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리뷰
앞에서 "에드워드 올비"의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를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주연으로하여 만든 영화를 보고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엄청난 연기력에 감동하여 단순히 외모만으로 최고의 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히로인 비비언 리도 그에 못지 않은 엄청난 연기를 보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위대한 희곡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즈"의 대표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입니다. 이 작품은 비비언 리, 말론 브란도 주연으로 1951년에 명감독 엘리아 카잔에 의하여 영화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듬해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남우 조연상, 여우조연상, 미술상을 쓸어 담습니다. 당시 27세였고 데뷔후 두 번째 작품이었던 말론 브란도는 안타깝게도 너무 젊다는 이유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고도 수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비비언 리가 보여주는 연기는 비록 그녀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굉장하며 지금 생각해도 과연 저 정도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요즘에도 있을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 입니다. 이 희곡은 2013년에 우디 앨런의 각색/연출로 "블루 재스민"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영화화 되었고 케이트 블랜쳇이 주연을 맡아서 또다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여배우에게는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고난도의 연기력을 요구하는 작품인지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여우주연상이 수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장소는 미국의 뉴올리언즈이고, 이곳에 폴란드계 미국인 스탠리 (말론 브란도)와 결혼해서 살고있는 여동생 스텔라를 만나기 위하여 언니 블랜치 드부와 (비비언 리, 원작에서는 블랑쉬 드부와로 읽습니다)가 찾아옵니다. 그녀가 동생의 집에 가기 위하여 잡아타는 전차의 이름이 정말로 "욕망 (Desire)" 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타는 전차의 이름은 "묘지 (Cemetery)" 입니다. 동생의 집에 기거하게된 블랜치는 자신이 귀족집안 출신이라는 걸로 노동자인 동생의 신랑을 깔보고 멋대로 행동하며 말을 함부로해서 동생 집안에 끝없는 불화를 유발합니다. 그러다가 스탠리의 친구 미치를 유혹해서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스탠리가 블랜치의 행적을 모두 알아내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갑니다. 블랜치는 사실은 잘못된 사랑으로 인하여 첫 연인을 권총자살로 죽게하고, 그 이후에 아무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온갖 거짓으로 인생과 자신을 속여 온 "정숙하지 못한" 여자로, 동생의 집에 온 것은 그녀가 교사로 있던 학교에서 어린 학생과의 불륜으로 학교에서 쫒겨나 피신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블랜치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버린 스탠리와 끝도 없이 싸움을 하게 되고, 블랜치의 거짓말은 점점 스스로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환각의 상태로 접어듭니다. 자신이 늙은 퇴물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생기고 어린 남자에 집착하여 유혹하며 "욕망"을 내려놓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스탠리에게 강간당하고 정신병원에 끌려가면서 극이 끝이 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한 영화 입니다. 그것도 절대로 내려놓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괴해야 끝이나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영화 입니다. 자신의 나이듬을 위장하고자 끊임없이 젊은 남자를 탐하며, 자신의 고귀한 귀족 출신이었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온갖 사치품을 휴대하고, 가식적인 언행과 거짓 행동을 일삼는 "욕망"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이런 역할은 정말로 아무 배우나 가능하지 않습니다. 비비언 리의 연기를 보다보면 점점 빨려들어 갑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폭발하는 그녀의 광기와 그걸 폭력으로 대응하는 말론 브란도의 연기에 경악을 하게 됩니다. 보는 사람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비록 흑백 영화입니다만, 보다보면 그런것은 잊게 됩니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와 더불어 고전 여배우의 진면목을 알게되는 걸작이 바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