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만드는 안전기지 VS 군사기지

by 김인희

부부가 만드는 안전기지 VS 군사기지


어릴 적 수련회를 가면 조교들의 유행어가 있었다.


"여러분이 하는 것에 따라 조교는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꼭 마지막 날 밤에는 캠프파이어와 촛불의식으로 어버이은혜를 부르게 했다.


"낳실 제 괴~~ 로움 다~잊으시고오~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지금도 눈물이 고일만큼 슬픈 노래. 집을 떠나 며칠을 낯선 곳에서 이유도 모른 채 기합을 받고 온몸은 근육통에 시달리고. 막 집에 가고 싶고 엄마보고 싶고. 그런데 그 마음을 '탁'하고 터트려버린 노래가 어버이은혜였던 것이다. 돌아갈 곳 우리 가족.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수련회에 끌려(?) 와서 이유도 모르는 기합을 받으며 하루종일 나를 굴린 조교를 얼른 떠나 안전한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서 이 모든 것을 낱낱이 일러줄 테다'


라는 마음으로 보고 싶고 그리운 부모님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오은영박사는 '진짜 좋은 배우자가 어떤 배우자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가 수련회 때 어버이은혜에 눈물을 흘렸던 것도 부모님을 더욱 그리워했던 이유도 그 말속에 다 있었다.


"혹시 '안전기지'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그 사람의 얼굴만 봐도 긴장이 풀릴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중받는다는 감정을 느낄 때

우린 '아, 이제 집에 왔구나'하는 느낌을 받아요.


내가 나여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주죠.

요즘 시대에는 이 느낌이 참 중요해요.


많은 돈과 성공, 좋은 집과 좋은 차,

그런 거창한 것들로 우리가 사고 싶었던 것이

결국 '내 편'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좋은 집을 가진 사람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편안한 집이 되어 줄 사람을 1번으로 만나세요.


힘든 날이면 다음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돌아가고 싶은 사람을요.


진짜 좋은 배우자의 1번은

'같이 있을 때 편안한 사람'이에요"



여러분의 집은 안전기지인가?


남편 혹은 아내가 같이 있을 때 편안한 사람인가?

나는 이제 부모님의 딸보다 우리 남편의 아내, 우리 딸, 우리 아들의 엄마로 더 집중된 삶을 살고 있다. 가정이라는 이름 아래. '집', '가정'이라는 곳에 들어오면 나는 내가 안정감을 줘야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나도 안정감이 채워지는 곳이 되기를 여전히 원한다.


오은영박사님이 표현한 '안전기지'라는 말이 딱 맞다. 집이 그러한 곳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나는 멀리까지 지옥철로 다니며 지치고 지쳤을 전남편이 집에 오는 시간이 되면 어린 꼬맹이들(딸, 아들) 임에도 장난감을 스스로 치우게 하고 도착 10분 전에 메시지를 달라며 집에 오자마자 손만 씻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게 했다. 내가 어릴 때 가져보지 못한 안전한 가정을 가져보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아내의 역할을 만족시키지 못했는지 결국 서로 남이 됐지만 나는 여전히 내 가정, 가족 모두가 전쟁터에서 싸우고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는 안전기지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누가 먼저 들어오더라도 힐링이 될 수 있도록 아침 출근 전에 집을 깨끗이 정리해 놓고 나온다.


으르렁 버튼이 올라오는 우리 딸 방도 마음의 준비로 심호흡하고(?) 들어가 이불정리와 널브러진 화장대 정리, 허물처럼 벗어던져진 채 바닥에 뒹굴고 있는 잠옷도 예쁘게 개어 놓는다.


일이 많아 야근을 할 때는 잘 챙기지 못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은 꼭 직접 요리해서 차린 음식으로 가족식사를 하고 열정적으로 책을 쓰다 보니 주말에 집에서도 책을 썼는데 잔뜩 집중하느라 예민해져 말투와 말꼬라지가 좋지 못한 나를 '자기 인식'하고 집에서는 절대 컴퓨터조차 켜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도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우리 남편과 딸아이와의 시간에 더욱 집중한다. 내가 가족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집이 안전기지가 될 수 있도록 딸아이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남편과의 관계를 더욱 집중한다. 부모의 관계가 곧 집안의 공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이 안전기지가 될지 아니면 전쟁이 터지기 일보직전으로 부부가 팽팽히 맞서 마치 언제든 전쟁이 터질 것만 같은 불안에 떠는 군사기지가 될지 부부문제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KEPCO에서 운영하는 SNS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안전의 반대말 혹시 알고 계신가요? '불안'입니다.

다시 말하면, 위험이 생길 우려가 없어 불안하지 않은 상태가 안전인데요.


개인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안전한 작업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아이보다 먼저 만들어 놓은 '가정'과 '가족'

가족은 구성원을 뜻한다면 가정은 그 구성원들이 일차원적인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기만 하는 공간보다는 얼마나 가족들이 편안하고 안전, 안정감을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가족모두가 학교에서, 회사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와 다음 날 또다시 전쟁을 치르기 위해 충전할 수 있는 휴식터가 되어주는 곳이 바로 '가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괴롭힌 친구가 있었거나 오늘 일이 잘 안 돼서 힘들고 지쳤던 일,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들을 회복하는 곳이 가정이며, 회복을 돕는 사람들이 가족일 텐데 가정이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면 집에 와서도 홀로 싸워야 하거나 지금 막 적과 전쟁을 치르고 너덜 해진 몸과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이제는 내 편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가정이 아닌 다른 안전지대를 찾아 헤매며 방황하게 되지 않을까.


부부 서로에게도, 자녀에게도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관계, 서로에 대해, 부부의 문제에 대해 잘 살펴보고 인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부부가 좋은 가정환경을 만들어놓으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부모의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나는 자녀보다 부부의 관계를 먼저 긍정적으로 형성하라고 말하고 싶다. 서로에 대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서로에게 늘 심어주며 불안함을 갖지 않게 하는 안전한 사람임을 인식시키자.


한국전력 KEPCO의 글을 인용해 말하자면


"개인의 자기 인식에 대한 경각심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안전한 가정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은영 박사님이 말한 진짜 좋은 배우자의 1번은 '같이 있을 때 편안한 사람'


'편안''편'은 한자 '편안할 편便'을 사용한다. '내 편', '네 편'할 때의 '편便'도 같은 한자를 쓴다. 하지만 이 '편便'이라는 한자가 '편안할 편'이 아닌 특이한(?), 이와는 상이한 뜻과 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소변(小便), 대변(大便)이라는 단어에도 쓰이는 바로 '똥오줌 변便'이다. '便''편'으로도 쓰이고 '변'으로도 쓰인다. 나의 배우자가 편안한 사람, 내 편이 되어 주는 안전기지를 만들어 줄 가족일 수도 있으면서 동시에 똥오줌 같은 피하고 싶은 불안한 사람, 내 편이 아닌 내 적, 안전지대가 아닌 군사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나는 '便'자의 의미를 내 멋대로 해석해 본다.


'가족(家族)'일 지 집 안의 원수 '가적(家敵)'일지 가조에 'ㅅ'받침이 되는 그것일지 가장 먼저는 부부에게 달려있다. 부부관계가 좋지 못하면 가정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해 자녀의 일상을 넘어 자녀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가족 모두의 인생이 가정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이 좀 더 경각심을 갖기 위해, 더욱 좋은 가정을 만들아 부부, 자녀와의 관계가 모두 좋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련회의 조교가 되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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