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키 - 카후나의 난임일기
병원 가는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는 피했을 거다. 그런데 난임 생활을 하다 보면, 내 일정은 자궁이 정해준다.
4년 연속 크리스마스이브마다 진료가 있었다. 생일에도 괜찮았는데 유독 크리스마스 시즌에 병 원에 가는 게 진이 빠졌다. 모두 들뜬 분위기에 나 만 가라앉아 있어, 그게 더 잘 보여서일까, 풀이 죽었다. 올해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패배감도 들었다. 병원 입구부터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이 면 어떤 불길한 전조처럼 여겨졌다. ‘내년에도 후년 에도 크리스마스에 주사를 맞으며 보내게 될 거야’, 생각하며 잔뜩 부정적인 사람이 돼버렸다.
시험관, 돌입하겠다는 의지와 선택은 능동적이 었으나, 이 외의 영역이 극히 좁았다. 특히 스케줄 에 관해서라면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시험관 일정 상 생리 2~3일째는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그때 초음파, 피검사로 난소 상태, 호르몬을 체크해야만 다음 차수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그때 병원에 가지 못하면 일정은 한 달 미뤄진다. 생리 시작일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러니 없어도 될 스트레스가 추가된다.
생리 시작일, 내가 정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