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남 얘기인 줄 알았다, 내 아이가 아프기 전까진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홍성수 작가

by 이윤지

나는 크리스천이자 의료인으로서, 학생 시절부터 인권 문제에는 미미하게나마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집단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나의 두 아이가 모두 희귀질환을 진단받고, 건강 측면에서 사회 안에서 소수집단으로 취급되는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소수 문제로 관심이 확장되었다. 이와 함께 내 독서 장르 역시 사회과학과 인권 관련 서적 중심으로 넓어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책이 바로 홍성수 교수의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이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스스로 “우리는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믿는 태도가 사실은 큰 착각일 수 있음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차별은 단순한 개인의 편견이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제도 속에서 반복되며, 때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재생산되기도 한다. 저자는 흑인, 난민, 성 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하며,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현실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책에서 단어의 정의와 구체적 사례를 연결해 설명하는 방식은 매우 친절하고 체계적이었다. 그동안 관심이 없거나 잘 몰랐던 부분을 자세히 알게 되어 유익했고, 나 또한 의료인과 환아 부모로서 소수집단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지식이 아니라, 내 삶과 직업적 역할에까지 영향을 주는 깨달음이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흥미롭고 동시에 씁쓸하게 느껴진 부분은 ‘노키즈존’ 논쟁 사례였다. 2010년대 후반, ‘노키즈존’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주목받았을 때, 일부는 “공공시설이 아닌 개인 소유 매장이라면 사장의 자유”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저자는 이를 ‘자유의 역설’로 설명한다. 즉, 개인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때 발생하는 갈등이다. 게다가 노키즈존은 ‘아줌마 출입 금지 헬스장’, ‘고령자 회원 불가 스포츠 클럽’ 등으로 확대되면서, 사회에서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문제가 얼마나 빠르게 구조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사례는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차별이 일상에서 점진적으로 심화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또한 저자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현실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의도적이고 노골적이지 않은, 미세한 차별은 쉽게 손대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는 이유는, 사회적 계기를 마련하고, 정치적으로 혐오와 차별과 결별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273p, 276p)



개인적으로 위 부분을 읽을 때, 한편으로는 슬프고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묵직한 울림과 책임감을 느꼈다. 이는 ‘즉시 변화’보다 ‘미래를 향한 사회적 투자’라는 관점을 새롭게 깨닫게 했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반복되는 메시지도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경될 수 있다. 당장은 특별히 손해 보는 일 없이 살아가더라도 그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장애는 후천적이다. ... 누구든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디에서 살아가든 차별받지 않을 환경을 만드는 것은 나의 현재가 어떠하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 차별금지는 결국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다.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과 연대를 지향하는 것은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한 가장 지혜로운 투자다.” (287p, 24p)



이 말은 개인적 경험과도 깊이 연결되었다. 의료인으로서, 환아 부모로서,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단순히 타인을 위한 선의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 나아가 사회 모두의 미래를 위한 투자임을 실감했다.



이 책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사회를 보는 눈과 나 자신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차별의 구조를 파악하며, 나의 현재와 미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임을 성찰하게 했다. 앞으로도 이 책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삶과 실천으로 연결하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