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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호 Oct 19. 2024

2) 사우스캐롤라이나

나의 루틴 중 하나는 엄마가 저녁을 차린다고 부르시면 키친카운터에 앉아 뉴스를 듣는 일이에요. 가끔 한국소식이 들리면 반갑고, 아빠 회사이야기가 나오면 신기해요. 미국 학교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섭기도 하고, 미국대통령을 뽑는 투표권이 생기면 누굴 뽑을까 고민도 해 봐요. 그런데 이 시간에 가장 자주 듣는 소식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일어난 사건이에요. 그리고 그때마다 친구가 사우스가 아닌 노스캐롤라이나에 살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지요.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많은 이유는 뭘까요? 여행 전부터 궁금했어요.


우리가 도착한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마치 영화 ‘카’에서 주인공 맥퀸이 우연히 머물던 낙후된 마을 같아 보였어요. 뉴스 속의 사건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지요.

노스캐롤라이나에서부터 차를 타고 왔는데, 주의 경계에는 폭죽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었어요.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불꽃놀이가 불법인데, 아마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합법인 것 같아요. 오래 머물게 된다면 불꽃놀이가 있는 밤을 즐길 수 있을까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면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데, 여기는 더 성대하게 불꽃놀이를 할까요? 아빠한테 폭죽을 사러 가자고 해봤지만 안된다는 대답을 들었어요. 아빠는 평소에 안된다는 대답을 잘 안 하시니까, 그냥 듣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곳이 뉴스에 자주 나오는 이유는 친구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옆이라 우리 귀에 익숙한 것이라고 엄마가 알려주셨어요. 다른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산불사고로 항상 우리한테 안부를 전하는 것처럼, 캐롤라이나 지역뉴스를 들으면 우리는 귀를 더 쫑긋하게 된대요. 내가 정말 그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엄마의 추측은 맞을 때가 많거든요. 우리가 들른 보더라인은 여름이 되면 활기를 찾겠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쉬는 시간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웰컴센터에도 방문했어요. 우리 집 거실처럼 아늑하게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지도가 자세하게 전시되어 있었어요. 아직 가야 할 곳이 많은데 고작 한 개 주의 지도가 이렇게 크다니 우리가 개미가 된 기분이에요.  방명록이 있어서 우리의 기록을 남기다가 다른 사람들의 여행을 엿봤어요. 다른 사람들은 왜 이곳까지 왔을까요? 저랑 같은 이유는 아무도 없겠지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2팀, 플로리다 1팀, 뉴욕 1팀, 펜실베니아 1팀, 로드아일랜드 1팀,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온 우리 가족이었어요. 제가 가장 멀리서 들른 손님이라고 생각하니 여행에 더욱 열정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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