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작가, 김원진 옮김
내 방 책상 위,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두 문장이 적힌 메모가 놓여 있다.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가?
하루에도 수시로 드나들며 눈과 마음에 담는 질문이다.
이렇게 나는 평소 ‘삶의 의미’와 ‘행복의 정의’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현대 사회가 제공하는 편안함에 너무도 당연하게 젖어 있었고, 그 이면을 깊이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삶은 더 쉽고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내가 진정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볼 기회는 없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편안함의 습격>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고, 그 선택은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탐험가·교수로서 현대인의 건강과 행복, 의미 있는 삶을 탐구해왔다. 그는 알래스카 북극, 부탄, 전쟁 지역, 볼리비아 정글 등 극한의 환경을 직접 경험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삶을 최적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오히려 불편함”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책의 중심에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33일간 알래스카 오지에서 순록 사냥을 하며 극한의 불편함을 체험한 이야기가 있다. 이 여정은 에세이처럼 흘러가지만, 중간중간 다양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인간은 왜 불편함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물론 모든 경험에 온전히 공감한 것은 아니다. 극한의 불편함을 체험하기 위해 순록 사냥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끝내 남았다.
저자의 여정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엄마로서의 나 자신을 떠올렸다. 올해로 6세와 4세가 된 아이들은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부모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나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그 편안함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안전’을 앞세우며 가위 사용을 늦게 허락하고, ‘청결’을 이유로 음식 흘리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비누 거품이 묻은 손을 아이 대신 내가 직접 벅벅 씻겨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저자가 혹독한 자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장면들은, 아이들을 어떤 태도로 키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인상적인 부분은, 인간이 지나친 편안함 속에서 오히려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온도 조절된 실내, 풍족한 음식, 안전한 생활환경은 분명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회복력과 도전 정신, 자기 발견의 기회를 빼앗았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려는 방법으로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단순히 고통을 견디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통해 자신을 깨우고 삶의 감각을 되찾으라는 메시지였다.
책을 덮으며 아이들과 함께 실천할 만한 작은 불편함을 떠올렸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기, 비 또는 눈이 내리는 날 일부러 외출하기, 디지털 기기 없이 시간 보내기, 익숙하지 않은 활동에 도전하기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들의 도전 정신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불편함을 권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이렇게 편안한데도 종종 공허함을 느끼는지, 그리고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묻는다. 행복은 편안함이 보장해 주는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편안함 너머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고, 시간의 유한함과 허무함, 동시에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결국 이 책은 내게 ‘현재에 충실하자,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히 여기자’라는 여운을 남겼다. 편안함에 머무르기보다 불편함을 통해 더 깊이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