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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lynote Oct 08. 2024

상추를 먹으면 졸린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어?

"왜 이렇게 졸리나 했더니, 상추 너란 녀석.."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여름 저녁, 나는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배가 고팠던 나는 냉장고를 열어 남은 재료들로 간단히 쌈을 싸 먹기로 했다. 상추와 고기를 구워 한입 가득 먹었는데, 먹고 나니 묘하게 피곤한 기운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왜 이렇게 졸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무거운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졸음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했다. 어렸을 때도 종종 상추를 많이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졌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상추 많이 먹으면 잠 온다”라고 하셨다. 단순한 민간 속 설 쯤으로 여겼던 그 말이 실제로 과학적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상추에는 ‘락투신’이라는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었다. 이 락투신이 신경을 진정시키고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치 약한 진정제처럼 작용하는 이 성분이 나를 졸리게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추 한두 장을 먹는다고 바로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락투신이 많이 함유된 상추라면 충분히 수면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나는 왜 매번 상추를 먹고 졸음을 느꼈던 걸까? 그 답은 상추의 품종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상추는 락투신 함량이 매우 적어 졸음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락투신이 많이 포함된 특별한 상추 품종, 예를 들어 ‘흑하랑’ 같은 상추는 1g당 3.74mg의 락투신을 함유하고 있어 불면증 치료에 사용될 정도로 강력한 수면 유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흑하랑 같은 상추가 아니었더라도, 내가 먹은 상추에는 조금이나마 락투신이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상추는 졸음을 유도하는 성분 외에도 건강에 유익한 다양한 효능이 있었다. 상추에는 철분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혈액 순환을 돕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특히 상추를 고기와 함께 먹으면 고기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상추는 단순히 고기를 싸 먹는 쌈 채소가 아니라, 내 몸을 보호해 주는 건강 파수꾼 역할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상추의 효능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동안 무심코 먹었던 상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어머니가 상추를 자주 식탁에 올리셨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어머니 역시 나처럼 상추의 졸음 유발 효과를 경험하며 그 편안한 수면을 즐기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밤, 상추 덕분에 나는 예상치 못하게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상추를 먹고 오는 졸음은 나에게 마치 자연스러운 신호처럼 느껴졌다. 저녁 식사에 상추를 곁들여 먹으면 하루의 피로를 잊고, 상추가 내 몸과 마음을 진정시켜 주며 숙면을 선물해 줄 것 같았다.


이제 상추를 먹을 때면 그저 쌈 채소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할 때, 내게 고요하고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는 작은 마법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오늘 저녁에도 나는 상추를 곁들여 식사를 할 예정이다. 아마도 그 후에는 또 상추가 주는 달콤한 졸음이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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