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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라 Nov 09. 2024

기름과 달란트

내적인 준비와 진심 어린 참여

마태복음 25장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지는 진리와 경고가 담겨 있다. 특히, 두 가지 비유는 예수님께 택한 받은 이들 중 재림 때 성밖에 버림을 당하거나 책망받는 이야기이다. 신랑을 기다리는 슬기로운 처녀와 미련한 처녀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 어두운 밤을 상상한다. 예전에는 깨어있음에 주목하였다면, 오늘은 기름에 주목해 본다. 처녀들은 모두 등불을 들고 있었지만, 그 등불이 얼마나 오래 타오를지를 좌우하는 것은 준비된 기름의 양이었다. 나 자신의 등불을 생각해 본다. 내 믿음의 등불은 기름이 충분한가? 아니면 일시적으로 빛을 내다 사라질 빈 껍데기인가?

이스라엘의 결혼 풍습을 떠올려 본다. 당시 결혼은 단순한 개인적 사건이 아닌 공동체의 중요한 행사였다. 신랑은 신부의 집을 방문해 약혼하고, 약혼 후에는 신부를 두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신부와 함께 할 처소를 준비했다. 그 기간 동안 신부는 그가 다시 올 것을 준비하며 기다렸다. 신랑이 다시 와서 신부를 데려가 혼인잔치를 열면, 그 잔치는 며칠 동안 성대하게 이어지곤 했다. 이스라엘의 결혼 풍습은 그 자체로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 이야기와 연관되는 또 다른 비유는 마태복음 22장에 등장한다. 왕이 아들의 혼인잔치를 열고 사람들을 초청했지만, 그 중에는 적절한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혼인잔치에 초대받았지만 준비를 소홀히 했고, 결국 왕은 그를 결혼식장에서 내쫓았다. 이는 단순한 외형적 참여가 아니라, 내적인 준비와 진심 어린 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주님은 단지 초대받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합당한 준비와 마음의 태도를 원하신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기름을 준비했다. 그들의 준비는 단지 등불의 기름이 아니라, 그 기름 속에 담긴 주님을 기다리는 태도였다. 그러나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처녀들의 등불은 내 마음속에도 종종 보인다. 그들은 겉으로는 똑같이 신랑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나도 때때로 겉으로는 신앙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내면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주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한다.

예수님은 뒤이어 달란트 비유를 말씀하신다. 주인은 타국으로 떠나기 전 종들에게 각각 다른 양의 달란트를 맡겼다. 어떤 종은 그 맡은 달란트를 최선을 다해 활용해 더 많은 열매를 맺었지만, 한 종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묻어두었다. 이 비유를 읽을 때, 나는 그 두려움이라는 무거운 돌이 나를 짓누르는 순간들을 떠올린다. 주님께서 주신 재능과 기회를 주저하며 낭비했던 시간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직이지 못했던 내 모습. 주님은 다시 오실 때 우리 각자가 어떻게 그분의 뜻에 맞게 달란트를 사용했는지를 보실 것이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주인이 돌아와 종들에게 했던 심판의 장면은 나에게도 하시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주인이신 예수님은 달란트를 늘린 종들에게 주인은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고 칭찬하셨다. 그러나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었던 종은 주인의 진노를 피할 수 없었다. 오, 나 자신은 주님께서 주신 은사와 기회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나의 태도는 슬기로운 처녀와 달란트를 잘 활용한 종의 모습인가, 아니면 두려움과 게으름에 사로잡힌 모습인가?

예수님께서는 단지 겉모습만을 보시는 분이 아니시다. 예수님은 내 안의 준비된 마음, 성령님의 인도와 관계 속에서 주님을 향한 사랑을 보신다. 주님은 성도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셔서 우리를 인도하고 지혜와 능력을 주신다. 성령님의 손길이 나를 변화시키고, 내 믿음의 등불을 지속적으로 밝히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주님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믿음의 태도이다.

마태복음 25장은 그저 기다림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그날, 나의 준비된 상태가 어떤지를 묻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 자신을 돌아본다. 예수님이 오실 때 준비된 자로 설 수 있기를, 예수님의 칭찬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내 마음에 성령의 기름이 가득 차,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내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간구한다.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의 손길을 의지하며, 나에게 주어진 은사를 충성되게 활용하는 믿음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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