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구슬 달고

까마중 2

by 수리송선

토요일 오전 9시를 앞두고 해를 받고 있는 꼬맹이를 찾아갔다.

버스는 한 시간 정도 탄다. 승객이 띄엄띄엄 있다. 뒷바퀴 너머의 의자에 사람이 없다. 나는 창가쪽으로 엉덩이를 밀어 옮기곤 몸을 바짝 의자에 밀착시켰다. 마포대교를 오르니 해가 집요하게 나를 쳐다본다. 마침 앉은 창가 자리는 창틀에 있어 머리를 살짝 기댔다. 그러면서 보이는 한강 풍경이 아름답다. 해가 있으면 더 만족스러울 것 같아 위치를 조금 바꿔보지만 이제 창틀 뒤로 숨는다. 수줍은 아이가 된 것 같다. 눈이 부신데 자꾸 보고 싶은 아우라 가득한 아침 태양이다. 가슴 설레는 교회오빠를 보는 심정이 이런 걸까? 내 인생에 그런 오빠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난생처음 로맨틱한 설렘의 대상이 2025년 9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떠오르고 있는 아침 태양이다.


어찌어찌 노트북과 먹거리가 든 가방을 메고,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든 텀블러를 한 손에 들고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명동의 거리를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가지를 친 골목들이 궁금하지만 그 냥 지나친다. 언젠가는 밟아보겠지.

숭의여대 평생교육원 마당에 올라왔다. 그리고 대각선으로 보이는 키 작은 꼬맹이를 찾는다. 있다. 오늘은 해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가까이 가서 버니 열매도 맺었다 연두색 구슬이다. 그리고 새로운 꽃도 피었다. 돌 틈에서 알아서 자기 할 일 잘하는 기특한 녀석이다.

그래서 결심한다. 매주 목요일 눈여겨 관찰하기 프로젝트. 공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관찰자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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