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의 그런 순간이면 죽고 싶어 진다.
영원에 순간을 가두고 싶어 진다.
살수록 이 삶이 지나가는 바람결 같은 것임을, 한 순간의 느낌일 뿐이며 그 무엇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아무리 정교한 카메라로도 바람결을 담을 수 없다.
고통 안에 있을 땐 모른다. 고통은 의미를 증폭하며 순간을 굳힌다.
아름다움 안에 있을 때에야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의미를 무력화하고 순간마저 제거한다.
그래서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구절을 보면 죽고 싶어 진다.
그러니까 인간은 아름다움보다 고통 안에서 안정을 느낀다. 추하고 악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안에서 비로소 안심한다.
아주 가끔, 고통이 아닌 아름다움을 느낄 때면 죽고 싶어 진다. 죽음이라는 영원, 그 무한 속에서, 찰나라고 할 수도 없는 텅 빈 현실을 붙잡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