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희진selfefficacy Nov 01. 2024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나는 퇴사를 했다.

X세대라면 당연히 10월 31일에는 의미를 부여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짐막 밤을 ~ 이라고 흥얼거림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10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고 다시 11월의 첫날 새벽을 맞이했다. 아. 그리고 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퇴사를 했다. 그 이후 어영부영 3주가 지나가면서 의욕만 앞섰던 독서삼매경은 미혹하기 그지없고,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책들은 절벽에 매달린 절박함이 묻어나 가까스로 책꽂이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을 뿐이다.

 

퇴사를 하고 새벽같이 출근을 재촉하던 버릇도 있으려니와, 이 3주간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초저녁에 취침하고 새벽 3시에 깨어 있는 더 부지런한 early bird로 변해버렸다.  만약 이 새벽에 깨어있다면 혹자는 지금까지 뭘 하긴 한 건가 싶겠지만,  나는 이 시간에 기상해서 깨어 있는 참이다. 새벽이 주는 묘한 에너지가 주위를 감돈다. 점점 더  가을이 깊어가고 기온 차가 크지만 새벽공기를 한껏 마중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놓고, 온기 가득한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음미해 본다.

 

서서히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의 퇴사 소식을 전달해주고, 또 우연인지 오랜만에 절로 연락을 해오는 지인들에게 같은 내용의 용건을 말한다. 모두들 다 잘 될거라는 긍정의 메시지로 나의 멈춤에 대해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을 그어준다. 그렇다. 이제 나는 다시 경주에 나선 선수처럼 심판이 On your marks, get set, go!를 외치기 전 바짝 긴장된 모습이다. 

 

별 다른 걱정과 준비도 없이 무작정 박차고 나온 직장. 100세시대를 떠올려 보면 아직도 해는 반나절이나 남았는데 하는 생각에 시름 한 사발 후딱 들이킨 기분인걸 인정한다.  앞으로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혼의 건강을 낙관할 수 없지만, 왜 대책도 없이 100세를 산다고 하는지. 도무지… 그 답답함에 막연함에 낙관적일 수 만 없다.

 

지금 혹여 나와 같은 전직 직장인들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새벽녁이다.



작가의 이전글 떡볶이로 푸는 스트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