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ter & Margarita (2024)
이 영화는 2024년에 발표된 러시아 영화로서, 소비에트 시절의 소설가 "미하일 불가코프"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입니다. 볼 만 한 영화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20세기 최고의 러시아 소설이자 세계문학전집에 꼭 들어가는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이 영화화 된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굉장한 판타지이고, 동시에 공산치하라는 시대상을 비판하는 소설로 영화화 하기 쉽지 않은 작품인데 이것을 적당한 CG를 넣어서 화려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영화화 하였습니다. 물론 원작을 그대로 영화로 옮긴 것은 아니고, 적당한 편집과 각색을 거쳐 영화에 적합하도록 각본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부분을 대부분 담아내고 있고, 원작자가 말하려던 바도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체제에 비판적인 소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원작자 생전에는 발표도 못했고, 원작자 사망후 26년뒤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공산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영화의 제작이 허용되었다는 사실이 꽤 놀랍습니다. 러시아도 많이 바뀐듯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다른 소설이 하나 떠오를 것인데,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 입니다. "파우스트"에서 악마로 나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다른 이름이 "볼란드(Woland)"라고 하면서 실제 세상에 악마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괴테"와 같은 거물급으로 "거장"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름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파우스트"를 구원하는 "그레첸"과 같은 인물로 "거장"의 정부인 "마르가리타"라는 유부녀가 나옵니다만, 구원은 아니고 "거장"을 대신하여 "볼란드"의 도움을 받아 "거장"을 궁지에 몰아넣은 세상에 복수를 합니다. 이렇게 "파우스트"와 비슷하고, 또 "파우스트"도 2부에서 다양한 판타지가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만만치 않은 판타지가 펼쳐집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파우스트"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파우스트"가 "괴테"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속의 이 "거장"은 바로 "미하일 불가코프" 자신입니다. 반체제적인 글을 많이 쓴 덕택에 출간한 모든 책이 금지도서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실명한 상태에서 아내가 받아 쓴 "거장과 마르가리타"도 살아 생전에 공개가 안되었으니 결국 이 영화의 이야기는 바로 "불가코프" 자신의 판타지나 다름 없습니다.
원작에서는 문학협회의 협회장 "베를리오즈"와 "베즈돔니"라는 시인의 대화로 시작되지만, 영화에서는 바로 판타지가 시작이 됩니다. 투명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여인이 누군가의 집의 창문으로 들어가서 수도를 틀어놓고, 부엌에서 고기 다지는 망치를 손에 쥐고 피아노를 박살내고, 벽에 걸린 그 누군가의 자화상을 찢어버립니다. 그리고 창문을 깨고 날아가 어떤 아이의 침실로 들어갑니다. 이상은 정신병원에 갖힌 "거장"이 쓰는 소설의 일부분 입니다. 이 "거장"은 때마침 들어온 맘씨좋은 간호사에게서 열쇠를 탈취하여 옆 병동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베즈돔니"라는 시인이 갖혀 있습니다. "거장"은 시인에게 자신이 1년전에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본디오 빌라도"에 관련된 희곡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면은 그 1년전으로 돌아갑니다.
"거장"은 "본디오 빌라도" 희곡을 써서 무대에 올리려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허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갈라"라는 여배우가 접근합니다. (사실 "갈라"는 "볼란드"의 하수인 입니다). 이제 연극 리허설이 시작되고, "본디오 빌라도" 앞에 "예수아 하-노즈리 (사실은 예수)"가 잡혀 옵니다. 그는 "빌라도"앞에서 "옛 종교의 성전은 무너지고, 새로운 진리의 성전이 세워질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 때, 무대 세트가 갑자기 철거되면서 리허설이 중단되고, "거장"은 "작가협회"로 불려집니다. "작가협회"에서는 "라툰스키"라는 평론가가 "거장"의 새로운 희곡이 반체제적이라면서 출판금지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그의 동료들과 다른 문학가들이 동조하고 크게 상심한 "거장"은 밖으로 나갑니다. 저녁때 아까 만난 여배우 "갈라"와 재즈바에 갑니다만, 그 재즈바에서도 "회원증"을 빼앗깁니다. 상심한 "거장"은 비가 내려치는 밖으로 쫒겨나고, 그 곳에서 "볼란드"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명함을 받습니다. "볼란드"는 독일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메피스토펠레스"가 맞습니다) 둘은 "독일어"로 대화를 나눕니다.
