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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04.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26일 차

처음 느껴본 스트레스와 외로움, 그리움

 어젯밤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왠지 모르게 호스텔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호스텔이 문제일까 싶어. 호텔을 알아보니 가격이 너무 비쌌고 교통편을 알아보니 임박해서인지 역시 비쌌다. 고민을 계속하다가 오늘 아침 더 이상 고민하는 게 지쳤다. 그렇다고 당장 돌아가기에는 그래도 함부르크에 올 마지막 날인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표도 비쌌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마지막으로 알차게 둘러보고 다시 뮌헨으로 돌아가려고 나이트젯을 예매했다. 어젯밤부터 계속 고민하던 건데 결정하니까 후련하다. 그래서 오늘은 마켓에 갔다가 슈베린 성에 가려고 한다. 그러고는 호스텔에 들러 짐도 챙기고 체크아웃도 해서 놀 일도 보고 저녁도 먹고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탈 것이다. 나이트젯을 타기 위해서는 출력한 표가 있어야 된다고 하여 dm에 가고 있다.

 Dm에서 출력을 무사히 마치고 isemarkt라는 곳에 가고 있다. 원래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데, 이 시장은 일주일에 2번만 여는 시장이라고 그래서 가보고 싶었다. 지금 밖에서 초입에 들어왔는데, 벌써 기대가 된다. 상점도 많고 먹거리도 많아 보인다. 야무지게 구경해야겠다. 항구 도시답게 해산물부터 독일의 자랑 소시지, 빵 그리고 기본적인 채소나 정육 등 다양한 음식이 있었다. 목도리나 장난감을 파는 가게도 있고, 푸드트럭도 많았다. 타코나 주스 아니면 햄버거까지 맛있어 보이는 게 많았다. 여기 근처에 살았으면 이 창이 열리는 날마다 꼬박꼬박 왔을 것 같다. 냄새가 좋아 홀린 듯이 산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을 먹으며 조금 걷다 보니 사실상 오늘의 방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뇨끼집에 도착했다. 수제 뇨끼를 만드셔서 주문하면 원하는 뇨끼를 골라 바로 삶아 원하는 소스에 볶아 주신다. 나는 이것저것 다양한 뇨끼를 골라봤고 소스는 올리브 페스토로 했다. 주문하고 5분 정도 기다리니 접시에 예쁘게 담아 주셨다. 옆에 있던 테이블에서 먹어 보니 특별한 맛이었다. 하나하나 다른 뇨끼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뇨끼마다 안에 있는 페스토의 종류가 다른데 모두 다 잘 어울리고, 뇨끼도 부드러우면서 쫀득해서 맛있었다. 먹는데 배불러서 1개 정도 남기고 다시 시장 구경을 나섰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는데, 치즈 집이나 카페에 사람이 특히 많았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도 많아서 더 먹고 싶었지만 배불러서 먹지 못 했다. 시장이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꽤 오래 구경을 하고 가고 싶었던 카페 갔다. 함부르크는 항구 도시라서 예전부터 커피 원두가 활발하게 거래되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카페 가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왔다.

 따뜻한 라떼와 시나몬 롤 하나를 주문해서 쉬면서 먹고 있다.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호스텔이 해결되자 더 여유롭고 더 느긋하게 이 도시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슈베린이라는 도시에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서 함부르크만 즐기려고 한다. 카페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시내 구경도 하고 돌아다니려고 한다.

