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겁쟁이 직장인의 퇴사를 위한 고군분투 노오력 이야기
자존감이 바닥이다.
이런 날은 무엇이라도 끄적이면 마음이 좀 나아졌던 경험이 있다.
오늘은 퇴근과 동시에 바로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그냥 멍하게 좀 걷고 싶었다.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종각 역까지 한 정거장을 걸었다.
호기롭게 '많이 걷다가 집에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은 체력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시간이 가도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마음이 울적하다.
올해로 직장인 10년 차.
누구나 알만한 회사를 다니고, 적지 않은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다.
3년 차 때는 내가 '사회를 몰라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6년 차 때는 부서가 바뀌며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겠다고 버텼다.
지금은 그냥 회사는,
시간이 가도 저마다 각각의 이유로 버티는 곳이구나..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으니, 마음이 울적했다.
직장 생활이 정말 잘 맞아서, 경쟁하고 진급을 바라고,
사람들과 시간을 쌓아가는 게 행복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것들이 시간이 가도 어렵기만 할까 싶었다.
주변의 남들이 보기엔 문제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직장생활의 유쾌함은 쉽게 생기지 않았다.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를 본다.
오늘도 스마트 스토어, 부업, 유튜브, 전자책 등으로 월급 외 소득을 만들고,
퇴사한 사람들의 영상을 보고 있다. 너무나 부럽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실행인데... 잘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뭐든지 시작을 해야 한다'
그런 결론을 내리며, 집에 들어선다.
와이프가 표정이 안 좋다.
왜 퇴근하고 오면서 카톡 한번 없었냐고 한다.
"아, 미안ㅠ 오늘 회사에서 힘들었고, 머리가 복잡해서 한 정거장만 걷고 탄다고.. 오해하지 마.."
"오해 같은 거 안 해, 그냥 지하철 탄다고 말해줄 수 있잖아, 혼자 아기 때문에 힘들게 하고 있는 거 알면서 그러냐"
눈물 많은 와이프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말은 또 헛나온다.
"아 울지 마 쫌! 나도 멍하게 걷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도 몰랐어"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와이프는 아기를 재우러 가서 2시간째 나오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집에서도 사이가 안 좋아지니 정말 머리가 아프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한숨을 푹푹 쉬며 끄적이고 있다.
'삶이 왜 이렇게 답답하냐.
직장생활도 즐기며 하지 못해, 이렇게 죽어가듯 하루하루를 살고,
늘 유튜브 속에 타인의 삶들을 동경하면서, 스스로는 이렇다 할 방법조차 못 찾는다는 것이...'
'언젠간 퇴사하자! 나도 할 수 있다.
내가 조금씩 조금씩 준비하는 과정들을 기록으로 남기자!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 어디가 좋을까? 그래 브런치 작가 신청 성공했잖아. 브런치로 하자!'
그렇게.. 오늘부터
퇴사를 위한 몸부림을 기록해 보려 한다.
실행하고 실패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다 보면, 언젠가 자발적으로 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년이 되기 전, 그 방법을 찾는다.
나약한 내가 해낸다면, 다른 그 누구도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