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밤산책

나로 돌아가기1

by 수리송선

힘들고 외롭고... 몸이 식었다.
온기를 찾는다.

장작으로 군불을 땐 뜨끈한 구들장
핫팩의 화끈함
한 그릇의 윤기 나는 갓 한 밥
엄마의 품
포슬포슬한 담요 속
그렁이는 눈맞춤
등을 다독이는 친구의 손길
지나가는 이의 무심한 한 마디

사람에게 온기는 36.5도 일까?

항온동물이든 변온동물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이 이어가는데 온기는 필요하다. 그 추운 남극에도 납작하게 누워 자라는 식물이 자란다.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지구온난화로 인한 남극물개의 감소로 번식지가 넓어졌다지만 말 그대로 극적이지 않은가?
지구 위의 생명은 어디서든 온기를 찾아 살아간다.
우주에서 달려온 태양빛을 잡는다.

독특하다.
인간은 태양에 이어 감정의 온기 또한 필요하다.
단순히 사회화의 결과인가?
이미 알아버린 온기라서 그런가?
하지만 필요한 온기는 일정하지 않다.

나는 온기를 채우기 위해 밤산책을 택했다. 자체발전시스템이라 불러야 하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애써 배려심을 발휘하거나 의무나 책임에서 자유롭다.

밤산책길에서 얻는 것은 온기뿐이 아니다. 한 명이상의 사람군집의 모습, 밤공기, 풍경, 여러 탈것들의 불빛, 하늘의 희끄무레한 구름과 별빛...
다정한 모습을 보면 미소도 짓는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1인가족?
너는 가족이 없는가?'

궁금증이 일려나?
나도 가까이에 그리고 멀리 가족이 있다. 홀로 밤산책이 필요할 뿐이다. 가족과 공유하는 정도도 사람마다 필요한 온기만큼 다양하다.

나는 주변 소리는 조그맣게,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환상의 악기소리가 양귀를 잔뜩 채우게 한다.
작년 10월부터 다녔던 첫 헬스이자, PT를 다닌 결과물은 나의 산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걷기를 원래 좋아했지만 발과 다리가 붓고 통증에 시달리는 것은 나이를 먹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4개월의 개인 맞춤 코칭 트레인은 돈도 많이 투자했지만, 내 몸의 단점을 보완하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발목과 무릎의 통증과 고관절의 뜯기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좋아하는 걷기도 겁날 것 없이 즐거워졌다. 어쩔 수 없이 오래 서 있거나 허리를 숙인 자세를 반복할 때에도 요령이 생겨 무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헬스장을 끊은 후 조금씩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지만 산책하는 동안, 머리꼭지에서 발바닥까지 인지하기를 한다.

허리는 곧게
등은 뒤로 젖히고
가슴팍은 하늘로
양 어깨는 뒤쪽을 힘을 빼고
갈비뼈는 조이듯 힘주어 폐를 감싸고
골반은 치골을 살짝 말아 골반뼈가 앞으로 나오지 않게
무름과 발목을 십 일 자에 가깝게 나란히 하면서 멀리 보내려 하고
발바닥은 발뒤꿈치에서 시작하여 발날이 지면을 닿아다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발가락 다섯 개가 땅을 움켜쥐었다가 떨어지는 자세와 움직임에
집중한다.

손은 핸드폰과 물병을 쥐고 가볍게 흔들거나 리듬을 타며 다양하게 움직인다.
그러다 생각이 떠오르면 핸드폰 화면에서 자판을 두드린다.
생각이 정리가 되고, 무명의 감정에 이름이 뜬다. 나에게 맞는 안정된 적정온도가 맞춰진다.

극복이란 없다.
1년을 향해가는 공황은 불시에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 간격이 늘어졌다는 판단이 섣부르다는 것도 깨달아간다. 그냥 나를 통제하는 방법을 답습하고 새롭게 찾아갈 뿐이다.

이틀 전에 찾아온 나락에서 거슬러 나오기 위해 병원 처방약과 비상약, 약간의 알코올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공포 스릴러 영화들과 친애하는 사람들, 그리고 산책과 글쓰기 등을 섞어야 했다.
오늘 이 시간,
나는 가족의 저녁식사를 차려주고 나와
홀로 밤산책을 하는 것으로 나의 온도를 겨우 찾았다.

일요일 연재
이전 09화미련하게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