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 채취를 시작하며
어느덧 17번째 채취를 앞두고 시술실과 연결된 대기 침대에 누워 내 순서를 기다린다.
여기는 서울 강남구 한 난임병원이다.
간호사님이 언제나처럼 노래하듯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오늘은 선생님이 언제 오실까요?”에서
‘까요’를 길게 늘이며 세심하게 긴장한 마음을 살피는 분이다.
덕분인지 수액을 놓기 위한 혈관도 통증 없이 잘 잡힌다.
대기가 길기로 유명한 주치의 선생님은 아직이다. 토요일인 오늘도 진료와 시술이 모두 빽빽하게 잡혀 있는 주치의 선생님.
몇 년 동안 난임 병원에 다니며 기다림에 익숙해졌다고 말하니, 간호사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익숙해지지 말라고, 순응하게 된다고. 엄격한 말투에 잠시 흠칫했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이 된다. 하루라도 빨리 난임에서 벗어나라는 응원의 의미였을 테니.
‘그래도 하다 보면 되긴 되는 것 같다’는 내 말이 자조적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주치의 선생님 역시 절대 안 된다고 하는 법이 없다고, 간호사님이 따뜻한 말로 나를 토닥였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17차를 하면서 스스로 안 된다고 단언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안 되면 어쩌지’,
‘이 생활이 더 길어지면 어쩌지’ 걱정하긴 해도 말이다.
다만 그 끝이 언제 올지 막막해서, 마음이 자주 흔들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