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키 난임 커뮤니티 - 카후나의 난임일기
시험관을 시작하기 전, ‘시험관=주사 맞는 것’이라 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험관 과정에 진정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기다리는 일. 텅 비어버린 시간과 어떻게 지내는지가 관건이었다.
시험관 차수를 시작하려면 생리가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일단 기다린다.
생리가 시작되었다고? 자, 그럼 병원에 가자. 난임 병원 대기실. 이곳은 말 그대로 대기의 연 속이다. 모두가 유명 병원을 찾고, 그중 유명한 선 생님에게 환자가 몰린다. 1~2시간 대기는 양반이 다.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는 시간이다.
이제 주사를 맞는 시간이다. 양쪽 난소에서 난 자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무지막지하게 궁금하지만, 다음 진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체로 이 기간 은 3~4일 정도 걸린다.
야호! 다행히 채취가 잘 되었다. 끝이라고 안심 하긴 아직 이르다. 지금부터 본 게임 시작이다. 채 취한 난자들이 수정이 잘 되었는지, 수정란들이 분 열은 잘하는지 또 기다려야 한다.
운 좋게 배아가 나와 이식을 했다고? 그럼 피검까지 10일을 또 기다린다. 1차 피검을 통과하면 이 틀 후 2차 피검, 또 아기집을 볼 때까지, 심장소리를 들을 때까지. 계속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 린다. 이 과정 내내 손발 모두 묶인 채로 계속 기다 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번 차수에 임신을 하지 않으면 또 두 달을 기 다려야 다음 차수를 시작할 수 있다. (주치의마다 다르지만 매월 채취나 이식을 권하는 선생님은 거 의 없어요. 격월 주기가 자연스럽게 호르몬이 제자 리로 돌아오고 무리했던 난소도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 시간은 쓰임이 없는 시간. 무소속의 시간.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 불안감을 폭풍처럼 몰고 왔다. 불안이 심해지니 잠이 안 왔고 새벽까지 인터넷 시험관 카페에 올라온 비슷한 상황의 이야 기를 찾아 읽고 또 읽었다. 어찌나 나쁜 케이스만 눈에 잘 들어오던지. 불안감이 더 증폭되었다.
이렇듯 스파르타식의 기다리기 훈련을 계속하 니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어림없었다. 뚝하면 딱, 나와야 하는 나의 급한 성격은 기다림에 취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