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뮌헨 되찾은 여유
함부르크에서 야간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무사히 넘어왔다. 잠도 자고, 책도 읽고 유튜브도 봤다. 어젯밤이 힘들어서 그런지 의자에서의 11시간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간에 찌뿌둥한 moment도 있었지만 스트레칭도 하면서 오다 보니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뮌헨 중앙역에 도착해 8시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깐 소파에 기대 잠을 자다가 샤워를 했다. 씻고 피곤함을 없애고 시내로 가려고 오랜만에 풀메이크업을 했다. 화장을 마치고는 가장 친한 친구와 1시간 40분 정도 영상통화도 했다. 함부르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 스위스 여행, 그리고 친구의 일상도 듣고 12월에 유럽에 올 계획이 있다고 그래서 같이 계획도 세웠다. 둘 다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닌데, 서로 편해서인지 같이 있으면 쉴 틈 없이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친구는 갑자기 천장 자랑을 하고, 나는 갑자기 베개 자랑을 하는 등 이상한 얘기가 가득하지만 그래서 더 편하고 재밌는 것 같다. 친구랑 얘기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항상 같이 가던 카페와 식당들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재밌게 전화하다가 배가 고파져서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고 다음을 기약하며 전화를 끊었다.
괜히 위로가 되는 힐링 가득한 전화를 마치고 향한 곳을 마리엔 광장이다. 뮌헨의 메인 광장인데, 오늘의 목적은 호프브로이 하우스이다.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비어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명한 비어홀을 다 가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가장 먼저 온 곳이다. 아우구스티너만 가봤는데, 호프브로이는 분위기가 더 시끌벅적했다. 옥토버페스트처럼 공연도 하시고, 사람도 많았다. 보통은 서있으면 자리를 안내해 주셨는데 여기는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다. 혼자라서 어리바리 서있다가 친절하신 직원분께 물어보고 겨우 앉았다. 4명 일행이 이미 앉아있는 자리였는데, 얘기를 해보니 스튜어디스 분들이셨다. 뮌헨에 올 때 타고 온 에티하드 항공 승무원 분들이라 반가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승무원은 어떤지, 뮌헨에 와봤는지, 오늘 계획은 무엇인지 등등 다양한 얘기를 나누면서 맥주와 돼지고기구이를 먹었는데 맥주는 독일 맥주답게 깔끔했다. 돼지고기도 맛있었는데, 나는 아우구스티너가 맥주랑 음식 둘 다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스튜어디스 분들과 함께 한 점심을 마치고는 쇼핑을 향했다. 신발을 운동화 하나 가져와서 부츠나 로퍼를 사고 싶어 광장 근처에 있는 이런저런 가게에 들렀다. 후보 두 개 정도 골라놓고 결정하지 못한 채 카페로 향했다.
오늘 온 카페는 뮌헨에 오기 전부터 저장해 놓은 달마이어에 왔다. 1층은 백화점 식료품 코너처럼 채소랑 고기, 치즈, 디저트, 반찬을 팔았고 카페는 2층에 있었다. 가장 유명한 커피 한 잔과 예쁜 디저트 하나를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원두의 향은 좋았는데 아직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마시지 못하는 초등학생 입맛이라서 우유를 조금 넣어 마셨다. 우유를 넣어 마시니 쓰지도 않고 부드러워져서 커피를 더 잘 즐길 수 있었다. 케이크는 초코 시트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라즈베리 크림이 올라가 있었는데 비주얼만큼 맛도 훌륭했다. 사람은 많았지만 인테리어도 예뻐서 야무지게 즐기다 나왔다.
아무래도... 나는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작년까지는 소주는 물론 맥주도 맛이 없어서 못 마셨는데 여행을 와보니 소주는 없지만 맥주와 와인이 맛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도 와인 한 잔을 하고 싶어서 에데카에 들렀다. 안주가 부족할까 봐 치즈랑 귤, 크래커도 하나씩 더 사고 와인 코너로 향했다. 와인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서 고르는 게 힘들었다. 와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즐링이라는 말이 자주 보여서 검색해 보니 독일의 라인 강 주변에서 자라는 포도의 품종이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독일 와인을 마시고 싶어서 리즐링 중에서 가장 유명한 ‘모젤’ 지역의 와인을 사봤다. 전이랑 같은 안주인 치즈, 방울토마토, 귤 그리고 크래커와 마셔봤는데 맛있었다. 포도의 향이 조금 더 느껴지는 것 같고 전에 마신 화이트 와인보다는 알코올이 조금 더 느껴졌다. 잔이 없어서 컵에 마셨는데, 한 잔까지는 맛있었는데 술찌라서 그런지 두 번째 잔부터는 알코올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두 잔에 약간 취했다. 기분 좋게 마시고 친구의 추천 영화인 배트맨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고 일찍 잠에 들려고 한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큰 힐링인 것 같다. 맛있는 술과 좋아하는 안주를 먹고 나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게 소소한 행복이다. 집에 돌아와서인지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져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다. 여행도 행복하지만, 이렇게 재정비 시간이 있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의 지출>
외식+카페 38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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