 카페를 떠나 향한 곳은 페리 탑승장이다. 항구 도시만큼 배를 타보고 싶었는데 함부르크는 페리가 교통수단이라서 내가 가진 티켓으로 탈 수 있었다. 30분 정도 걸리는 노선이 가장 유명해 나도 그 노선에 탑승했다. 후기를 찾아보니 중간에 해변마을이 있다고 해서 15분 정도 타다가 내려봤다. 푸른 바다와 빼곡한 나무, 그리고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있어서 조화로웠다.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운동화를 신어서 모래 위를 걷기 힘들었다. 그래서 구경만 잠깐 하고 다음 페리에 바로 탑승했다. 페리를 타고 15 분에 달려 종착지 도착했다. 종착지 있지만 구경할 건 많이 없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는 페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밖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이층에 앉아 있기 힘들다는데 오늘은 가을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행복하게 강 위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왕복 1시간의 여행을 마치고 향한 곳은 엘브필하모니 건물이다. 원래는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과 같은 공연장이지만 전망대로도 유명한 랜드마크이다. 입장권을 받아서 올라가니 함부르크의 시내 그리고 항구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360°를 돌아보며 이번 여행을 추억했다. 성 니콜라이 교회부터 시청 등 어제 간 명소들과 오늘 갔다 온 항구까지 보이니 벌써부터 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교회를 보고 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본 시내 광경도 생각나고 시청을 보니 가운데 있던 동상도 생생하게 생각났다. 오고 가는 길에 버스킹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런 게 함부르크의 매력인 것 같다.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예술적이고 투박한 듯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넓게 펼쳐진 항구까지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다.

 추억 여행까지 마치고 다시 호스텔로 향했다. 다시 가보니 어제 편하지 않은 기분이 계속 들어 오늘 집에 가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도 싸고 마지막으로 씻고 사정을 둘러댄 뒤 나와서 노을을 감상할 카페로 향했다. 어제도 경치가 너무 예뻐서 노을이 기대가 되었는데 저녁을 먹는 사이에 해가 저버려서 보지 못했다. 기차 시간이 늦다 보니 안전이 걱정되어 저녁 먹을 식당까지 가는 길, 식당에서 기차역까지 가는 길도 미리 찾아보면서 카페로 향했다. 카페 왔는데 노을이 생각보다 잘 보여 기분이 좋다.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는데 따뜻한 게 먹고 싶어. 우리나라로 치면 모카 라떼 같은 것을 주문했다. 이제 30분 정도 되면 노을이 예쁠 것 같다.

 노을을 기다리면서 이 도시를 왜 빨리 떠나고 싶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뮌헨만큼 치안이 좋지 않아서도 있겠지만 도시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호스텔의 문제인가? 편안함이나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의 숙소에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또 다른 생각은 스위스에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피곤한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틀 동안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방금 막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그냥 미쳤다. 신나는 노래인데, 노래와 노을이 어우러져 이상하게 어제 있었던 힘듦에 대한 위로처럼  느껴져 울컥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집부터 생각이 났다. 떠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처음으로 집이 그리워졌다. 진짜 울 것 같아서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이어서 써 보자면 호스텔의 리뷰를 보자마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계속 걱정하면서 왔더니 오는 길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 같다. 그렇게 도착한 호스텔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호스텔의 입구는 종이라도 맞은 것처럼 깨져 있었고 무던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냄새가 계속 났다. 방에 들어와서도 매트리스와 커버도 깨끗하지 않았다. 책상 위는 얼룩과 먼지로 가득했고, 곰팡이가 핀 컵도 있었다. 매트리스에는 알 수 없는 얼룩이 커버에는 머리카락과 털이 있었다. 침대 위에서는 작은 거미가 내려오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니 생각보다 깔끔했지만 휴지에서 너무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렇게 찝찝한 기분을 갖고 나갔다 들어오니 옆 침대에 사람이 있었다. 이 호스텔에서 일하시는 분이었는데, 처음에 소리를 켜고 영상을 봐서 조금 당황했다. 처음에 크게 예민하지 않아서 나도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분께서 말을 거셨는데, 한 5분 말했을까 갑자기 이태원 사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물어보셨다. 그러고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다는 얘기를 하셨고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셨다. 나를 편하게 생각하셨는지 갑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셨다. 원래 영어강사를 하셨는데, 중국에서 영어에 대한 규제를 시작해서 직업을 바꿔야 했고, 그 사이에 이혼도 하시고 독일에 와서도 이런저런 힘든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나도 같이 다운되는 기분이었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부정적인 일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거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느라 신경을 많이 쓰고, 또 좋지만은 않았던 과거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듣고 리액션도 적절하게 해야 되고 대답도 해야 되다 보니 지쳤다. 그리고 나는 편하지 않은데, 지치고 쉬고 싶은데 혼자 이어폰을 끼고 누워 있어도 계속해서 말을 거니 힘들었다. 나는 글도 쓰고 싶고 보고 싶은 유튜브도 한가득이었는데 이대로 있다가는 계속 얘기를 해야 될 것만 같아 결국 반강제로 잠에 들었다. 편하게 느껴지지 않은 공간에서 편하지 않은 사람과 불편한 대화를 계속하다 보니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가족들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었다. 여행이 와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그렇게 오늘 아침 까지는 조금 힘들었지만 하루 종일 예쁜 거 보고 맛있는 거 먹고 지금 노을도 보고 노래도 들으니 치유가 되는 것 같다. 카페에서 본 노을은 예상대로 예뻤다. 구름에 가려졌지만 그래서 더 오묘한 느낌도 났다. 이제 어두워지기 전에 식당에 가보려고 한다.

