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날(공황 판정 ÷ 2개월)
있지만 있지 않다.
우주도 아니고 지구 탄생의 역사동안 나의 점유율은 콕 찍은 점이 아닌 삶의 집합이지만 찾을 수 없는 미세한 점에 속한다는 것이다.
나는 흐르는 시간과 물리적인 어느 것에도 중요치 않다. 인간이 중요할 일인가? 시공간의 역사를 생각하면 기록을 하는 이 모양이 쓸데없다.
노래 가사 중에 '이 밤의 끝을 잡고'같은 모양새인데, 참 징글징글 미련 맞다.
여느 날과 다르게 오늘은 실패다. 3일 전쯤 저녁을 먹다가 어금니로 깨물어 버린 혀뿌리의 시퍼런 멍이 가셨는데도 음식을 씹기 힘들어졌다.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의 소견은 절망이었다. 갱년기 호르몬의 부족으로 취약해진 면역력이 원인이란다. 갱년기 초기증상이 극심하여 호르몬치료를 시작하고 3년이 넘어가는데. 호르몬의 양이 부족하여 증량하려다가 부작용이 있어 중단했었다. 산부인과 의사는 부작용이 아니라 약에 대한 적응기라 불편함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 달은 참고 유지하고 판단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하셨다. 나와 비슷한 증상을 이미 겪고 계시는 분이어서 섣부른 나의 복용중단에 실망이 커 보였다.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머리에 심장이 있는 느낌은 견디기 힘들었고, 먹던 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 가운데 면역력 저하가 심화되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눈 주위와 입술에 푸석하고 부푸는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같은 맥락에 공황장애약이 입마름을 더해 나타나는 것이란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과 틈만 나면 근육 손실을 막겠다고 움직여 댔는데, 건강하지 않은 쪽으로 진행 중이라는 소견을 얻은 것이다. 스스로 희망을 갖고 지내온 갖은 영양제와 노력이 무너진다. 뭐가 문제지?
돌보지 않고 나만 집중하고 싶다.
음악으로 다잡는다.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브라나'와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연이어 듣는다. 삶의 당위성과 위대함, 그리고 당연한 연속성을 떠올린다.
납득할 수 없다. 갱년기가 이겼다.
사춘기 아들과 남편의 안일함과 나란 존재의 이유 없음이, 갱년기의 아픔과 기능장애에서 오는 쓸모없음이 븐명해지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 대신 함께 있지만 '홀로 견디고 나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암담하다.
누구에게도 화를 낼 수 없다. 나는 그런 깜냥이 안된다. 이지가 있어도 순응부터 하는 버릇, 내가 감내하면 된다는 청소년기의 습관이 발목을 잡는다.
나의 갱년기와 공황장애, 사춘기 아들과 갱년기 남편을 감당해야 나는 더 이상 어디로 물러서야 하는가?
나는 어릴 적부터 평안과 자유를 원했는데, 현재 나보다 주위를 살피고 조율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바닥난 나는 어디서 충전하나?
떠밀려 누군가를 보조하는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때면 눈치 보거나 조아리곤 했다 내 이기로 불편할 가족을 향해서. 이건 아니라고 내 의지를 내세웠을 때는 비아냥과 불신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날아왔다. 어찌하는가? 나는 나날이 다 왔다고 생각했던 바닥을 새로이 경신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한 결과라 겸허히 받아들이며 살아보려는데, 어느날부턴가 매일 단두대에 오르고, 나는 떨고 있다. 그렇게 누군가의 이슬을 보고 있다.
소극적 자살을 떠 울려본다. 하지만 오늘도 멈추지 않고 살았다. 걸었고 생각하고 울었다. 미련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