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man (2025)
앞으로 또다른 "슈퍼맨"이 나오겠지만, 개인적으로 "슈퍼맨"은 이제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제임스 건" 감독의 새 "슈퍼맨"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사실 "슈퍼맨"이라는 최강의 슈퍼 히어로에 대한 기본 얼개는 이미 오래전에 구축이 되었습니다. 크립톤 행성이 파괴되고, 크립톤 행성의 과학자였던 "조 엘"과 아내가 아들 "칼 엘"을 지구로 보내고, 지구에서 새 부모를 만나서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초능력을 감추면서 잘 크다가, 자신이 처음으로 지구에 도착한 곳에서 부모의 유언을 마주하고, 각성하고 "데일리 플래닛"에 기자로 들어가고, 여차하면 출동해서 지구인을 구하다가 "로이스 레인"과 사랑에 빠지고 "렉스 루터"라는 천재적인 악당을 만나 온갖 고생을 하다가 어쨌든 지구는 구하는 결론. 우리가 여러차례 배우를 갈아치우며 맞이한 기본 얼개는 거의 비슷비슷 했습니다.
슈퍼맨의 완전한 뼈대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슈퍼맨을 맡은 "리처드 도너"감독의 "슈퍼맨 1"에서 완성이 되었습니다. CG가 없던 시절 어색한 비행장면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코믹스에서 막 튀어나온것 같은 "싱크로율 100%"의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이 영화의 틀을 완전히 확고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4편의 슈퍼맨을 찍고 큰 사고를 당해서 하차를 합니다. 이후에 이 작품을 되살린건 코믹스의 광팬으로 X-맨을 탄생시킨 "브라이언 싱어"감독이 "크리스토퍼 리브"와 비슷한 "브랜든 라우스"를 데리고 CG를 최대한 활용하여 찍은 "슈퍼맨 리턴즈" 입니다. 배우의 연기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발 끝에도 못미쳤지만, 자연스러운 비행장면을 구현한 CG의 덕분에 똑같은 줄거리에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또다시 코믹스의 광팬인 "잭 스나이더" 감독이 "맨 오브 스틸"이란 타이틀로 "헨리 카빌"을 기용하여 "진정한 파괴의 왕 슈퍼맨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 2"가 나온다 어쩐다 하더니 "저스티스 리그"로 확장하여 인기있는 슈퍼 히어로를 모두 불러모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원더우먼, 아쿠아맨, 배트맨, 플래쉬, 사이보그... 이제 DC는 패를 모두 꺼낸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슈퍼맨"이 또 필요할까요?
"저스티스 리그"에서 보면 "렉스 루터"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원더우먼"이 "메타 휴먼"이라는 폴더를 열어보게 되고, 그 안에서 위의 슈퍼 히어로들에 대한 정보가 나옵니다. "메타 휴먼". 그렇다면 "메타 휴먼"은 6명 뿐일까요? "제임스 건" 감독은 이 6명 말고도 코믹스에서 더 많은 "메타 휴먼"을 찾아냅니다. 우리가 알던 "그린 랜턴" 뿐만 아니라 "미스터 테리픽", "호크 걸", "메타 모포" (이상은 일명 "저스티스 갱"으로 슈퍼맨의 편), "더 엔지니어", "슈퍼맨의 복제인간" (이상은 렉스 루터의 편). 그리고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슈퍼맨의 부모에 대한 서사도 뒤집어 버립니다. 지구의 평화를 걱정하는 그런 부모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로이스 레인"과 "슈퍼맨"의 연인관계도 더이상은 비밀이 아니고, "로이스 레인"도 "슈퍼맨"이 "클라크 켄트"라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 충분할까요? DC의 수장이 된 "제임스 건"에게는 아직 부족합니다. 이제 "블랙홀"과 "양자영역"을 끌어옵니다. 그리고 "미니 우주"라는 개념도 끌어옵니다. ("양자 영역"이라는 개념을 영화에 넣어 망한 영화가 있는데 "앤트맨 3" 입니다. ) 그리고 "렉스 루터"를 사상 최강의 천재로 만듭니다. 영화를 보면서 주연은 새로운 슈퍼맨을 연기하는 "데이빗 코런스웻"이 아니라 "니컬러스 홀트"가 연기하는 광기 가득한 "렉스 루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그동안의 슈퍼맨이 가진 모든 서사를 다 버리거나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전체에 어마어마한 CG를 깔아놓았습니다. 배우가 감정연기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정신없이 싸우고, 뛰어다니고... 절반쯤 지나면 감정이 하나도 없는 이런 광기어린 폭주가 지긋지긋해 집니다. 언제 끝나나.. 남은 시간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그런 영화 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헐리웃 영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가득 올라옵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사람과의 대화 시간이 초단위로 줄어들고, 대화 도중에도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전화 하는 것 보다는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시대. "제임스 건"의 슈퍼맨에는 갈수록 메말라가는 인간 감정의 고갈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마고 키더"가 손을 붙잡고 빌딩숲 위를 날아갈 때, "존 윌리엄즈"의 아름다운 음악이 깔리며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던 그 "낭만"은 이제 더이상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