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사라 Nov 01. 2024

8.두 번 바람+a핀 남편과 사는 아내의 일기

남편은 내 거울


24.10.23

내 것이란 생각을 내려놓으면

남이라 인식하면
더 친절하고 예의 있게 잘 지낼 수 있을 텐데...
 생각을 하 잠이 들었다가 꿈을 꿨다.

꿈에서 나랑 남편의 하루 일정이 달라 따로 움직였다. 길을 잃어 고난스러웠고 도움이 필요했다.

남의 전화기를 빌려 남편에게 겨우 전화를 했는데,

직접 받지 않고 남편과 동행한 선배가 받아 바꿔줄 수 없다면서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황당과 당황 어디쯤에서 꿈이 깼다.
그러다 잠이 깬 걸 보니 꿈을 계속 꿨나 다.

너무 선명하다.


남편과 귀여운 고깔모자를 쓴 젊은 여자애와
남편과 친한 형 둘이 동그란 테이블 위에
축하케익을 두고서, 넷이 둘러앉아 활짝 웃으며

축하를 하고 있었다.
남편과 여자애의 100일 기념 축하 케익이었다.

그 장면을 보니, 남편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스쳤다.

잠이 깨서 습관처럼 남편의 바람에 대응하는 상상을 하다 보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편과의 관계에 이토록 골몰하며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


남편에 대해 몰두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게 있다.
남편은 사람들 속에서

관심받고 주목받아야 안심하는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사람들 동창모임을 못 놓는구나.
자신을 위해서.
나를 확인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속이 허해서.
실체를 찾고 확인해야 안심되니까.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구나.
자존감이 낮거나 관종이 천성이거나.


타인에게 내 정서와 자존을 의지하고 있었구나.

나는 남편에게.

남편은 타인에게.

내가 바꿀 수 있을까?

내가, 또는 남편 스스로가

바꿀 수 있었다면 진작 바뀌지 않았을까?


본인이 그대로 좋다면 바뀌어야 할까?

21년을 나하고 사는 동안 애착형성이  안 되었나 보다.

부모에게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한 사람은

배우자와 제2의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던데...

편도 보듬어줄 품이 필요했던 사람이었구나.


내 역량이 못 미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안의 아픈 아이를 챙기느라 급해
남편에게 기대고 바라 내놓으라 구하고 서러워

먼저 줄 생각과 여력이 없었다.

사람 인(人)은 서로 기대는 모양인데,
남편 스스로 꼿꼿이 자기 힘으로 서있길 바라고
나만 기대고 싶었구나.
내 욕심이 지나쳤.


남을 바라보는 나의 관념
사실은 다 나의 것이라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내가 가진 것이기에
가 가진 것을 더욱 잘 알아보게 된다.


남편에게 요새 들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말을 종종 하면서, 나도 그렇다고 예의상 덧붙였었다.

예의상 덧붙인 말이 사실이었구나.


이 글을 쓰다 보니 내 이기심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자기중심적인 시선으로 외롭고 서러운 나만 보였다.

내 품이 너무 좁았다.


반성한다.


이기심인간의 본능이니  

그 자체가 잘못이라기보다는

조화와 균형이 오랫동안 깨진 채

짐이 되었다는 점이다.


내 욕이 나에게 중요하다면

남편의 욕도 남편에게 중요했겠지.

내 중심이 치우쳤다.
남편바라기로.
내 안의 허함이 불안해서.

더 달라고 너는 왜 완벽하지 않냐고 내 욕심을 채우려고

남편의 단점과 과오를 후벼 팠나 보다. 

내가 불안
기댈 곳이 단단해야 하니까
단속한 거구나.
내 욕심을 위해서.

잘못했다.

자신도 허해서 기댈 곳이 필요했을 텐데...

나만큼 외로웠을까?
아내는 바라기만 하고
기댈 수 없어 밖에서라도 찾아다닌 건데
구박을 받으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남편도 괴로웠겠다.


독립성과 의존성의 적절한 균형점 찾기.
중심을 잡기 위한 고심의 시간이다.
성장의 시간이 반갑다.

이 시간을 거쳐간
내일의 나는 중심 더 단단해지길,

균형감이 더 조화로워지길  바란다.



24.7.21 전남 천사대교를 넘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