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내 아내의 감정신호

by 김인희

내 남편, 내 아내의 감정신호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역량이자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가정과 사회 내에서 좀 더 긍정적인 관계로 잘 살아가기 위해, 또 부부의 이혼을 막기 위해 '감성지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나는 지금까지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인식, 관계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활용해 자기 인식, 자기 관리 그리고 지금부터 집중적으로 다루는 가족관계를 잘 형성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가족인식, 가족관계 관리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자 한다.


소통전문가, 소통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옥강사님은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왔고 그로 인한 상처가 아직도 잘 아물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끔 나를 투영하게 된다. 나는 김창옥강사님의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바로 '행복한 가정'이라는 말.


어릴 적 아빠 엄마사이가 좋은 친구들을 보면 참 많이 부러웠다. 단란하게 외식도 하고 참 따뜻하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런 친구들은 확실히 모난 곳 없이 성격도 좋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처럼 어떤 물건이 갖고 싶고 사고 싶다는 욕구보다 아빠 엄마 사이가 좋은 가정에서 자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가 사이가 꽤 좋아 명절 때 한 번씩 뵈면 '작은 아빠 집에 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엄마가 되면서 아이에게 좋은 가정,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내가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받게 할까 봐 아이들이 잘 때 투닥거리며 말다툼을 할 때도 나는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좀 해. 애들 깨잖아"


라며 병적으로 아이들 아빠의 입을 막으려 했다. 평소 전남편과 다툼이 잦거나 불안정한 가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외도사실을 안 이후부터는 내가 겪은 것보다 더한 가정을, 아이들에게 주지 말아야 할 상처를 평생 안겨줄까 봐 두려웠고 그것이 '쌍팔년 시대도 아니고 요즘 누가 애 때문에 살아요?'라는 지인의 말에 이혼에 용기 냈다. 아이들 때문에라도 이 가정은 깨야만 했다. 전남편과 살고 있는 아들에게는 내가 닿을 수 없는 영역이라 정말 미안하지만 그래도 딸만큼은 하루에도 몇 번의 웃음을 터트려대는 '행복한 가정'을 잘 만들어주고 있고 아들이 엄마 집에 와서는 마음이 평온하게 잘 있다 갈 수 있게 행복함으로 지내도록 노력한다.


어제는 딸이 말하기를 친구 중 하나가


"나도 너네 집처럼 행복한 가정이었으면 좋겠다. 아빠랑 엄마랑도 정말 잘 지내고, 공부하라는 소리도 안 하시고 정말 부럽다"


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의 남편이 딸과도 너무나 잘 지내고 서로 장난도 잘 치며 때로는 친아빠라고 할 만큼 서로 닮아가는 부분들이 참 많다. 그 덕분에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우리 딸은 남편 덕에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았고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다.


2, 3개월에 1번 투닥거림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다툼이 거의 없이 잘 지내는 우리지만 남편은 최근에


"이제 단 하루도 자기랑 싸우지 않을 것 같아.

이제야 자기의 사용설명서를 알았어"


라고 한 적이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다른 상황들에 마주하기 때문에 함께 한지 5년이 되었음에도 이제야 제대로 알겠다는 말을 한 듯하다. 우리는 부부끼리도 자녀와도 서로를 여전히 알아가고 늘 더 알려고 노력한다. 행복한 가정, 긍정적인 가족관계를 위해서는 늘 가족 간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이해하고 공감하며 헤어릴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이라고 해서 정말 다 아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아이들만 해도 가정과 학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딸에게 전해 들은 한 친구의 밝은 모습을 학부모 모임 때 만난 친구엄마에게 말하며 아이를 칭찬했더니 그 엄마는


"우리 아이가요? 정말요?

집에서는 전혀 안 그러는데 정말 우리 아이가 그렇다고 하던가요?"


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러 번 되물었다. 가족 모두가 서로를 드러낼 수 있도록 안전함이라는 정서를 가정 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또 가족에 대해 서로 제대로 관심 갖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가족의 감정을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해가 기본이 된다면 말투, 말 꼬라지도 좋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서로의 관계는 더더욱 나쁠 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긍정적인 가족관계를 위해
자기 인식, 자기 관리, 다음으로 '가족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성코칭법> 저자 트래비스 브레드베리, 진 그리브스는


"사회인식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정확하게 집어내어

실제로 그 사람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말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나의 내면이 아닌 바깥을 보는 것이다

사회인식 능력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쏟고

다른 사람이 보내는 감정신호를 알아차리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가족에 대한 관심을 쏟고 가족의 미세한 감정신호까지도 알아채며 가족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가?


