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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Oct 17. 2024

[24.7.12-13] 바라나시(Varanasi)


뒤늦게 기록하는 나의 바라나시 여행기.




스무 살 무렵, 그 무렵 한창 인기 있었던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인상 깊게 읽었다. 


엉뚱하지만, 자신 만의 철학을 가진 인도인들과의 부딪힘 속에서 인생의 많은 깨달음을 얻은 그의 '인도'를 읽으며 언젠가 나도 진정한 인도를 경험하고 싶다고 꿈꿨던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인도인들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갠지스강, 바라나시는 꼭 가봐야 할 여행 위시리스트 중 한 곳! 




동생이 2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테니스와 인도의 일상을 즐기던 동생이 가고자 한 곳, 아그라의 타지마할과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남편과 나는 고민 없이, '바로 이 때다!!!' 싶어 비행기 표를 끊었다. 


7월 한여름에 가야 할 바라나시에 아이들 동행은 무리! 


결국 성인 3명이 24시간 일정으로 빠듯하게 바라나시를 즐기기로 했다. 




항공권 : 언제나처럼 <스카이스캐너>에서 제일 저렴한 항공권 검색, <BudgetTicket> 사이트를 통해 <SpiceJet> 항공권을 예약했다. 스파이스젯은 처음 타보네~ ^^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는 처음이야!!


7.12. 금 20:35 - 22:15 (1:40)

7.13. 토 22:35 - 00:35 (1:55)

          델리 -  바라나시 1당 왕복 항공권 : 7214 INR ( 115,000원 ) 



 : 한국 영토의 33배인 인도는 나라가 참 커서 국내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용이 만만찮아 좀 아쉽다. 


  인도 국내 항공권이 좀 더 저렴하다면 우리의 인도 탐험이 더욱 원활 해질 텐데...




이번 여행에서 제일 걱정이었던 건 자정 가까운 시간, 낯선 바라나시 공항에 내려 숙소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낮이었다면 늘 하던 대로 호기롭게 우버를 이용해서 가트 주위로 갔을 테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었다.


숙소에 공항 픽업을 예약했는데, 문제는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면서 생겼다. 


혹시나 드라이버가 공항에서 많이 기다릴까 싶어 출발 지연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가 나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도착 3시간 전에 미리 알리는데, 자기가 공항에서 계속 기다려야 하니 돈을 더 달라는 드라이버... 뭐지?!


결국 호텔에 공항 픽업비를 정산할 때, 미리 약속한 금액만 지불하고 <아고다>에 호텔 평을 좋게 남기기로 약속하고 좋게 마무리했다. 



공항 픽업비 : 바라나시 공항 -> 호텔.  1050 INR + 야간 비용 300 INR ( 15,000원 )



픽업 드라이버가 고돌리아 사거리까지만 데려다주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호텔 보이가 우리를 호텔까지 안내해 준다. 고돌리아 사거리부터 호텔까지의 거리는 무척 짧지만, 그 거리가 사람과 소로 무척 혼잡하고, 늦은 밤, 낯선 길을 작은 골목길을 헤치며 찾아가기에는 무리였기에 호텔 픽업을 신청한 건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낮이었다면, 우버 타고 구글 맵 켜고, 호텔 찾아가는 것도 도전 가능!!! '낯선 곳에서의 길 찾기' 경험으로는 바라나시만 한 곳이 없을 것 같다. ㅎㅎ)


자정 넘어 길에서 소를 모는 할아버지.





좁은 골목길을 지나 마주한 우리의 숙소 입구!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길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소...


길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먹는 사람들, 어딘가를 가는 사람들. 


이들의 밤은 도대체 언제인 걸까. 


그러고 보니 인도에 도착한 이래 내가 이 늦은 시각 길을 걷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낯설었던 시간들...




자정이 넘은 시각, 도착한 호텔에선 작은 로비 바닥에 천을 깔고 자고 있던 직원들이 반겨주었다. 





숙소 : <아고다> 예약, Hotel JSR Ganga. 3063.15 INR ( 49,000원 )










-> 숙소 고민을 좀 많이 했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숙소는 쾌적했으나 강가에서 멀었다. 시간이 많지 않고, 새벽 뿌자를 보고자 했던 우리에겐 강가 접근성이 우선순위!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숙소들을 고민하다가 그나마 가트 주변에 있으며,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결정! 구글 맵 열심히 보며 주위 갈 곳들 과의 접근성 따져가며 결정했는데 위치는 만점! 






Hotel JSR Ganga

D.18/9, Brahmpuri Lane, &, Ahilyabai Ghat, near Sheetala Ghat, Dashashwamedh, Varanasi, Uttar Pradesh 221001 인도




1시 무렵, 오지 않는 잠을 어렵게 청하며  새벽 뿌자를 위해 4:00 알람을  맞췄다. 