날이 바뀌어 밖에는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장"이 집으로 돌아가다가 이 퍼레이드 행렬에 막혀 귀가를 못하여 머뭇거리다가 결국 무작정 뛰어들게 되는데, 군중에서 손이 나오더니 그를 끌어당깁니다. 손의 주인공은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처음 만났는데도 거리낌없이 데이트를 합니다. 그러면서 그녀 앞에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일수도 있고, 그의 소설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란 편집장 "베를리오즈"와 시인 "베즈돔니"가 어느날 전차가 다니는 근처에서 "볼란드"를 만난 이야기이고, "볼란드"는 그 자리에서 "베를리오즈"와 "에수"의 실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베를리오즈"는 그것은 꾸며낸 가공의 인물이다. "볼란드"는 자신이 직접 만났다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볼란드"는 "베를리오즈"가 곧 전차에 치여 목이 잘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대로 됩니다. 깜짝놀란 "베즈돔니"는 클럽으로 가서 "베를리오즈"의 목이 날아갔다고 난동을 부립니다.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붙잡히고, "거장"과 같은 "정신병동"에 갖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볼란드"는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거장"과 관계가 있는 사람을 하나 둘 제거합니다. 한편 "마르가리타"는 "거장"의 집에 초대받아 그가 쓰고 있는 소설을 읽게 됩니다."거장"이 쓰는 소설에는 그의 희곡 "본디오 빌라도"도 녹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현실과 "본디오 빌라도"의 한 장면, 그리고 "거장"이 쓰는 소설이 마구 섞여 돌아갑니다. 이제 "거장"은 "작가협회"에서 받은 티켓으로 공연을 하나 보러가는데 그 곳에서 "볼란드"를 만나게 되고 같이 들어갑니다. '공연"은 체제 선전용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진행되다가 "볼란드"가 나가더니, 갑자기 "볼란드"의 하수인들이 만드는 "흑마술쇼"로 바뀝니다. 그 흑마술쇼에서는 공중에서 돈을 살포하여 관객의 혼을 빼놓기도 하고, 여성용 패션쇼를 열어 여성관객이 광기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 흑마술쇼가 꽤 볼만합니다.) 이제 "거장"은 "볼란드"와 더욱 가까워 집니다. 또한 "마르가리타"도 더이상 남편을 두고 이중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거장"과 도망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거장"이 저술하고 있는 소설을 빼앗기 위하여 정부에서 그를 추적합니다. 그는 그 소설 원고를 어쩔수 없이 난로에 집어넣습니다. (원작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문구가 바로 "원작은 불타지 않는다" 입니다.) 그리고 결국 "거장"은 정부기관에 붙잡히고 감옥에 강제로 갖히게 됩니다.
이 감옥에 "볼란드"가 찾아옵니다. "거장"은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묻습니다. 이 때, 그를 설득하려고 관료가 들어오는데 들어오자 마자 "볼란드"는 사라지고, 관료가 하는 말이 "영원히 악을 의도하나, 영원히 선을 이루는 자"라고 외칩니다. 이 어구는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하는 말입니다. 이제 "볼란드"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거장"을 설득해서 체제를 따르면 "작가연맹"에 복귀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거장"은 단칼에 거절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갖히게 됩니다. 병원에서 그는 결국 소설을 완성하고 간호사에게 그 소설을 자신을 찾아오는 여인에게 주라고 요청합니다. 그 소설의 제목은 "거장과 마르가리타". 소설을 전달하고 "거장"은 다시 "볼란드"를 만나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고 정신병원 병동에서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을 합니다. 곧이어 "마르가리타"가 수소문 끝에 정신병원을 찾아오고 간호사에게서 소설을 넘겨받습니다.
"마르가리타"는 "거장"을 만나지 못하고 소설을 읽을겸 산책하러 나왔다가, "볼란드"의 하수인에게서 "크림"을 한 통 받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그 크림을 전신에 바르는 순간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하면서 하늘을 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그녀는 "거장"의 복수를 하러 "거장"의 작품에 혹평을 했던 평론가 "라툰스키"의 집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창밖으로 계속 날아가서 "볼란드"의 거처로 갑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Evil Queen"이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지옥에서 나온 수많은 "볼란드"의 추종자가 와서 고개를 숙입니다. "볼란드"는 그녀에게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그녀는 "거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합니다. 드디어 그녀는 "거장"을 만나고, 뒤이어 정부에서 쳐들어옵니다만, 이미 일당은 자리를 피하고 먼 곳에서 불타는 모스크바를 바라봅니다. 이제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볼란드"는 난로속에서 불타고 있는 "거장"의 소설을 꺼내서 읽어보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마르가리티"가 투명비행크림을 바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CG와 각종 의식등은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굉장한 판타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거장"의 삶과 소설속 이야기가 마구 섞여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이제는 뻔한 이야기 밖에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멸해가는 헐리웃 영화를 보다가 오래만에 정말 볼 만 한 걸작을 보았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 영화의 두 주인공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연기하는 두 러시아 배우는 실제로 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