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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Nov 09. 2024

'Our Souls At Night' 우리 같이 잘래요


영화 Our Souls At Night은 고요한 밤, 자신도 모르게 내 안에 숨겨진 외로움과 따스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켄트 하루프의 원작 소설이 바탕이 된 이 작품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라는 전설적인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로 더할 나위 없이 완성되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어둡고 쓸쓸한 이야기 같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속에 잔잔한 위로와 희망의 온기를 숨기고 있습니다. 

마치 오래된 앨범 속 잊고 있던 순간을 꺼내 보는 듯한 아련한 느낌을 줍니다.




콜로라도의 작은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오랜 시간 홀로 지낸 애디(제인 폰다)가 어느 날 문득 용기를 내어 이웃집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를 찾아갑니다. 

“저와 함께 밤을 보내주실래요?” 이 한마디는 그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밤의 깊고도 무거운 고독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지나온 시간 동안 홀로 잠을 청했던 밤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없이 조용하지만 마음속에는 여러 생각이 얽히고설킨 그런 밤 말입니다. 

루이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인생 역시 후회와 실수, 이루지 못한 꿈들로 얼룩져 있었지만 애디의 뜻밖의 제안은 그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놓습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 느린 속도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바로 관계의 소중함입니다. 

애디와 루이스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조용히 나누는 대화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의 상처와 아픔이 가만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은 그 순간들을 서정적이고도 섬세하게 담아내며 마치 낡은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조심스레 풀어냅니다.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인간의 상처는 결국 서로의 공감과 따뜻함으로 조금씩 치유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작은 행복과 관계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외로움 속에서 발견하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은 어떻게 두 사람의 삶을 따스하게 채워 주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만, 이 영화가 단순히 따뜻함만을 강조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행복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다가오고 오래 머물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진심이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영화의 끝을 향해 갈수록 그 메시지가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레드포드와 폰다의 연기는 그들의 나이만큼이나 무게 있고 진솔합니다. 

폰다는 애디의 담백하면서도 용기 있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레드포드는 말수는 적지만 마음 한구석 따뜻함을 품은 루이스를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이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관객들에게 마치 오래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비단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진짜 삶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덕분에 이 작품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마음속 깊은 곳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Our Souls At Night은 그저 거창한 서사를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잔잔한 순간들을 포착해냅니다. 

미국 서부의 소박한 마을이라는 배경은 켄트 하루프의 문학적 세계관을 충실히 담아내며 인생의 말미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소중한 순간들을 스크린에 펼쳐 보입니다.




이 영화는 삶이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순간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하루의 끝자락,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관객들은 영화가 선사하는 이 조용한 위로 속에서 자신만의 소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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