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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Nov 17. 2024

[오만 4] 오만 여행의 클라이맥스-와디샤브+비마싱크홀

wadi shab + bimmah sinkhole

사막에서 오래 지체할 수가 없었다. 

다음 일정이 바로 와디샤브였던 것!!!


내가 이번 여행 일정을 짜며 제일 기대했고, 아이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던 계곡 트레킹.

모험과 신비의 나라, 계곡 트레킹이 가능한 와디 샤브로 달려가보자.

차 타고 스쳐 지나간 멋진 건축물

와디 샤브를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wadi shab bridge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달리던 도로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아래로 내려가면 다리 밑 차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곳에 도착한다. 


오만 도로를 달리면 계속 '와디'라는 지명을 접할 수 있다. 

와디(wadi)는 평소에는 물이 흐리지 않다가 큰 비가 내릴 때에만 일시적으로 물이 흐르는 건곡(乾谷)을 뜻한다. 아랍어권 지명에 주로 쓰인다고 한다. 


몇 시간 동안 걸으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바위 트레킹,

와디를 따라 흐르는 깨끗한 물에서의 수영, 

그 목적지 끝에 머리만 빠져나갈 곳을 지나면 나오는 폭포 등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와디 샤브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오만의 그 많은 유럽, 서양인들이 다 여기 있구나 싶을 정도로 수많은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와디샤브의 끝까지 갈 각오였기에 숙소에서 출발할 때부터 수영복을 챙겨 입고 갔다. 

래시가드였기에 땡볕 트레킹에서 햇빛도 막아주고, 땀도 금방 식고, 수영을 앞두고 갈아입을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은 선택이었다. 

다만 운동화와 슬리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슬리퍼를 신고 트레킹을 했던 것이 큰 실수!

(이 트레킹을 위해 온 가족 운동화를 챙겨갔건만~)

트레킹 끝에 수영을 하면 운동화를 챙겨가는 게 힘든 일이 될 거 같아서, 시작부터 슬리퍼를 신고 바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수영을 앞둔 곳!! 

즉 사람들이 모두 수영복으로 탈의를 하는 곳은 더 이상 길이 이어지기 않기 때문에 그냥 한쪽 구석에 운동화를 놔두면 된다. 

사람들은 온갖 짐을 다 놓고 가볍게 방수팩에 간단히 짐을 챙겨 수영을 하더라. 

우리는 그래도 걱정된다고, 방수팩 두 개에 짐을 구겨 넣고 수영하느라 나름 불편했다. 


자, 정리해 보면

와디 샤브를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트레킹을 위한 운동화 필수!

수영을 위해 수영복 필수, 아쿠아슈즈 추천(발이 닿는 곳에 바위, 돌들을 밟기 힘들다면/ 발 지압에 취약한 사람은 필수) 암링 필수(구명조끼 입은 단체 관광객들도 꽤 있었다. 다만 짐 챙길 때 좀 번거롭고, 트레킹 할 때 입고 다니기 덥고, 들고 다니면 짐이 되니까~. 암링이 딱 적합하다. 수영 못하는 나도 암링을 한 덕분에 발이 안 닿는 곳에서 겁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에선 물살이 세고 수영만으로 몸을 지탱하기에 힘이 드니,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암링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바위 트레킹을 위해 운동화 필수

4시간 코스의 트레킹이니 물과 먹거리 준비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면 가벼운 수건 정도...

왕복 뱃값 1 OMR 도 현금으로 챙겨야 한다.(어린이 무료)


떠나기 전 준비물들을 잘 챙겼다면, 다시 와디샤브로 돌아와 한 발 내디뎌보자. 

와디 샤브 다리
이 표지판이 바로 출발지!!!

다리가 보이고, 차들이 길을 따라 주차되어 있다면 제대로 와디샤브를 찾아온 게 맞다.

준비물들을 잘 챙겨 성큼성큼 다리 밑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반가운 한국어

와디샤브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적어놓은 안내판에 한국어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안내판에 적혀있는 '곽다영'님께서 번역하시고, 자기 이름을 새기고 싶었나 보다. 

