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나의 하루를 바꾼 순간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정혜윤 작가

by 이윤지

<책을 덮고 삶을 열다> 라는 제목을 보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독서를 통해 얻은 사유와 성찰이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일부러 선택하지 않았던 책이다. 요즘 두 아이의 겨울 방학 기간이라 나의 하루가 오롯이 육아와 집안일에 치이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은 항상 뒤로 밀리고, 심지어 ‘독서에 관한 책’이라니. 솔직히 한 번쯤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싶은 시점에, 독서 모임 지정 도서로 이 책을 읽게 된 게 그냥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 읽었으면 정말 많이 아쉬웠을 책이다.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깊었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깨달은 생각들뿐 아니라 삶을 살아오며 겪은 ‘경험’을 함께 엮어 사유가 현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독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삶의 태도에 대한 기록’처럼 느껴졌다.



두 아이와 뒤엉키는 나날을 보내다 보면 생각은 자주 끊기고, 감정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간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공감되는 문장이 유독 많았다는 것이다. 막연히 느끼고만 있었던 감정들이 문장으로 반듯하게 정리된 경험은 꽤 놀라웠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걸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읽는 내내 그런 순간들이 반복됐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떤 태도로 쓰고 살아갈 것인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했다. 독서는 새로운 생각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본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 목록은 단순한 추천이 아니라 저자의 독서 흐름, 사유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도처럼 보였다. 현실적으로 모두 따라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이 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은 아이들을 어떤 어른으로 키우고 싶은지, 그리고 그 앞에서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이 있다.


"진실되고 유용하고 싶다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생긴 나의 소원이다. 그런 책들이 나를 도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용기를 냈고 나도 뭔가를 되돌려주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는 되돌려주기의 글쓰기다. 174p"



이 문장을 읽으며 나 역시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도움과 용기를 받아왔는지 떠올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어쩌면 아이들에게 그런 문장 하나쯤은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 삶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생각은 분명히 시작됐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육아와 일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