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in Italy, Rome. 와인과 파스타의 도시
로마에서 보내는 4번째 날이다. 투어가 있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아침을 먹고 싶어서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준비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민박집 사장님을 우연히 마주쳤는데, 아침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다른 분 한 분이랑 셋이 동네 카페에 갔다. 전과 마찬가지로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을 주문해 먹고, 기차 시간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 빨리 나왔다. 같이 드신 분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놀러 오셨다고 한다. 관광 없이 술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목표라고 하셔서 신기했다. 사람마다 여행을 오는 이유가 다양한 것 같다. 정말 놀러 올 수도 있고, 아픔을 잊기 위해 올 수도 있고 세상을 경험하러 올 수도 있고.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한 나라에 모여드는 게 신기했다.
아침을 야무지게 먹고 기차를 타러 갔다. 기차표를 먼저 샀는데 플랫폼을 찾지 못해 급하게 여기저기 달려갔지만 무사히 탑승을 완료했다. 프라스카티까지 30분을 달려 도착했다. 로마의 남동쪽에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소도시였다. 기차역에서 내리니 투어 가이드분께서 나와계셨다. 같이 투어를 신청한 분들과 만났는데, 내가 유일한 아시안이라 신기했다. 커플 분들도 많이 오셔서 혼자 온 사람은 나까지 세 명뿐이었다. 다행히 옆에 앉은 분과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의 중간중간 멈춰 이곳의 역사도 설명해 주셨다. 중간에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가 있었는데, 로마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높은 건물 없이 아기자기한 집들과 나무, 그리고 푸른 하늘이 마치 그림을 보는 것처럼 귀여웠다. 그렇게 10분 정도 걸어 가게에 도착했다.
처음 진행된 코스는 와인 시음이다. 이곳에서 만드신 화이트 와인 한 잔과 레드 와인 한 잔을 살라미, 치즈와 함께 주셨다. 와인에 대한 짧은 설명도 해주셨는데 이곳의 와인은 높은 와인 등급을 받는 와인이고, 이 등급을 받는 와인 생산지는 이탈리아 전체에 8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가벼운 화이트 와인부터 마시고 묵직한 레드와인으로 넘어갔다. 마시는 방법도 알려주셨는데, 와인 잔을 돌려 만들어지는 링을 관찰하고 냄새를 맡아본 뒤 한 모금 마시면 된다고 하셔서 따라 마셔봤다. 화이트와인은 달고 상큼한 맛이 강하지는 않고 가벼운 산뜻함이 있었다. 레드 와인은 화이트보다 묵직했지만, 다른 레드 와인에 비해서는 깔끔한 향이었다. 두 와인 모두 같은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서인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향이 강하지 않고 산뜻하고 깔끔한 게 인상 깊었다. 개성이 독특하지는 않지만 무엇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와인을 마시고는 본격적인 파스타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 만들기 시작했다. 물이나 다른 재료 없이 밀가루와 계란만으로 면을 만드는 게 신기했다. 처음에는 볼에 넣어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고, 그다음에는 덩어리가 된 반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덩어리를 몸 쪽으로 반 접고, 손바닥을 이용해 몸 바깥쪽으로 쭉 밀고 90도 돌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옆에 파스타를 만들어보신 분이 계셔서 많이 알려주셨다. 손바닥으로 누를 때 세게 눌러야 된다고 하셨다. 손에 반죽이 붙으면 중간중간 밀가루도 더 추가하며 반죽을 완성했다. 반죽이 완성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반죽을 뭉쳐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된다고 한다. 가라앉은 채로 있어도, 높이 올라와도 안되고 중간 정도까지 올라와서 멈춰야 반죽의 완성이라고 한다. 완성된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고, 반죽끼리 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앞뒤로 뿌리면 된다고 한다.
