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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라 Oct 29. 2024

6.두 번 바람+a핀 남편과 사는 아내의 일기

6. 남편 동창회 설전. 친구냐? 남녀냐?


24.10.21

올봄에 있었던 일이다.
이번에 또다시 발각된 비밀 여사친 n번 때문에 인내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상태에서 여성 비율이 80%인 초중동창회를 계속 고집하는 남편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거기다 어릴 때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들이라면서 그동안 고집부리며 기를 쓰고 나가는 행태도 이해되지 않았다.
고민을 하다가 여사친과 동창회 둘 다 정리하지 않으면, 이혼 불사하겠다고 처음으로 선언했다.

최근 4년 동안 4년간 이어 온 2번째 외도녀 발각과 더불어 줄줄이 비엔나처럼 계속해서 드러나는 비밀 여사친들로 인해 3년 후로 이혼 결정을 보류해 두고

관계 회복 중인 상태에서, 번에 또다시 드러난 여사친과 그러고도 여전히 초중동창회를 가겠다는 남편으로 인해 폭발해 버린 것이다.(외도녀고 비밀 여사친들이고 초반에 걸려서 안 만나겠다 약속하고 또 걸리고, 세 번째까지 걸리며, 몇 년씩 이어가니 그런 행태에 진이 빠졌다.)

내 이혼 선언 후 남편이 바로 접겠다고 말했지만,

그 후 심리적 스트레스로 차 안에서 공황 발작이 왔다.

평소에는 지압이나 침으로 자가치료를 하는데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 놔버렸다.

더 이상 신경을 끊고

그냥 다 놓고 었다.

남편에게 잘 있으라고, 이제는 가고 싶다고,

나 먼저 간다고, 인사하고 정신줄을 놔버렸다.


남편이 그걸 지켜보다가, 카톡에 짤막한 유서를 보내두고, 차키를 가지고 나오다가 나한테 걸려서, 데리고 집에 들어간 일이 봄에 있었는데…




어젯밤에 알고 보니, 봄에 그때 모임에 아프다고 핑계 대고 동창회 모임에 빠진 것 외엔, 여전히 회비를 내면서 회원 자격을 유지 중이었다.

밤이라서 자라고 두고 생각을 정리해서
오늘 얘기를 나눴다.

남편: 내가 모임을 만든 회장인데 어떻게 빠지냐?
뭐라고 하냐? 모양 빠지고 자존심 상하게 와이프가 반대한다고 할 수 없다.
나: 지방으로 이사 갔다고 해. 만들려면 핑계가 없을까? 자기 없다고 안 돌아가?

남편: 경조사에 초대해야지. 인맥관리해야지.
나: 저번에도 똑같은 얘기 했었지.
남편들이 다들 같은 학교 다녀?

남편: 그래. 사실 계속 나가고 싶다.
친구일 뿐이고 바람피울 생각 없는데 왜 안 믿냐?
난 안 한다는데 못 믿는 네가 문제다.
네가 집착하는 거다.

라고 봄에 했던 얘기를 또다시 하고 있길래 이번에는 내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다.
3살 어린 연하 남편이라 어리다는 말이 자존심 상할까 봐 조심했고, 상처가 될 만한 모진 말은 서로 조심하는 편인데, 말귀를 계속 못 알아들어 칼을 뽑았다.




나: 전에 바람피우겠다고 마음을 미리 먹지 않고도 흔들려서 바람피운 전적이 있는 사람이 아직도 그런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게 문제인 거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만 돌아가던? 아직도 모르겠니? 인정하기 싫은 거니?

친구니까 문제없다?
앞으로 계속 만남이 쌓이다 보면, 결국 틈도 생기는 거고. 본질은 남녀관계인 거다.
친구의 허물을 쓴 남녀모임이다.


(참고로 부부상담 선생님께서 친구들에게 "남편이 초중동창회 간다고 하면 문 앞에 누워서 나를 밟고 가라"라고 말해준다고 하셨다. 노년기가 될수록 어릴 적 동창과의 불륜은 가정을 깨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해야 한다고 하셔서,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나: 동창회 한다고 해서 다 바람피우지는 않지.
그건 개인의 선택이야.
아예 철벽 치는 사람, 흘리는 사람, 거절하는 사람, 눈치 없는 사람 다 섞여 있겠지.

내 포인트는 남자 둘에 여자가 8명에, 술에, 밤에, 어릴 적 친구라 이미 활짝 열려 편안한 마음 상태라, 취약한 분위기잖아.
그 상태에서 나랑 싸운 후 라거나, 와이프랑 비교되는 면을 본다거나, 순간 챙겨주는 모습에 잠깐 설레는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을 하고 만나는 것과
난 안 피운다, 아무 문제없다면서 아무 대책 없이 친구일 뿐이라면서, 고집부리는 것과는 바라보는 시야와 대처가 달라진다는 게 포인트다.


