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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Dec 07.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59일 차

스코틀랜드의 매력에 빠지다

 에든버러에서의 두 번째 날이다. 본격적으로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는데, 아침에 침대가 너무 포근해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여유롭게 뒹굴다가 10시에 나와서 위스키를 배우러 갔다. 유럽에 와서 술의 ‘맛’에 빠져서 다양한 술을 마셔보고 싶었고, 위스키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위스키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시음도 해보고 싶어서 더 스카치위스키 익스피리언스라는 곳에 갔다.

 처음애 들어가서 위스키의 재료 중 가장 중요한 물과 보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영국은 비가 많이 오는데, 여기 사람들은 비가 와도 Today’s rain is Tomorrow’s Whiskey라고 할 만큼 위스키를 좋아하기도 하고, 위스키에 물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 위스키의 맛이 차이가 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 전시관에서는 보리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설명도 잘해주시고 영상 자료도 훌륭해서 재밌게 봤다. 마지막 설명은 위스키의 발효에 관한 설명이었는데, 오크나무에 따라 위스키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한다. 미국 지역의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위스키는 버번, 스페인의 오크나무에서 숙성시킨 위스키는 쉐리 위스키가 된다고 한다. 위스키는 숙성되면서 색도 진해지고 맛도 깊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위스키의 제조 과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본격적으로 스카치위스키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물, 보리, 이스트가 위스키의 3가지 재료라면 4번째 재료도 있는데, 바로 ‘스코틀랜드’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다섯 가지 위스키가 있다고 한다. 로우랜드 위스키부터 설명해 주셨는데, 에든버러가 포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로우랜드라고 한다. 이 지역은 시트러스 향이 느껴지는 프루티한 맛이 특징이다. 다음은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하이랜드이다. 하이랜드는 플로럴한 향이 특징이라고 하셨다. 가장 생산량이 많은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인데, 이 지역에 전체 증류소의 1/3이 있어 가장 생산량이 많다고 한다. 향은 트로피컬한 과일 향이 강하다고 한다. 가장 생산량이 적은 지역은 캠벨타운인데, 이곳은 3개의 증류소만 있으며 해안 근처라서 씨솔트 향이 바닐라 향과 함께 난다. 가장 특이한 향은 가진 곳은 아일라인데, 유일하게 스모키하고 우디한 향이 난다.

 위에 적힌 위스키들이 단일 위스키를 가지고 만든 싱글몰트라면, 블렌드 위스키도 있다. 보리로 만든 싱글몰트와는 다르게 밀이나 옥수수와 같은 다른 곡물을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인데, 보리에 비해 약하다고 한다. 이렇게 그레인 위스키와 싱글몰트를 섞으면 맛이 연해져서 사람들이 더 편하게 마실 수 있고, 향도 균일해진다고 한다.

 지역에 따른 싱글몰트 다섯 종류와 블렌드 총 여섯 종류 중 원하는 위스키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스페이사이드를 선택했다. 실제로 마셔보니 그렇게 강렬하지 않고 향도 산뜻해서 초보자용으로 마시기 좋은 위스키 같았다. 시음을 하고 설명도 조금 더 들으니 어느덧 강의가 끝이 났다. 끝나고 기념품 가게로 향했는데, 가장 희귀하다는 캠벨타운 위스키 미니어처를 하나 사서 나왔다.

  다음으로는 에든버러 성에 갔다. 입장권을 미리 예약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들어가자마자 기념품 가게가 보였고 그다음으로 일렬로 늘어선 대포가 있었다. 이 성은 방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대포가 있었다. 아내는 다양한 박물관도 있었는데 스코틀랜드 군인에 관한 박물관, 역사에 관한 박물관 그리고 감옥에 관한 박물관도 있었다. 가장 신기한 것은 감옥에 관한 박물관이었는데, 이 성이 실제로 전쟁 포로를 수용하기 위한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갇혀 있었는지, 수용 환경은 어땠는지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감옥 내부를 실제로 보는 기분이라 신기했다.

 이 성의 하이라이트는 대포 발사이다. 매일 오후 1시에 대포가 발사된다. 나도 이거를 보기 위해 1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55분쯤 되니 군인 옷을 입으신 분이 대포 쪽으로 걸어가셨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59분 이 되자 그 많은 사람들이 고요해졌다. 그러고 한 시가 되자 대포가 발사되었다. 조금 더 화려한 것을 기대했지만 대포는 펑 발사되는 게 끝이었다. 폭죽보다도 약해서 사람들도 조용해진 게 머쓱했는지 웃었다. 대포 발사까지 보고 가장 높은 언덕 부분까지 올라갔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에든버러 전체 뷰가 아름다웠다. 날씨도 좋아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딱딱하면서도 조화로운 에든버러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경까지 보고는 성에서 나와 거리로 걸어 나갔다. 로얄 마일이라고 하는 거리였는데 기념품가게도 많고 상점도 많아서 구경하기 좋았다. 기념품 구경을 했는데 마음에 드는 건 없어서 사지 못하고 퍼지 가게로 향했다. 친구가 영국에서 다녀와서 퍼지를 준 적이 있는데 가족들이 다 먹어서 막상 나는 먹어 보지 못했다. 이번에 먹어 보고 싶어서 하나를 포장했다. 베스킨라빈스 뺨치는 다양한 맛있었는데 나는 직원 분의 추천 대로 버터 스카치 맛을 골랐다.

 만족스러운 쇼핑 후 편한 곳은 티룸이다. 영국까지 온 만큼 스콘에다가 차를 마시고 싶어서 미리 찾아 놓은 카페로 향했다. 크림티세트를 주문했고 차는 스코티시 블랙퍼스트로 주문했다. 크림티세트에는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잼, 버터 그리고 차가 나왔다. 옆에 보내 따라서 스콘을 반으로 자르고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발라 먹었다. 영국에서는 스콘에 크림을 먼저 바르는지 잼을 먼저 바르는지가 논쟁이 라고 하는데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크림을 먼저 바른다고 해서 나도 따라서 크림을 바르고 잼을 발랐다. 한 입 먹어 보니 그렇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고소하고 맛있었다. 차도 마셔 봤는데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가벼운 맛이었다. 혼자 여유롭게 차에 스콘을 즐기니 현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를 다 마시니 어느새 일몰 시간이 가까워져서 칼튼 힐로 향했다.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시간이 딱딱 맞아떨어지니 기분이 좋았다. 20분 정도 걷고 언덕을 올라가서 칼튼힐에 도착하니 에든버러 성까지 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노을이 지기 직전 같았다. 사진도 찍고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쌀쌀했지만 뷰가 너무 아름다워 괜히 오래 앉아 있고 싶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오전에 산 위스키 미니어처가 생각났다. 이 풍경을 보면서 위스키를 마시면 스코틀랜드에서의 기억이 오래갈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결국 위스키를 깠다. 캠벨 지역의 위스키였는데, 바닐라향과 씨솔트 향이 특징이라고 하셨다. 바닐라 향 은은하게 났지만, 오전에 마신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에 비해서는 맛도 향도 강렬해서 위스키 초보자인 내가 마시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홀짝홀짝 마시니 몸도 따뜻해지고 낭만 가득해서 미니어처 한 병을 다 비웠다. 1시간 정도를 멍하니 바라보다 추워져서 민박집으로 향했다.

 민박집에서 저녁도 맛있게 먹고 언니랑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한 펍으로 향했다. 더 이상 술을 마시면 안 될 거 같아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하고 분위기를 즐기며 언니랑 열심히 추억을 남겼다. 집에 오는 길에 블루베리와 라즈베리를 사서 나눠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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