밀가루를 뿌린 후에 손가락 2개 넓이로 돌돌 만다. 아래에서 가운데까지 돌돌 접고, 위쪽에서 가운데로 돌돌 접으면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돌돌 만 반죽을 원하는 크기로 썰면 된다. 여기서 써는 두께에 따라 파스타 면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한다. 나는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서 3개의 굵기로 면을 썰어보았다.
면이 완성되면 소스를 고르면 된다. 계란과 치즈, 관찰레 그리고 후추를 넣은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에서 계란을 뺀 카쵸 에 페페, 토마토소스와 관찰레, 치즈 그리고 후추를 넣은 아마트리치아나 중에 나는 아마트리치아나를 골랐다. 아직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면을 가지고 가면 가이드 분께서 만들어주신다. 한 입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소스도 맛있고, 면도 직접 만들어서인지 생면의 느낌 가득하게 맛있었다. 치즈의 꾸덕함과 토마토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았다.
중간에 지하 공간 구경도 했다. 지금은 와이너리가 따로 있어서 이 공간에서 와인을 만들지는 않지만 전쟁 때는 대피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확실히 지하 공간이라 시원했다. 온도가 12도에서 15도 사이로 유지되어 와인을 만들기 좋다고 한다. 전에 이탈리아에 왔을 때 지하 무덤인 카타콤베에 갔는데, 그때의 추억도 떠올랐다. 15세기부터 가족들이 실제 거주하던 공간을 보니 이탈리아에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렇게 모든 체험을 마치고 나왔다. 1시간 뒤와 3시간 뒤의 기차가 있어 일단 젤라또 집으로 향했다. 피스타치오와 추천해 주신 하나를 골랐는데, 조금 달았다. 먹으면서 가족들이랑 오랜만에 영상통화도 했다. 주변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마을이 생각보다 작고 나도 피곤해서 1시간 뒤의 기차를 타고 테르미니역으로 돌아왔다. 민박집에 돌아와서 쉬다가 저녁 약속 전까지 시간이 남아 책을 읽으러 동네 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가보고 싶었던 젤라또 집이 있어 간단하게 젤라또를 먹기로 했다. 젤라또 진열장 옆 냉장고에 과일이 신선해 보여 배 맛과 스타치아뗄라를 주문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데도 4유로라서 약간 당황했지만, 컵의 크기가 컸다. 여기의 젤라또도 맛있었다. 배도 소르베가 아닌 젤라또의 느낌이 강했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4유로의 가격 때문에 어제 간 젤라또 집이 조금 더 좋았지만, 3대 젤라또 가게보다는 여기가 더 맛있었다.
그러고 향한 곳은 카페이다. 책을 읽어야 해서 카페를 찾아봤는데, 커피도 맛있고 티라미수도 맛있다는 집이 있어 가게 되었다. 카푸치노를 많이 마셔 카페 라떼와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티라미수와 커피 모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어 귀여웠다. 커피는 3대 카페 중 하나인 안티코 카페 그레코와 비슷한 맛이었고, 티라미수도 신선했다. 케이크에 신선하다는 뜻이 어색하긴 한데 갓 만든 느낌이라서 좋았다. 그렇게 책도 읽고 테라스의 분위기도 즐기다가 약속 장소로 향했다.
마지막 일정은 독일에서 만난 언니들과의 루프탑 바이다. 우연한 기회로 연락을 하다가 로마에 있는 날이 겹친다는 얘기를 듣고 낭만 가득하게 바에 같이 가기로 했다. 낭만과 담배 냄새가 가득한 바였다. DJ 분이 노래도 틀고 바텐더 분이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셨다. 아페롤 스프리츠를 주문했는데, 영롱하게 나왔다. 야외 루프탑과 잘 어울렸다. 전에 마신 아페롤이 별로라서 걱정했는데, 여기는 인공적인 시럽 맛이 강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렇게 얘기도 하다가 귀가를 했다. 샤워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조금 읽고 잠에 들려고 한다.
<오늘의 지출>
교통 4.2유로
식비 3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