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ster (2010)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이 추천한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중편소설 (100쪽이 안됩니다) "맡겨진 소녀 (Foster)"를 몇 일전에 구매해 놓고 방치하다가 토요일 오전에 꺼내들어 2시간만에 완독하였습니다. 평범한 내용이라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원 제목이 Foster, 즉 입양이지만 우리나라 제목인 "맡겨진 소녀"가 좀 더 내용에 가깝다고 생각하여 현명한 번역이라 생각됩니다.
IRA 활동이 격렬했던 1981년의 북아일랜드, 서로 친척지간으로 보이는 두 부부, 아마도 언니와 여동생의 관계이거나 오빠와 여동생일것으로 판단되는 두 부부가 있고, 한 부부는 자식이 5명이나 되고, 다른 부부는 자식이 없습니다. 식구가 7명이나 되면 당연히 풍족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고, 결국 딸 한 명을 다른 부부에게 잠시 맡깁니다. 다른 부부는 꽤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 맡겨진 소녀는 당연히 두 부모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자신의 실수도 덮어주고, 옷도 새로 사주고,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돌봐주는 새 부모에게 더욱 끌릴 것입니다. 아이는 가난에 시달리면서 집안에 갖혀 하루하루 보내는 것도 벅찬 가정에 있다가, 이웃과 끈끈한 공동체를 이루며 이웃의 일을 나의 일처럼 받아들이며 폭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새로운 보호자와 즐거운 한 철을 보내고 다시 돌아갑니다. 여기에는 아픔의 치유도 있고, 인간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도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소녀는 자신에게 이런 깨달음을 제공한 임시 부모로부터 어떤 성인으로 성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본보기를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에 소녀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때, 자신을 데려다 준 임시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면서 외치는 두 번의 "아빠". 하나는 진짜 아빠를 부른 것이겠지만, 또다른 아빠는 자신이 바라는 아빠를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하나 정확히 설명하는게 없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맡겨진 소녀"의 이름 조차도 없습니다. 즉, 독자에게 다양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습니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에피소드도 많지 않지만, 작가가 열어놓은 공간에서 독자는 얼마든지 자신의 지력으로 헤엄칠 수 있습니다. 어떨때는 작가의 시선에서, 또 어떨때는 소녀의 시선에서 사람을 바라보면서 아기자기한 삶을 보여줍니다. 이떻게 보면 아동문학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성장소설 같기도 하지만, 결국은 인간삶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새 부모가 소녀에게 알려주는 삶의 가장 중요한 성찰. "침묵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