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라벨링, '네 남편', '네 아내'를 알라

by 김인희

우리 부부 라벨링, '네 남편', '네 아내'를 알라



중학생인 딸의 행동을 보면서 가끔 남편은


"나도 어릴 때도 저런 행동을 많이 했는데

그 이유가 이런 이런 것 때문이었어"


라며 내가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까지도 헤아리고 딸의 행동의 이유를 알아챈다. 남편과 딸은 식성부터 하는 행동까지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도 참 많이 닮았다. 그중에 하나, 물건을 찾아와 달라고 부탁하면 잘 못 찾는다. 딸은 내가 어떠한 물건에 대해 설명하면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몸부터 행동하며 끝까지 내 말을 안 듣는 탓에 부탁한 물건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상추, 마늘을 야채가게에서 사 오고 집 바로 앞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우엉을 사 오라고 시켰다. 심부름할 때마다 깜박하고 못 사 오는 것이 있거나 잘 못 사 오는 경우가 많아서 나름은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엉이야기를 듣더니 우는 표정 하며 "우엉~~" 하며 언어 농담하길래 다른 걸 몰라도 우엉만큼은 절대로 잊지 않고 사 올 것 같았다. 심부름에서 돌아온 그녀.


하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반찬가게에서 우엉(조림)을 사 오랬더니 야채가게에서 긴 우엉을 사 왔다.


얘를 어쩌면 좋지?


책 쓴다고 밀린 집안일에 할 일은 잔뜩인데 우엉은 언제 다듬고 조림으로 만들 것인지. 이 정도면 나 멕이려고(?) 하나 싶을 정도로 또 일을 만들어준다. 순간 으르렁이 올라왔지만 나도 처음으로 긴 우엉의 실물을 영접하며 잘 씻어서 어슷 썰기와 채 썰기를 거쳐 정말 단짠단짠 맛있는 우엉조림을 완성했다. 그러면서 한번 더 배웠다. 잠시 으르렁 버튼을 조절하면 또 전화위복,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노라. 우엉조림이 맛있게 됐다고 내가 뿌듯해하자 딸도 내심 미안해하는 눈치였는데 오히려 자기 덕분 아니냐고 깝죽거려(?) 대는데 어이없었지만 그냥 웃어넘겼고 으르렁 버튼은 OFF상태로 그날도 우리 집은 안전(?)했다.


얘는 그렇다 치고 우리 남편은 왜 물건을 못 찾는 걸까?


이는 우리 집만의 문제는 아닌 우리나라 전체, 아니 전 세계의 남자들의 문제일 수 있다. 연예인 부부들이 출연하는 한 예능에서 남편은 물건을 제자리에 둬야 찾을 수 있는데 아내가 제자리에 두지 않기 때문에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내는 물건을 원래 둔 자리에서 바로 옆에, 자신의 코 앞에 있는데도 못 찾는 게 참 답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내들은 남편을 혼낸다. SBS 동상이몽에 함께 출연했던 이지혜의 남편은 한 방송에서


"결혼하기 전에는 엄마한테 혼나,

결혼 후에는 아내한테 혼나. 그냥 맨날 혼나.

엄마한테 혼나냐, 아내한테 혼나냐 그 차이다"


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었다. 누군가는 댓글에


'저런 사람은 나중에 딸이 크면 딸한테도 혼난다'는 말이 더 웃겼다. 하하하. 우리 불쌍한 남편들 혼내지 말자. 남편들이 물건을 못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남자는 원시시대부터 오랫동안 사냥에 몰두해 그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목표지향적이기 때문에 목표만 바라본다. 즉 주변 시야가 좁은 편이다. 누군가는 이를 밥을 먹을 때 밥 그릇의 사료만 바라보고 먹는 강아지에 비유했는데 어쨌든 그것밖에 못 본다.


대신에 여자들보다 길을 더 잘 찾는 이유는 멀리까지 사냥을 하고 다시 가족과 무리가 있는 곳으로 잘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방향을 잘 잡고 길을 잘 찾는데에 능하다. 우스갯소리로도 많이 이야기하지만 남자들은 사냥을 하는 습성이 오랫동안 본능으로 자리했기 때문에 정지된 물체보다 움직이는 물체를 더 잘 보기 때문에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여자보다 춤을 추거나 자꾸 움직이는 여자들을 더 잘 인식하고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져 있다고도 한다.


어쨌든 남편은 나와는 다른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물건을 못 찾는다고 너무 혼내지 말자. 혼낸다는 표현도 사실은 아내들이 좀 불편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 남편도 늘 혼난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남자들은 인정과 존중, 칭찬과 감사에 목마른, 여자와는 구조적으로도 많이 다르다. 나는 남편이


"이제 단 하루도 자기랑 싸우지 않을 것 같아. 이제야 자기의 사용설명서를 알았어" 라고 하길래 "어떻게 날 사용하면 되시겠나요 전하"라고 물으며 서로에 대한 라벨링을 만드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우리 부부는 다음의 순서대로 서로의 라벨링을 부착하고 관점을 바꾸고 대화법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아가는 시간을 함께 했다.


