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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니아 - 요르고스 란티모스

Bugonia (2025)

by 인문학애호가

"가여운 것들", "Kinds of Kindness"로 주목을 받았던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 했다하여 주목을 끌었었는데, 실제로 한국/미국 합작영화 입니다. 그리고 제작은 "미드 소마", "유전" 으로 유명한 "아리 에스터" 감독입니다. 즉, 아주 드센, 그리고 결코 편안히 볼 수 없는 영화의 거물들이 만든 영화입니다. 이렇게 거센 두 감독이 만들었다면, 배우들도 작정하고 연기를 해야했을 겁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페르소나나 다름없는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는 실로 압도적입니다. 특히 "제시 플레먼스"의 광기에 사로잡힌 연기는 내년도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줘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랍습니다. 요즘 "시빌 워"도 그렇고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에 물이 올랐고, 이 영화에서 거의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의 연기가 관객에게서 엄청난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이 영화는 원작인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100% 리메이크 한 것은 아니고 (어느 감독이 똑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겠습니까) 이야기도 좀 더 확장시켰고, 캐릭터도 손을 좀 보았으며, 백윤식 배우가 맡은 역할도 "엠마 스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원작의 코믹함은 거의 희석되어 있습니다. 사실 줄거리가 너무나도 황당한 이야기 인데 볼수록 진지하며 어느새 설득이 되어 버립니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지구를 지켜라"에서는 지구를 폭파시켜 버리지만, "부고니아"에서는 인간만 몰살시켜 버립니다. 사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을 뒤바꾸는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에 얼마나 해로운 존재인가라는 명제를 좀 더 타당성 있게 설득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양봉을 하는 서로 사촌관계의 두 남자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테디 (제시 플레먼스)"는 사촌인 "돈"에게 벌의 생태계의 문제점, 즉, 벌 집단의 군집붕괴에 대하여 말하고, 또 화학약품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를 떠올리면서 이것은 모두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 다가오는 개기월식에 맞춰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하여 벌이고 있는 일의 일부분이고, 그 외계인은 바로 바이오화학업체의 대표인 "미쉘 풀러 (엠마 스톤)" 라고 합니다. 덜떨어진 사촌 "돈"은 그말을 반신반의 하지만 사촌형의 말이니 믿어봅니다. 그리고 "미쉘"을 납치해서 정체를 밝히고, 같이 안드로메다에서 온 우주선으로 가서 우주선을 날려버리고 지구를 지킬 계획을 꾸밉니다.


일단 "미쉘"을 먼저 납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퇴근하던 그녀의 거대한 주택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마취 주사를 이용해서 납치에 성공한 뒤에 운반하는 차량 내부에서 그녀가 외계와 내통하는 안테나라고 판단되는 머리카락을 실제로 모두 밀어버립니다. (아. 엠마 스톤. 꼭 이런 연기를...) 그리고 지하실의 허름한 침대에 묶어둡니다. 이제 정신이 든 "미쉘"은 두 남자에게 자신을 납치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지역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인지 지극히 현실적으로 조금도 흥분하지 않고 설명해 줍니다. 그렇지만 상대는 이미 이성이 안드로메다로 간 두 남자입니다. 먹힐리 없습니다. 이제 "미쉘"은 어쩔수 없이 자신이 외계인이 맞다면서 진술을 하게 되는데 "테디"는 왜 외계어로 진술을 하지 않았느냐고 아직도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화를 냅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됩니다.


결국 "테디"는 "미쉘"을 전기고문까지 합니다. 그런데 평소 체력을 키워놓았던 "미쉘"이 이것을 견뎌내자, "테디"는 외계인 중에서도 황제급이라고 생각하면서 갑자기 대우를 해주더니 거실로 데려와 멋진 식사까지 대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미쉘"이 또 염장을 지름니다. 나는 절대로 외계인이 아니다. 당신은 미쳤다. 정상이 아니다. 결국 싸움이 붙고 "테디"가 밀리던 차에 "돈"이 총의 개머리판으로 "미쉘"을 후려쳐 다시 지하실에 던져 놓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어린 시절 "테디"의 베이비시터였던 경찰관 "케이시"가 들립니다. 마을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들리게 된 겁니다. 여기서 "테디"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테디"가 갑자기 자신의 양봉장에 가자고 합니다. 이제 지하실에는 "미쉘"과 "돈", 이 둘만 남습니다.


정신적으로 미숙아인 "돈"은 "미쉘"에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미쉘"에게 넘어가 버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에게 넘어가서 안드로메다 우주선으로 먼저 가겠다면서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날려버립니다. 집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테디"는 큰일난 것을 감지하고 양봉옷을 입고 있던 "케이시"의 옷을 벗겨버리고 벌에게 쏘이게 만든 다음 삽으로 후려쳐 죽여버립니다. 그리고 "미쉘"에게 뛰어갑니다. 그런데 "미쉘"은 "돈"이 죽고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방에서 "테디"가 그동안 외계인을 찾아다니며 벌였던 온갖 살인행위의 결과물을 보고 놀랍니다.


이제 지하실로 뛰어들어온 "테디"는 "미쉘"을 총으로 진짜로 죽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미쉘"이 자신의 차 트렁크에 있는 부동액이 사실은 어머니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다라고 꼬십니다. 그말에 넘어간 "테디"는 당장 부동액을 찾아들고 병원에 가서 엄마의 링거액에 넣었다가 엄마가 결국 죽게됩니다. 머리끝까지 화가난 "테디"는 다시 집으로 와서 "미쉘"에게 총을 겨눕니다. 이 때 "미쉘"이 자신은 외계인이 맞다고 하면서 지구의 장구한 역사에 자신들이 어떻게 관여를 했는지 설명을 하고, 같이 우주선으로 가자고 합니다.


이제 "미쉘"은 자신의 원래 옷을 입고 "테디"를 옆자리에 태우고 자기의 차로 회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옷장을 가리키며 저기가 안드로메다 우주선으로가는 통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전자계산기에 비밀번호가 입력되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몸에 폭탄을 잔뜩 감은 "테디"는 자신이 먼저 가야한다고 옷장으로 들어가고, 비밀번호를 모두 입력한 "미쉘"은 마지막 번호를 누르자마자 옷장 내부가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테디"의 잘린 머리에 충돌하고 출동한 구급차에 실려갑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미쉘"은 기필코 내리겠다고 하면서 구급차에서 내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폭발한 옷장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진짜로 안드로메다 우주선으로 나옵니다. 그녀는 진짜 외계인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구 모형을 덮고 있던 기체가 담긴 둥근 막을 침으로 터뜨립니다. 그와 동시에 동물을 제외한 지구에 있는 모든 인간이 사망하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 이 영화에서 병원에 누워있는 나이 많아 보이는 "테디"의 엄마역을 맡은 배우가 놀랍게도 "클루리스", "배트맨과 로빈"에서 활기 넘치는 젊은 캐릭터로 나왔던 "알리시아 실버스톤" 입니다.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흘러버렸습니다.


- "부고니아"는 육각형의 틀에 죽은 소를 집어넣으면 벌이 만들어진다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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