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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지 Mar 12. 2024

이런, 나의 이력

책날개 작가이력 쓰기

출판사에 최종 원고를 보냈고 이제 '이력'을 써야 합니다. 넘기 힘든 난관입니다. 힘을 빼야 오그라드는 말을 텐데, 힘을 빼기가 너무 어려워요.


작가로서 이력이랄 만한 게 없는 거 같은 사람이 첫책을 낼 때 뭘 써야 할까요? 너무 겸손을 떨면 자신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과장을 하면 책이 나오기도 전에 숨어버리고 싶을 같습니다. 


뭘 전공했다고 잘 하는 것도, 잘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전문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요. 일한 경력을 쓰기도 애매합니다. 문화기획 분야에서 일을 했었지만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도저히 그 일이 저를 설명한다고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책과 관련도 없고요.


전공도, 경력도 내가 아니면 나라는 인간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이나 가족관계, 혹은 역할 같은 게 나라고 할 수도 없죠. 남들 보기에 별 볼일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인 것도 아니잖아요?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아닌가? 아니, 온 우주를 담은 모든 것인가?  


사실 그런 끔찍하게 아득한 이 존재론적 고찰이 책의 주제입니다. 그러니 이 함정을 잘 피해 가야 합니다.


아닙니다. 뭐, 그게 중요한가요. 이도 저도 안되면 적당히 쓰면 되죠. 힘빼고 넘기 힘든 난관 그 아래로 기어 가도 괜찮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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