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 아이와 교사 엄마의 일상
과도한 감정 읽기 때문에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심해진다는 글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앨리스의 경우, 또래와 비교했을 때 감정 조절이 매우 미숙하고 사소한 일로 분노 폭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앨리스에게 일반적인 훈육은 잘 먹히지 않는다. 오늘만 하더라도 남편이 앨리스에게 빨리 이를 헹구라고 몇 번 닦달했더니, 앨리스가 분노 폭발을 했다. 앨리스는 이를 닦은 후 이를 헹구기까지 행동 전환이 매우(!) 느려서 남편의 지적은 적절했지만, 남편의 목소리가 매우 컸고, 말투가 친절하지 않았으며, 여러 번 빠르게 이야기한 것이 앨리스를 자극한 것이었다. 앨리스는 잔뜩 열이 받아 소리를 지르고 아빠에게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아빠한테 소리 지르고 난리 치는 건 나쁜 행동이다.”라고 말하니, 앨리스는 더욱 분노하며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찮아 보이지만 맞으면 꽤 아픔) 그래서 내가 감정 읽기를 떠올린 후 “앨리스는 지금 아빠가 큰 목소리로 빨리 이를 헹구라고 여러 번 이야기해서 속이 상했지요?”라고 물어보니, 거짓말 같이 휘두르던 팔을 멈추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거 더 해주세요. 제 마음을 알려주세요.” 이때 완전 소름이 싹....
아이가 분노 폭발 중 막말을 하면 거기에 대꾸하다가 감정싸움이 되고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앨리스의 놀이 선생님은 이때 절대 아이의 막말에 대꾸하지 말고 (동문서답처럼 보일지라도)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라고 하셨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물론 감정 읽기가 만능은 아니다. 감정 읽기를 해준다고 해서 다음에 분노 폭발을 안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앨리스도 바로 10분 뒤에 또 분노 폭발....) 하지만 감정 읽기를 하면 확실히 분노가 빨리 가라앉고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가 확 줄어든다. 그래서 일반적인 훈육이 잘 먹히지 않는 아이일수록 꼭! 감정 읽기를 필수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감정 읽기를 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1. 일대일이 아닌 상황 (예를 들어 학교나 학원)
2. 시간이 촉박한 상황
3.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
따라서 교사들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학생에게 감정 읽기를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은 꼭 기억하고, 양육자가 가정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감정 읽기를 많이 해주길 바란다.
한 줄 요약: 감정 읽기를 통해 앨리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나는 앨리스의 분노를 빨리 가라앉힐 수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