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장탐구가 May 01. 2022

언젠간 퇴-사 5

내 상사가 해준 잊을 수 없는 말들

4월 17일 네 번째 글을 올리고, 약 2주가 흘러 또 포스팅을 한다.

또 작심삼일로 끝날 뻔했던 포스팅을 가까스로 연명함으로써, 나의 언젠간 퇴-사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운다.

포스팅이 늦어진 이유는, 무슨 말을 하든 솔직히 핑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바빠진 회사일로 야근을 자주 했고, 또 우연히 좋은 회사, 원하는 업무에 대한 이직 제안이 와서, 부랴부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해본다고 며칠간 새벽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언젠간 퇴-사는 나의 꿈이자 목표이지만,

현실을 당장 벗어날 수 없는 미생으로서, 내 앞에 주어진 미션들을 충실히 해내며 나아가야 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적지 않게 회사생활을 했는데,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잊히지 않는 순간과 대화들이 있다.

신입사원 6개월 차쯤,

지점에 배치받고 우리 팀에 차석으로 있던 상사분의 차를 타고 거래처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나보다 2년 정도 선배인 사수 상사와는 대화를 많이 해보았지만, 차석으로 계신 분과는 도통 사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좀 친해지면서 지점 생활 노하우도 배우면 좋겠다 싶었다.


그 차장님의 차를 타고, 30분쯤 지났었나.

"OO아, 너 여기 왜 왔냐? 답 없다. 빨리 딴 거 알아봐라~"

"예? 하하 차장님, 왜 그러십니까 ㅎㅎ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다음 대화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웃으면서 답변을 했지만, 나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회사생활을 15년도 넘게 한 차장님이, 고작 6개월 정도 된 나에게 해준 말이 '여기 왜 왔냐. 답 없다. 빨리 딴 거 알아봐라니...

그래도 큰 규모의 회사이고, 본사에서 멋쩍게 몇 개월이나 OJT를 받고 내려왔는데, 내심 덕담이라도 해줄 줄 알았다.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지내고, 그 차장님은 권고사직을 당했다.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퇴사였지만, 발령이 뜨기 며칠 전에 본사에서 사업부 임원이 직접 내려와서 사직서에 서명을 권유했다고 들었다. 며칠 후 차장님은 짐을 싸러 오셨고, '허허'하고 소탈히 웃으시며, '고생해라'는 한마디와 함께 사무실을 나가셨다.


회사라는 곳이, 저 위에 보이는 꼭대기를 위해 다 같이 줄지어 오르는데, 방해되거나, 도움이 안 되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필요가 없어진 사람을 쳐내는 그런 곳 같았다. 그때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은 매우 불쾌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능력 없고, 성과를 못 내는 직원은 당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자본주의 논리상 무한 경쟁체제에서는 승리자가 있으면, 반대로 낙오자와 패배자가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직장에서 내가 원하는 시기에 멈추거나 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았다. 사회는 생각보다 냉정했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빠르게 힘을 길러야 된다는 것이 팩트였다.


시간이 흘러, 차장님과 통화를 했던 순간도 기억이 또렷하다.

"차장님 잘 지내십니까? 너무 오랜만입니다."

"OO아, 나 요즘 어떤 업체 대리점하고 있다. 아~ 내가 이거 왜 빨리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좋아하는 배드민턴도 자주 치고, 너무 좋다"

"이야 차장님, 이제 사장님이시네요! 너무 멋집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셔야 합니다!"


이 분과 나눈 그 많은 대화들 중에서 다른 것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 두 상황과 대화 내용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답 없다"/ "왜 빨리 안 했을까"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문장들.


우리 대부분은 회사를 힘들어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회사 밖의 생활에 대해 지레 겁을 먹는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싶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지가 않다.

자발적으로 박차고 나가고는 싶지만, 무턱대고 잘리는 것 역시 원치 않는다.


차장님과의 대화를 복기해보면서, 내게 필요한 건 '준비'와 '용기'라고 정리하고 싶다.

갑작스럽게 타의로 나간 차장님도, 결국엔 다른 기회를 만들고 나름의 재기에 성공했다.

미리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놓는다면, 퇴사의 순간이 와도 두려움이 덜할 것이다.

그때 가지고 있던 용기를 밖으로 끄집어내기만 하면 된다.


인생의 방향타를 조금씩 내 쪽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매력적이다.


(※나름의 준비① : 블로그 강의를 들으며, 운영하던 블로그의 수익을 높여보려 시도중, 월 100만 원 목표! 이 정도의 월급 외 현금흐름만 생겨도, 월급생활자의 삶은 확연히 바뀌어 갈 수밖에 없다! 무조건 실행!! 실행만이 변화를 가져온다. 향후 수익 변화 포스팅 계획)









 





작가의 이전글 언젠간 퇴-사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