만, 나팔꽃은 싹이 난 후로 거침없이 자랐다.
나팔꽃의 떡잎은 나비 두 마리가 붙어 있는 모양이다. 본잎이 나오기 시작해 자라면서 잎이 넓어져 갈 때 떡잎도 가장 아래쪽에서 꽤 넓게 자란다. 붙어 있던 나비가 이제 거리를 벌리며 난다.
나팔꽃이 줄기는 덩굴줄기이다.
옆에 있는 물체를 감으면서 잎과 함께 자란다.
처음엔 연필을, 다음엔 기다란 지지봉을 휘감으며 타고 올라간다.
지지봉도 너무 짧다. 지지봉에 낚싯줄을 묶어 천장 쪽 창틀 위 이미 오래전부터 박혀 있던 못에 걸었다. 이제 나팔꽃 줄기는 그 가는 줄을 휘감으며 올라간다.
어쩜 그렇게 제 몸을 기댈 곳을 잘 찾아내는지... 각 식물마다, 각각의 생명체마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알아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어느 날 아침,
정확히 말하면 10월 7일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나는 보았다.
아침의 영광을!!
드디어 개화. 내가 보지 못한 사이에 홀로 조용히 피었다가 오므리고 만 꽃들도 있었지만, 이 꽃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천장 가까이 높은 줄기에서 만개한 쪽빛 나팔꽃!
"보세요! 이것이 제가 가지고 있었던 아름다움이에요.
나는 아주 아주 작은 까만 알갱이에 불과했지만, 제 안에는 이런 '아름다움'이 숨겨 있었어요.
이제 제 자신을 당신에게 '활짝' 열어 보여 드려요.
이것이 저의 '영광'이에요!"
이렇게 나팔 불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말로 이 꽃의 이름은 나팔모양이라서 나팔꽃이지만, 영어로는 아침에 개화한다 하여 모닝글로리(Morning Glory). 이 나팔꽃의 외침은 우리말 이름으로나 영어이름으로나 너무나 잘 어울린다.
또한 이 두 구절의 말씀을 그림자로서 분명하게 보여주고 확증해 준다.
[골 1:27 하] "... 이 비밀은 여러분 안에 계신 그리스도인데, 곧 영광의 소망입니다.
this mystery... which is Christ in you, the hope of glory" (RV, KGBR)
[골 3:4] "그리스도는 우리의 생명이십니다. 그분께서 나타나실 그때에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 가운데 나타날 것입니다.
When Christ our life is manifested, then you also will be manifested with Him in glory." (RV, KG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