남편


1. 내 아내가 내게 받고자 하는 것을 단어로 표현하면?

사랑, 인정, 존중


2. 아내의 아미그달라, 으르렁 버튼은?

아내가 노력한 것이나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 일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을 때


3. 아내가 왜 그럴까? 왜 그랬을까?

아내는 어린 시절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고 양보했는데 그 일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헤아리며 알아주지 않고 행동만으로 판단하는 기억 때문에


4. 아내의 사용법은?

아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들리거나 보이는 것만이 아닌 어떤 마음으로 이랬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마음을 먼저 알아주면 아내는 화가 나다가도 금세 스스륵 꺼지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다른 의견들은 그 뒤에 하자. 딸처럼 생각하자. 동등한 입장으로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보호해야 될 대상으로 바라보자.


아내


1. 내 남편이 내게 받고자 하는 것을 단어로 표현하면?

인정, 존중, 칭찬, 감사, 존경


2. 남편의 아미그달라, 으르렁 버튼은?

인정해주지 않거나 질책하는 것,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


3. 남편이 왜 그럴까? 왜 그랬을까?

남편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누나와 공부로 차별당하며 원하는 것을 사주지 않고 공부를 잘해야만 주겠다는 말에 화가 많으며 잘해온 일에도 인정과 칭찬보다는 비교와 비난, 질책을 하는 것에 상처가 있음. 전 와이프가 경제적인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통제해 끔찍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네' 라며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음.


4. 남편의 사용법은?

별 일 아닌 일에도 하루 한 번 이상 매일매일 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하고 특히 일과 관련된 일은 더욱 인정하고 늘 믿어주며 지지해 주자. 또 어떤 것을 하겠다고 하면 나의 의견을 내되 먼저 존중하는 말과 인정하는 말을 하고 마음을 열게 한 후에 하자. 그리고 늘 믿는다는 말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다 본인 뜻대로 할 수 있게 오케이 아내가 되자.


남편과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질문에 답하면서 맞는지도 물었다. 정확했다. 우리 남편, 우리 아내는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라벨링의 질문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는 서로 라벨링을 통한 시간을 가지면서 남편이 나를 동등한 입장이 아닌 '보호해야 할 사람', '딸처럼 대하자'는 말에 정말 훌륭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폭풍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은 원래 자신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사람이라 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갈등을 겪게 됐는데 남편은 나와 함께 지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변화한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신기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인식을 통한 자기 관리로 T 중에 T였던 우리 남편의 감성지능이 많이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바꿔 쓰는 것 아니라지만 그건 천성과 관련된 문제를 말하는 것이고 감성지능을 높이며 상대를 이해, 인정, 존중하는 표현들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러한 부부 라벨링을 통해서도 말이다. 부부 서로가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나는 남편에게 항상


"나는 이런 마음으로
이런 일들을 더 노력하고
더 배려했는데"


라며 내 마음을 표현하면서 알아주길 바랐지만 남편은




"그래, 그래 줬다면 고마워.
근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기부터 챙겨"


라는 말로 나를 위한 말이기도 했지만 나는 많이 서운했고 내 마음을 인정받고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었다. 이제는 남편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그 마음을 더 따스히 알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니 너무 고맙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오늘도 인정, 존중, 칭찬, 감사, 존경의 의미로 표현해 줘야겠다.


"진짜 우리 자기는
어쩌면 그런 깊은 생각을 했어.

대단해. 존경해.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나도 자기를 이제 혼내지 않고(?) 더 존중할게"


한 조사에 따르면 남편들은 아내로부터 인정, 칭찬, 감사, 존경을 표현해 주고 집에 오면 웃음으로 반겨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해 주길 바란다고 한다. 또 아내는 남편에게 관심과 이해, 존중, 공감 그리고 사랑을 받는다고 느낄 만큼 많이 표현해 주기를 바란단다. 앞머리 조금 잘라놓고


"나 오늘 달라진 거 없어?"


라고 묻는 공포스러운(?) 질문도 아내들은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한 것. 성경에도


"여자는 사랑에서 힘을 얻고, 영감을 얻는다.

남자는 존경과 칭찬에서 힘과 영감을 얻는다"


는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 남편 '잘한다, 잘한다' , 아내'예쁘다', '그랬구나'를 여러 다양한 말들로 표현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딸처럼 대해야 더 사랑을 많이 주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너그러워질 것이고 반대로 아내는 남편을 오히려 혼내는 아들처럼 대하지 않으면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남편을 '전하'라고 저장해 둔 이유도 나는 남편이 인정과 존중,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채워주도록 항상 잊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오늘부터 남편, 아내를 부르는 애칭을 바꾸거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름을 서로가 원하는 단어를 넣어 바꿔보면 어떨까?


남편, 아내의 긍정적인 라벨링을 담은 단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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