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주에서는 포츠머스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어요. 랄리공항에서 보스턴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 후, 렌터카를 타고 뉴햄프셔주에 도착했지요. 랄리공항에 도착했을 때와는 반대로 보스턴 공항에 도착하니 렌터카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요. 모든 렌터카 직원들이 어딘가로 향해 가더니 차를 한 대씩 운전하면서 나타났어요. 그리고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차례대로 차를 받아 떠났어요. 이것은 마치 감나무에서 감이 내 입으로 떨어지길 바라는 상황 같다며 엄마가 기가 막혀했지요. 우리는 2시간 동안 기다리고 나서야 마침내 차를 탈 수 있었어요. 여행 중 제가 설레는 순간 중 하나가 렌터카를 고를 때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숙박예약이 취소되지 않도록 아빠는 호텔에 메시지를 남기셨고 새벽 1시에 호텔의 마지막 손님으로 체크인을 했어요. 엄마와 아빠는 포츠머스조약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머무는 곳에 대한 지식을 설명하려고 하셨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기억이 안 나요. 기억에 남는 것은 2시간을 기다리고 마침내 호텔 근처에서 빛을 밝히고 있던 Mc donalds를 발견했다는 것이에요.
새벽 1시에 감자튀김을 먹을 확률은, 1년 중 하루! 운이 좋으면서도 나쁜 날이었어요.
다음날 아침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잠수함이 전시된 곳을 보게 됐어요. 작은 안내소가 있었는데 전역한 해군 할아버지가 계셔서 재밌는 책을 추천해 주셨어요. 제가 읽으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여전히 엄마의 설명을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곳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직감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정보 안내판을 읽으면서 포츠머스조약이 어떤 것이지 알게 됐어요.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일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내가 과거로 돌아가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미국은 정말 많은 일을 했던 바쁜 나라 같아요.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훨씬 길지만, 짧은 시간에 열심히 지낸 모습이, 사람이었다면 엄마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학교에서 가끔 좋아하는 친구들이 싸워서 나에게 심판을 봐 달라며 다가오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데 미국은 아닌가 봐요. 친구들에게 공정해지려고 노력하지만 꼭 토라져서 어색해지는 친구가 생기 거든요. 모두 좋아하는 친구들인데, 잘못 없이 갑자기 싸운 사이가 되는 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요즘은 가능한 화장실이 급하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하려고 해요. 하지만 제가 계속 이러면 둘 다 토라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는데 그러면 점심시간이 금세 끝나버려요. 언젠가는 친구들 모두 마음 다치지 않게 해결하는 지혜로운 방법을 배우게 되겠지요?
4)메인
아침을 먹으러 뉴햄프셔 주의 포츠머스에서 메인주의 키터리에 있는 까페에갔어요.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우리가 목표한 모든 주를 들렀다 갈 수 있으니까요. 아주 작고 클래식한 마을에 있는 까페 였는데 안을 꽉 채운 손님들은 대부분 이웃으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가 우리를 이방인으로 바라봤어요. 특별히 관광지가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더욱 진하게 낯선 모습을 풍기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진짜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우리 교실 안 처럼 적당하게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어서 내가 한국에서 온 전학생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되는 것이 편안한데……..
메인주 자석을 사고 싶어 마을의 안내센터과 관광포인트를 돌아봤지만 헛수고였어요. 그 대신 키터리 마을의 곳곳을 들를 수 있었지요. 전시관도 있었지만 문을 닫아 볼 수 는 없었어요. 다시 포츠머스로 돌아와 잠수함이 전시된 공원을 구경했어요. 그리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석은 그곳에서 모두 살 수 있었어요. 자석을 모으는게 재밌어요. 가격도 비싸지 않아 사달라고 하면 아빠가 흔쾌히 사주시는 기념품이거든요. 여행이 끝난 후, 메인주는 값싸고 맛좋은 게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먹지 않고 돌아온 것에 아쉬움이 계속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