새벽 1시에 숙소에서 바라본 강가 풍경.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순식간에 지나간 나의 3시간. ㅎㅎ




아시 가트(Assi Ghat)에서만 새벽에 아침 종교 행사, 뿌자(Pooja)가 있다. 


숙소에서 강가 쪽으로 나와 가트와 가트가 이어진 강 가를 걸었다. 





새벽 4시, 걸으며 맞는 강가 가트





가트(Ghat)  강가에 맞닿아 있는 계단이라는 뜻으로, 바라나시에만 100 여개의 가트가 있다. 


각 가트는 개인이나 집안, 왕가 소유인데 강가에 쉽게 갈 수 있도록 조성하였고, 가트에 건물들이 이어져있다. 




가트마다 독특한 인상이 있다. 


궁전같이 웅장한 위용을 뽐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래피티로 멋진 그림이 그려진 곳도 있고, 호텔로 개조되어 있는 곳도 있다. 













새벽녘, 아씨 가트로 가는 길이 참 고즈넉하고 좋다. 


비록 3시간 밖에 못 자고 이른 아침, 행사에 늦지 않고 싶어 빠르게 걷는 발걸음이지만 바라나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었는지 피곤하기보다는 기대되고 설렘이 컸던 것 같다. 








아씨 가트의 새벽 뿌자





뿌자는 코브라 모양 등에 불을 붙여 여러 명이 같은 동작을 함께 하는 힌두교 전통 의식이다. 


강가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이라고 한다. 


무교인 나에게 종교의식은 언제나 신기하고, 기묘하고 때론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무언가를 믿고, 이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어떤 일들을 해낸다는 것. 


이를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공유한다는 건 그네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종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일상이 종교에 젖어있는 인도에서는 그 기묘함이 내게 더 크게 느껴졌다. 




힌두교를 믿지 않는 나지만 그네들의 종교의식을 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켰다. 


행사가 끝나곤, 신을 벗고, 축복을 내리는 사람에게 내가 다가갔던가....


줄을 서길래 그 뒤를 따랐다가 돈을 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돌아섰던 것 같다. ㅎㅎㅎ 






아시 갯

인도 221005 우타 프라데쉬 바라나시 쉬발라 아시 갯




바라나시에서 빠질 수 없는 보트 투어! 


한국인들은 한국어에 능숙한 인도 뱃사공, 철수와 선재의 보트 투어를 선호한다. 


나 또한 철수네에 카톡을 보내 사전에 요금을 문의했었는데, 단언컨대 철수는 인도에서 한국말을 제일 잘할 것이다. 


한국어 특유의 존대와 예의를 갖춘 한국어 패치를 완비한 철수... 요금이 인당 500루피였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철수와 선재가 한국에 갔다는 소문도 있고, 철수의 아들들이 철수를 대신하는 데, 그만 못하다이야기도 있어, 그냥 현지 보트로 결정...


미리 예약 없이, 강가에 어슬렁 거리면 모두가 말을 건다. 보. 트. 투. 어?? 보. 트? ㅎㅎ


현지인들이 타는 적당해 보이는 보트로 같이 올라타 인당 100루피에 강가를 둘러봤다. 





보트에서 바라본 가트, 화장터





강은 강이요, 물은 물이로다....


3시간만 자고 나온 우리는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 가트라는 의미 부여 속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정신없이 고개를 떨구며 쪽잠에 빠져들었다. 


안 자는 사람이 자는 사람을 보며, 큭큭 웃음이 터졌지만, 곧 그 차례는 뒤바뀌어 내가 잠이 들다 화들짝 정신을 차리곤 했다. 




보트에서 내려선, 아씨 가트에서 하는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이미 끝났다고... 아쉬웠다. 


아씨 가트에 뿌자 행사 다음에 그 자리를 지키면 공짜 요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바라나시에서 그나마 쾌적한 곳은 강가를 이어진 가트 길이다. 


아씨 가트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작은 골목길 탐방!!!!!




오른쪽으로만 가면 길을 잃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아.... 여행의 묘미...




작은 시장도 지나고, 꼬불꼬불 안 이어질 듯 이어지는 좁디좁은 골목길도 헤쳐가 보고,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지지대 위로 죽은 사람을 옮기는 여러 사람들 무리를 마주치기도 했다. 


그분은 갠지스강 화장터로 바로 옮겨지는 것인가. 


강가에 뿌려지기를 희망하던 자인가. 


그럼 그분의 죽음은 축복받은 일인가. 




골목길 어귀에서 발견한 힌두 사원에도 조심스레 들어가 보았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초를 밝히는 사람들...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사원에서 이마에 그림을 그려주고 축복해 주는 할아버지가 내게도 손을 흔들었다. 


