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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진selfefficacy Oct 30. 2024

깜장커피가 주는 마음의 안식처

다른 직장인들은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주5일 근무 이후 이틀의 휴일을 나름 보람차게 보낼 것이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쇼핑을 즐길 수도 있고 집안을 청소하거나 맛집을 찾아 외식을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해당되는 사항이 없다.

지금 나는 집앞 스타벅스에서 메일들을 읽고, 지금의 글을 쓰고 있다. 때론 멍 때림으로 잠시 두뇌 활동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간혹 가족이 오는 경우도 있고, 커플끼리 나누는 대화가 사이사이 들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앞에 두고 혼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부류가 다수이다. 딱 한 번 찾아 간 스터디 카페의 고요함과 진지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경험이 있다. 초창기 스터디 카페가 막 유행하기 시작한 때라 대부분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두꺼운 책들을 쌓아 놓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자칫 볼펜이라도 바닥에 떨어뜨린다면 그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와 적막한 분위기였다. 의자에서 일어서 나가는 소리도 부주의하고 폐를 끼칠 거 같다는 염려가 들 정도니, 그 이후 나는 조금 더 자유로운 카페를 찾아 다녔다.


내가 스타벅스에서 주문하는 커피 메뉴는 유일하다. 따뜻하게 마시는 오늘의 커피면 족하다. “오늘의 커피, 톨 사이즈, 매장에서 마셔요.” 오늘의 커피는 아메리카노보다 더 진해서 흰색 머그잔에 담긴 커피의 색감도 깜장색에 가깝고 맛도 묵직하며 약간의 쓴맛이 곁들여져 새로운 일에 착수하기 전 정신을 일깨우기에 좋다. 또 커피 머신으로부터 추출된 뜨거운 에스프레소 커피에 물을 섞은 것이 아닌 천천히 드립 방식으로 추출되어−매장 직원에 의하면, 항상 유사한 멘트지만−서빙까지의 시간은 약 5분 정도 소요된다. 마지막 멘트 하나 더. “매장에서 드실 거예요?” 오늘의 커피가 서빙될 즘이면 마시기에 적절한 온도에 맞춰져 있다. 커피 머신에서 뽑은 에스프레소에 약 87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 주는 일반 커피는 간혹 뚜껑을 열어서 식혀야 한다.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어서 커피를 마셔야 하는 긴박감에 일시 정지로 기다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의 커피는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끔 매장별로 맛이 다르기도 하지만 대개 “음, 이 맛이야!”라고 할 만큼 오늘의 커피 맛은 균등하여 어느 매장을 가든 크게 커피 맛이 달라서 실망하진 않는다. 내가 오랜 기간 식품 회사에 몸담아 왔기에 ‘음, 이 맛이야’라는 다시다 광고의 카피는 식음료에서 더 이상 그 제품의 맛을 표현하는 적절한 대체 어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꼭 알맞은 멋진 카피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는 균등한 커피의 맛과 더불어 여기에 적당한 조명과 백색 소음으로 집중력을 쏟기에 안성맞춤이다. 나에게는 안식처로서 이만한 곳이 없다. 또 조금씩 바뀌는 새로 나온 굿즈를 잠시 잠깐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한잔의 커피가 주는 안정감


집에서도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고 해야 할 일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오늘의 커피를 즐기며 널찍한 공간에서 나처럼 공부 또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좋다.

늘 앉는 창가를 뒤로한 자리에 둥근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직원이 눈치 주지 않아 부담 없고, 꽤나 오랜 시간을 점유하면서 아까운 주말이 이렇게 흘러가는군 하며 내일 있을 먼데이 블루에 잠시나마 유감을 표해 본다. 그렇다. 이제는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한다는 월요일이 더 이상 경쾌하게 시작되는 하루가 아닌 것이다. I Hate Mondays. 단지 주말이 끝나 가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다가올 우울한 월요일을 맞이하기 전 살짜쿵 영혼을 달래어 보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교 수업이 없어 고스란히 이틀을 나만의 휴일로 보냈다는 것이다.

주말의 오후를 스타벅스에서 보내는 것이 마음의 안식을 얻는 일이니 나심비(나를 위한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비용)는 두말할 것도 없고 주말의 루틴으로서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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