 함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끼니는 역시 햄버거이다. 원래 생선 구이를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햄버거가 당겨서 버거리히라는 곳에 갔다. 버거리히 버거 하나와 맥주를 주문했다. 나온 버거는 우리나라의 수제버거와 유사한 비주얼이었다. 패티가 튀어나와서 잘라서 먹어 봤는데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고기 자체가 좋은 고기인지 맛있었다. 빵은 브리오슈로 골랐는데 퐁신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풍미가 느껴졌다. 이외에도 토마토와 양파, 치즈 그리고 양상추가 들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수제버거와 비슷하면서도 조화로 와서 더 맛있었다. 맥주는 가장 위에 있는 걸로 주문했는데 시원하고 이 맥주만의 독특한 향이 있었는데 그게 이 맥주의 킥이었다. 그렇게 함부르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기차 시간까지 2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주변 쇼핑도 조금 하고 역으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 위험할까 봐 걱정했는데 메인 거리라서 그런지 위험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무사히 걸어갈 수 있었다. 역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야간열차에 무사히 탔다. 함부르크에 올 때 6시간 기차가 할만해서 아무 생각 없이 의자 야간열차로 끊었는데 10 시간 56 분을 가야 하다니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다행히 유튜브도 이것저것 다운로드하고 책도 많이 다운로드하여왔다.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여행 계획도 짜고 사진 정리도 하고 잠도 자면서 시간을 보내 보려고 한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야간 기차이다. 처음 타보는 것이라 걱정도 되지만 궁금하기도 하다. 10시간 정도 걸려 내일 아침 뮌헨에 도착한다. 기차 자리는 불편하겠지만 혼자만의 공간이고 어제의 호스텔보다는 편할 것 같다. 가는 길에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잠도 자려고 한다.

 이렇게 나의 짧은 함부르크 여행의 끝이 났다. 지금 걱정되는 것은 글이다. 저녁에 핸드폰으로 길게 쓰는 게 힘들 것 같아서 다니면서 중간중간 적어 봤는데 아무래도 만족스럽지 않다. 타자가 느려 음성인식으로 쓴 부분도 많은데 구어체가 될까 봐 걱정도 된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글을 쓰다 보니 시제가 이랬다 저랬다 이상해진 것 같다. 나에게 함부르크는 아름답고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하지만 함부르크에서 본 아름다운 단풍과 가을의 정경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항구 도시라서 바다를 기대했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더불어 노랗게 물든 단풍까지 ‘가을’로 추억될 것 같다.      

<오늘의 지출>

밥, 카페, 디저트 38유로

기차표 58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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