'저... 제가 인도 잔돈이 없어요...' ' 괜찮아.. 괜찮아....' 


이마에 그려진 흰 물감 바탕에 빨간 물감 동그라미....


나 또한 그네들의 종교에... 문화에 어느새 스며들었던 걸까. 







고즈넉했던 임시 비 대피소





갑자기 쏟아지는 엄청난 폭우에 가트에 임시로 설치된 비닐막에 오밀조밀 모여든 사람들 속에 우리도 비를 피했다. 


좁은 공간에서도 내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들, 


거긴 젖었어... 이리로 와 손짓하는 사람들. 




비는 오래지 않았다. 


호텔로 다시 돌아와 다시금 휴식을 취했다. (이래서 호텔의 접근성은 중요!!)


체크아웃 시간까지 알차게 쉬고는 다시금 짐을 꾸려 다시금 강가로..




이번엔 아씨 가트 반대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화장터는 왠지 조심스러웠다. 


이곳은 관광객인 나에게 허락된 곳인가. 


나는 죽은 자의 공간을 단지 호기심으로 지켜봐도 되는 곳인가. 





강가 화장터





조금은 경건한 마음을 갖고, 그네들에게 폐가 되지 않는 적정 거리를 지키며, 인도의 화장 문화를 조용히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삶과 죽음은 그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 


죽은 후, 한낱 태워질 육체. 


나는 얼마나 이 생을 감사히 살고 있는가. 



또다시 이어진 바라나시 탐험..


큰 길가는 또 그 거리를 가득가득 채운 릭샤와 오토바이, 사람으로 혼잡했다. 


구분 없는 모든 이의 움직임 속에서 나는 나를 놓지 않기 위해 가방을 움켜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인도 여행 오픈채팅방에서 추천한 한 베지테리안 음식점. 


무더위 속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라는 설명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 


넓고, 쾌적한 공간. 빵빵한 에어컨.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 




인도에서 감자튀김은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메뉴! 


동생은 호기롭게 탈리를 도전하곤, 나쁘지 않지만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했다. ㅎㅎ


빠니르 티카는 난생처음 먹어보는 맛, 다른 곳 치킨 티카, 빠니르 티카는 맛있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하얀 아몬드 소스 같은 음식으로 서빙됐다. 





아점 : <Prasadam> 로컬 베지식당 : 감자튀김,탈리,빠니르 티카,탄산 1146 INR (18,000원 )











Shri Kashi Vishwanath Prasadam

D 17/147, Dashaswamedh, Uttar Pradesh 221001 인도




한여름 바라나시는 왜 모두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땀에 옷이 젖는다.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또다시 에어컨을 찾아 들어간 카페..


짜이와 콜라가 날 위로해 줬다. 괜찮아.... 여름이잖아....




우리가 제일 후회했던 순간. 


왜 우리가 카페를 그토록 일찍 나왔던가. 




우리는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었고, 어딜 갈 수도 없었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강가 가트에 앉아 있는 건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이었다. 




그래... 그래도 바라나시에서 할 일들이 많다고 했으니, 남아있지 않는 에너지를 쥐어짜 일정을 소화해 볼까나. 


영수네에 들러 팔찌를 만들어볼까 들렀다가, 선풍기가 터덜터덜 돌아가는 공간에 한 시간 반을 앉아 뭔가를 열중하고 싶지 않았다. 





친절했던 영수 아저씨





고민 끝에 저렴하게 바라나시 자석과 엽서만 사고 다시 길로... 길로...





영수네 : 바라나시 자석 50 INR / 엽서 10 INR *3 (1300원)











영수네 가게

D-21/1, Bangali Tola, Varanasi, Uttar Pradesh 221001 인도




좁은 골목길을 헤매며 <철수네>에 가서 둘러보고 (점심시간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고 나왔다), 


갈 길을 잃고 고민 끝에 더위를 피해 <온도 카페>에 갔다. 


에어컨이 있는 카페라는 말에 고민 없이 향한 곳. 


바라나시에서 그나마 제일 쾌적하고 깨끗한 공간이었지만,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소똥에 예민하신 남편분은 소똥 지뢰밭인 길을 걸으며 너무 괴로워했다. 


유독 소똥(!)이 많은 듯했다. 


중간에 소들을 지나기도 했는데, '이게 맞나' '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부족한 잠, 무더위, 피로에 넉다운된 우리.


온도 카페에서 뻗어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온도카페(Ondo Cafe)  : 팬케이크 135 INR /  커피 120 INR /  물 25 INR -> 280 INR ( 4500원)











Ondo Cafe (mong cafe)

Ganga Mahal, D-25/2-y varanasi in haweli-, Pandey Ghat, Varanasi, Uttar Pradesh 221001 인도




 라씨가 유명한 바라나시에서 라씨 마니아인 내가 이를 지나칠 순 없지.