나는 화장품 강사로 10년 이상 일하면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직원대상으로 CS(Customer Service)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CS에 대한 정의 중 하나를 '고객의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고객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하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옛 초코파이 CF의 CM송처럼 눈빛, 표정, 제스처, 행동들만 봐도 말하지 않는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사회인식, 가족인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라는 프로그램에 격리부부가 출연했다. 아내는 남편이 한결같이 다정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6년째 따로 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남편이랑 함께 밥을 먹은 지가 몇 년 됐다면서


"제가 꼴 보기 싫으니까 제가 하는 밥도 먹기 싫은 거겠죠"


남편은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31도가 넘는 찜통 속에서도 방에만 있다. 그런 아내는 또


"내가 그렇게 싫을까. 얼마나 싫으면 저렇게 하는 걸까 싶다"


며 많은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면 남편이 수시로 갑자기 화를 내 그때마다 두려움을 느꼈고


"네 얼굴만 보면 화가 난다"


는 충격적인 발언을 남편이 한 데다 별거를 요구한 남편이 전셋집까지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집을 나가지 않고 전셋집을 정리하고 다시 집에 들어왔단다. 남편은 집을 나간다고 하면 아내가 말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전셋집 보증금을 챙겨준 모습에 화가 났고 오기로 전세 계약을 맺었을 뿐이란다. 홀로 방 안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남편은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 같다"


라고 말했다. 남편을 들여다보면 아내에게 화가 나서 막 내뱉은 말 꼬라지는 정말 좋지 못하다. 아내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여러 번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했던 아내의 모습도 안쓰러웠다. 아내는 자신이 '얼마나 싫으면 남편이 찜통더위에서도 방 안에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남편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남편은 감정신호를 보내고 있다. 좀 더 남편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앞에서 이야기 한

"왜 그럴까"
"왜 그랬을까?"

로 먼저 생각하면 조금씩 그 이유들이 풀리기 시작한다.(가족인식을 위해 가족의 과거를 들여다 보기도 하자) 남편은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고 스스로를 틀 속에 가둬 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이 화가 나서 방에 들어오면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길 원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아내와 다른 가족들이 다가와주길 원하는 어린아이 같은 성향이 있었다.


화가 많은 남편의 모습에 아내도 아이들도 집에서 조심하느라 마주쳐도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남편은 그것이 더욱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왔으면


"왔어?"


라고 물어봐주며


"오늘도 수고했어"


라는 말 한마디가 간절하다고 남편은 말한다. 서로 가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웠다. 남편은 '나의 화로 인해 가족들이 두려워하고 최대한 나에게 배려하려 하다 보니 말을 걸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빠른 자기 인식과 자기 관리를 통해 노력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내는 남편이 화를 내는 이유는 '늘 존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에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화를 내는구나.


그래서 가족들에게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방에 들어가는 건데 어쩌면 더 따뜻한 말과 존중하는 말로 자신을 밖으로 불러주길 기다릴 수도 있겠구나'

라고 남편을 인식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남편과 아내가 서로 보내는 감정신호를 조금만 더 잘 알아차렸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까웠다.


여러분은 지금 남편과 아내가 늘 반복하고 있는 '감정신호'를 알아채고 있는가?

상대가 말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의 감정신호를 알아채기 위해 상대 배우자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갖고 있으며 얼마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자. 앞서 다룬 '당신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의 목차 제목처럼 당신의 배우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신생아를 키울 때 아이가 울 때 '왜 울까?'를 부모들은 먼저 생각한다.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하려고 작정했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다. 기저귀가 불편한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안아주길 원하는 건지, 졸려서 잠투정을 하는 건지, 배에 가스가 찼거나 몸이 아픈 건지 등등.


아이가 왜 우는지 모르겠으면 부모는 당장 아이의 기저귀를 확인해 보고 젖병도 물려 보고 안아도 줘보고 토닥토닥해주며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등 우는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려 한다. 이렇게 신생아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진정한 관심을 갖게 되면 아이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 부모는 이제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왜 우는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의 말에 더 귀 기울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나,
깊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닐까?


또 상대가 나의 감정신호를 퀴즈 맞추듯 알아채 달라며 어려운 문제를 내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까. 상대의 감정신호를 알아채는 것만큼이나 나의 감정을 명확하게, 제대로 표현할 필요도 있다. 나는 많은 부부들이 이혼 법정에 서지 않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금까지 수 십장의 많은 글을 써내고 있지만 주장하는 것은 하나다.


부부관계가 좋으려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상대에게 표현하고,
자신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에 대한 인식,
관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부부 서로가 갖추는 것만이
이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배우자 중 한 명이라도 이 마저도 노력할 의지가 없다면 나는 좀 독하게 말하고 싶다.



"왜 삽니까? 차라리 이혼하세요. 이혼을 추천합니다"


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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