나도 환경에 흔들릴 수 있는 나약한 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과는 대처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지 않는 안일한 면이 어린아이를 우물가에 내어놓는 기분이 들어.

나는 예전 남편을 사귀고 있을 때 중학교 동창회에 여러 번 나오라고 권유를 받았어도
별 고민 없이 거절했다. 남녀공학이었고, 나름 친했던 남자애들이 많이 나오는 모임이었다.
친한 여자 동창들은 이미 만나고 있었는데, 남자애들과는 중학교 졸업 후 어떻게 컸는지 궁금해서 보고 싶은 남자 애들이 여럿 있었다. 조금 아쉬움은 있지만 괜히 남자 친구 신경 쓰이게 할까 봐 거절했고, 후회는 없다.

내가 보수적이긴 하나, 나는 그랬는데
나도 남편이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알아서 먼저 정리해 주면 조용할 일인데,
자기 욕망을 위해 나에게 집착녀라고 하면서

비난할 일인가?

더구나 전적이 있는데 알아서 먼저 조심해 주는 게 예의지, 내 탓을 하고 있? 자기 욕망만 헤아리면서 떼쓰는 자기중심적인 철부지에,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게 유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창회에 나가겠다면
OK 하겠다. 대신에 배신감을 느끼고 실망할 것이다. 자기에 대한 마음이 마모되고 깎여 나갈 것이다.

나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OK 한 이유는 있을 때 잘하려는 마음이다.




여기까지 말하다가 이 지점에서 울컥했다.
울컥한 이유는 남편이 동창회를 계속 유지하고 나가는 걸 준비하는 마음 때문이다.

남편은 본적으로 성실하고 온순한 편이고 가정에 충실한 편이지만, 가까이에서 보그는 자기의 욕망이 먼저인 사람이었고, 욕망과 쾌락에 충실한,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다. (결핍된 면 아이의 반영이 있다고 본다.) 


자기가 원하는 건 내가 반대해도 될 때까지

고집부리고 졸라서 내가 져주고 맞춰줘 왔다.
3살 연하라 기죽을까 봐 더 신경 썼었다.
아예 안 될 것 같은 일은 처음부터 거짓말로

몰래 숨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했던 사람이다.
그 결과가 몇 번의 외도와 비밀 자칭 여사친들이.

걸려서 혼나고도 거짓말로 세 번째 걸릴 때까지, 4,5 년간 포기하지 않고 관계를 이어다.

나 같을 줄 알고, 존중하고 배려해서 믿음과 자유를 준 것이 남편의 배신과 방종의 거름이 되었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느낌으로 이번에는 입에 칼을 물고 속엣말을 다 했다.

이렇게까지 했다고 해서 100% 포기할는 모르겠다.


사실 동창회 나가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1:1로 따로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는 것은 알고 있고, 그 점만 주의해 줘도 괜찮다.

자기가 먼저 나의 우려가 뭔지를 헤아리고 주의하겠다고 말했으면 저리 갈 것도 없었다.

나는 아무 문제없다고, 우격다짐으로 우기는 게 답답해서 철 좀 들으라는 식으로 쏟아냈다.

내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욕심도 있었고.


그동안의 사건으로 배우는 게 있길 바란 내 욕심가...

화합을 목표로 하는 요즘은 정말 잘하고 있고, 이런 욕망을 나와 취미 활동을 같이 하면서 풀고 있다. 

절친이 되어 잘 놀고 있지만, 경험을 통 배우길 바라는 내 입장에서는 이런 면이 아쉽다.


꺼내놓으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하루종일 명치께 가 꽉 막히고 식욕 없다.

이틀째 둘이서 아무 말이 없이 서로 숨을 죽이며 건드리지 않고 있다.
둘째 날인 오늘은 가슴이 막혔던 것은 괜찮아졌다.
생활에 필요한 문답만 짧게 할 뿐 이틀째 휴전 중이다.

내 의견 전달은 다 했다.
이제는 남편의 행동이 남았다.

공을 넘겼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다.
내 속 아래서는 뭔가 여전히 복작스러운 게
뭐가 더 있나 보다.


결과야 어쨌건 굳은 표정의 남편이 상처받았을까 걱정 되긴 한다.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게 아녔음 좋겠다.

선을 그을 필요를 느꼈으나,

내 통제욕으로 생기 잃은 남편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그의 표정을 흘끔흘끔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도 아니,

우리 둘만의 길을 만들어가야 할 숙제겠다.


앞으로 우리 관계가 어찌 되었든

일은 해결하고 갈등은 풀면 되지,

내 감정으로

굳이 크래치 남는 상처 주고 싶지 않다.

기왕이면 따뜻하게, 지혜롭게 풀 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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