많은 라씨집 중에 <바바라씨>를 택했다. 




자이푸르의 라씨왈라는 현지식이라 애들이 거부하고 안 먹었던 경험이 있는데(물론 나는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아이들 거까지 다 먹고 배탈이 나긴 했지만) 바바라씨는 인도에서 마셨던 라씨 중 단연 최고!







과일 플레인 라씨





만드는 과정도 믿을 만했고(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고 바로 킵) 맛도 훌륭..


플레인 라씨도 훌륭했지만 기왕이면, 과일 플레인 라씨로 특별히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바바라씨(BABA LASSI) : 플레인 라씨 50 INR /  과일 플레인 라씨 70 INR -> 120 INR (2000원)











Baba Lassi

D, 21/27, Bangali Tola Rd, near Spicy Bites, Munshi Ghat, Bangali Tola, Varanasi, Uttar Pradesh 221001 인도




드디어 우리 바라나시 일정의 하이라이트! 


해 지는 시각에 매일 다샤스와메드 가트(Dasaswamedh  Ghat)에서 행해지는 아르띠 뿌자(Arti Pooja)


6시 무렵부터 가트로 움직이기 시작해, 사람들을 비집고 6시 반 경 가트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바라나시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한 곳으로 모여들었나 보다. 




해 질 녘 어슴푸레한 어둠과 함께 시작된 뿌자. 


강가에 모든 보트들이 다샤스와메드 가트 주위로 몰려들어왔고,  육지와 강 구별 없이 사람들로 발디들 틈 없었다. 


뿌자 자체가 강가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이라 그런지 강을 바라보며 의식을 치렀다. 





뒷모습만 봤던 뿌자 행사





사실상 vip 좌석은 가트가 아닌, 보트 위! 


우리 자리에선 뒷모습 밖에 볼 수 없었다. 






다사시와메드 가트

Dashashwamedh Ghat Rd, Ghats of Varanasi, Godowlia, Varanasi, Uttar Pradesh 221001 인도




7시 반까지 무더위 속에서 자리를 지키며 뿌자를 보다가, 끝을 보지 못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10시 반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그 누가 알았던가. 


진짜 고생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음을....


가트를 빠져나와 우버를 타고 공항을 가고자 한 우리의 계획은 길을 나섬과 동시에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수많은 인파와 차들. 


내가 우버를 불러도 그 우버를 만날 수 없는 현실....




바라나시의 도로는 이상하다. 메인 로드가 끝없이 이어져서, 중간에 빠져나갈 곳이 없다. 


우리는 차도와 차도가 만나는 곳, 그나마 우버를 만날 수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


무려........ 한 시간을........ 차도를 걸었다. 




여전한 더위.


엄청난 소음. 


밀려들어오는 차들. 


차도 한편을 조심스레, 빠르게 건너며 언젠가 나올 교차로를 위해 걷고, 걷고, 또 걷는 시간들...




간신히 우버를 타고 공항에 가며 


그 시간들이 끝났음에 감사했다. 




극한 시간 속에서 감사했던 건, 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걷고 또 걸으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어하고, 얼마나 짜증을 냈을까.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애들까지 챙기며 난 또 얼마나 더 소진되었을까.




바라나시에서의 24시간은 마치 특별한 시공간인 것처럼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극한의 더위와 졸음, 엄청난 인파와 무질서, 삶과 죽음의 경계. 




그곳에서 나는 길을 잃은 것인가. 


나만의 길을 찾은 것인가. 




어쨌든 나는 나의 구르가온 일상으로 돌아왔고, 인도지만 바라나시보다는 더 평화롭고, 조금은 더 질서 정연한 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글쎄, 다시 바라나시를 갈 기회가 있을까. 


살면서 한 여행 중에 바라나시를 가장 힘들어했던 남편이 넌지시 말을 건넨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면, 그때는 아이들과 함께 가자고...


 





우버 : 가트 -> 바라나시 공항 647.5 INR (10,300원 ) 




           델리 공항 -> 집 615 INR  (9,800 원 )










24시간의 짧지만 길었던 우리의 바라나시 여행은 구르가온 집에 도착하며 막을 내렸다. 


배터리가 다 닳아버린 우리의 휴대폰. 


공항에서 처음 잡아보는 우버, 


오지 않는 우버 기사...




공항에서 한참을 헤매다 겨우 겨우 도착한 우리 집...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었던 파란만장 여행기였다. 





1박 2일(24시간) 바라나시 여행 경비 (2인) 숙소, 델리-바라나시 항공권 포함

                                                                     : 19357.28 INR ( 30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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