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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Nov 30. 2024

영화 <모아나 2> 리뷰

여전히 빛나는 파도 그러나 그 깊이는 잃어버렸다



극장이 어둠 속에 잠기고 스크린이 밝아지기 시작했을 때 잠시 설렘을 느꼈어요.
마치 오래전 모아나가 처음 우리 곁에 왔을 때처럼 또 한 번 그 바다의 매혹과 이야기에 빠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었죠.
모아나는 정말 특별했잖아요.
바다의 부름을 따르는 한 소녀의 용기, 그녀의 성장과 모험이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경험을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올 땐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더군요.
여전히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처음 느꼈던 감동과는 조금 달랐다고 해야 할까요?





우선 이번 영화도 시각적으로는 정말 멋졌어요.
물결이 일렁이고 빛이 반짝이는 장면들은 정말 환상적이었죠.
한밤중의 바다가 은은히 빛나는 장면에서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고요.
색감도 화려하고 섬이나 자연의 모습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였죠.
특히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런 비주얼이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매력이 조금 인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전작의 애니메이션은 정말 혁신적이었는대...
그런데 이번에는 그만큼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느낌이었어요.
마치 너무 빨리 만들어진 듯한 또는 무언가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순간들이 곳곳에서 보였달까요.





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모아나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그 노래들이었어요.
'How Far I’ll Go' 같은 곡은 단순한 노래를 넘어섰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가 있었고 그 노래들이 이야기의 심장을 뛰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죠.
그런데 이번 영화의 음악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어요.
모든 노래가 굉장히 잘 만들어졌고 분명 정성이 담겼다는 건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중 어떤 곡도 정말 마음속에 남는다고 느끼지지는 않더군요.
예를 들어 'Beyond'라는 곡은 정말 의욕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강했어요.
특히나 Frozen 2의 'Into the Unknown'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만큼의 강렬함은 없더군요.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흥얼거리던 전작의 노래들과는 확실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야기 흐름은 조금 복잡했어요.
아니, 복잡하다기보다는 산만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모아나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했죠.
모아나의 내적 갈등과 그녀가 나아가는 여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졌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되다 보니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순간들이 부족했어요.
등장인물도 많아졌는데 그 중 누구도 정말 깊게 다뤄지지 않더라고요.
모아나의 여동생이 등장했는데 그녀의 존재가 의미 있는지조차 헷갈렸고 새롭게 합류한 선원들 역시 각각의 역할보다는 단순히 이야기의 도구처럼 느껴졌어요.





모아나의 성장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이번엔 그런 개인적인 여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녀가 더 강해지고 성장하는 모습보다는 단순히 사건에 반응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거기다 가끔은 너무 빨리 장면이 바뀌어서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어요.
특히 주요 적대자가 제대로 등장하지 않다 보니 갈등의 긴장감이 약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남는 장면들이 몇 있었습니다.
특히 모아나가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들 그리고 그녀가 가족과 나누는 따뜻한 장면들은 분명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헤이헤이처럼 여전히 웃음을 주는 캐릭터도 있었고요.
사실 이런 장면들이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오며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이 영화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정말 즐거운 경험이 될 거라는 거였습니다.
색감, 캐릭터, 빠른 전개 모두 어린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재미를 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모아나가 보여줬던 깊이와 감동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여정이 아닐까 싶었어요.





모아나 2는 분명 시청할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아름답고 순간적으로 감동을 주는 장면들도 많고요.
하지만 그것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정도의 감동과 여운을 남기지는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한 번 다녀온 여행지에 다시 갔는데 그곳이 여전히 아름답지만 처음 느꼈던 설렘은 약간 사라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밝고 다채로운 여정이었지만 그 파도는 조금 잔잔했고 처음의 거대한 물결을 다시 일으키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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