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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짓다
결혼 30주년
어디서 왔니
어떠한 바람을
어떠한 햇살을
어떠한 손길을 거쳐왔니
나고 자란 곳 달라
생김새 달라
질감도 서로 다른
너는 보리, 나는 콩
어쩌다 만나 한솥에서 보글보글 끓어간다.
단물
쓴물
눈물
치열한 불
맹렬한 불
따가운 불
치짓 치짓 치짓
시끌벅적 돌아가는 추
어서 자욱한 김을 빼주면 좋으련만.
어느새 생겨난 까끌 수수
또 어느새 생겨난 톡톡 귀리
이젠 넷이 한솥에서 지글지글 끓어간다.
치짓 치짓 치짓
요란법석 돌아가는 추
어서어서 끈적한 김을 빼주면 좋으련만.
서른 해,
이렇게 우린 한솥에서
지지고 볶고 어우러져 잡곡밥을 지어낸다.
자, 오늘은
어떤 모양 그릇에 밥을 담아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