자기 이름을 어디든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은 여기서도 발현된 것인가.

안내판에 어울리지 않는 한국인의 이름 석자가 웃음을 준다. 


환전이 꼭 필요했던 이유가 바로 이 왕복 뱃값이 현금 1리알 이었기 때문이다. 

서양인 단체 관광객 틈바구니에 앉아 우리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잠깐이지만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 


서양인 단체 관광객들은 오만 가이드를 따라 이동했다. 

가이드가 필요할까 여행 전 고민하기도 했지만, 뭐 역사 유적지도 아니고 특별히 설명해 줄 것도 아닌데 굳이 가이드가 필요할까 싶어 용감하게 우리 가족끼리 길을 나섰는데 다행히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와디샤브는 길이 하나다. 

헤맬 곳도 없고, 그저 앞으로만 계속 걸어가면 된다. 

길이 없어지는 곳에서는 수영을 하면서 계속 나아가면 된다. 

마지막 터치 포인트를 찍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어지면 다시 길을 돌아 출발지로 돌아오면 된다. 






땡볕을 내내 걷는대도 아들들이 불평불만이 없다.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자연경관에 압도되기도 하고, 바위와 절벽을 따라 걷는 길이 흥미진진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앞으로 묵묵히 걷는 아들들을 보며 새삼 깨달은 바가 있다. 

목적지가 있는 트레킹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그 성취를 위해 더위와 피곤은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게 바로 남자구나...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 같다는 아이들은 더위와 갈증, 슬리퍼 안에서 발이 미끄러지며 불편한 상황, 배고픔들을 견뎌내며 트레킹을 해냈다. 


걷다, 걷다 길이 없어지는 지점에서 다들 수영복으로 환복을 하고 고민 없이 물로 뛰어든다. 


차라리 시원한 물 안이 더 낫긴 하지만, 

어디까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모르는 낯선 물길을 따라 수영하는 게 결코 쉽진 않다. 

(더구나 나는 수영할 줄도 모른다고...)

곳곳에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도 있고, 바위로 미끄러운 곳들도 있다. 

걱정과는 달리 초등 아이들이 곧잘 앞으로 앞으로 수영을 해서 잘 나아갔다. 


물은 너무나 깨끗하다. 

자연 수영장에서 헤엄치는 이 순간순간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가족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며 수영하는 데 

잘할 수 있다고 의지를 함께 다지기도 하고, 서로를 챙기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수영을 시작했다면,

수영으로 길이 끝나는 곳, 바위틈에 머리통 하나만 빠져나갈 법한 구멍이 하나 나온다. 

사람들이 차례차례 기다려 머리를 바위틈에 맞춰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면 엄청난 물살의 작은 물 웅덩이 같은 곳을 만나게 된다. 


작은 폭포에서 물이 계속 쏟아져 나와 물살이 제법 세다. 

몸을 지탱하기가 힘들어 다들 힘겹게 바위에 매달려 있는지라 남편한테 아이들을 좀 챙겨달라고 부탁하는 찰나

남편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덜덜 떨며, 불안해 보이는 그가 말하길 다들 조심스레 통과하는 바위틈을 자기 딴에는 잘해보겠다고 잠수를 했다가 어깨가 좁은 바위틈에 껴서 물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이제껏 짜증 한 번 없던 아들은 

제법 지치기도 했고, 목적지에 다 달았다고 생각했는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여기가 끝이면 서둘러 돌아가자고 울컥 화를 낸다. 


조심스레 바위틈을 지나 다시 돌아와 너른 바위 위에 앉아 숨을 돌린다. 

그 와중에 폭포 웅덩이에서 발견한 밧줄을 못 올라간 게 아쉬운 남편과 작은 아들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기어코 이 길의 끝을 찍고 궁금증을 해결하곤 돌아왔다. 


다시금 수영으로 돌아가는 길.

어린아이들이 체력이 고갈되었는지 힘들다며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 

다행히 짜증이나 포기로 이어지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북돋아주며 다행히 잘 돌아올 수 있었다. 


걸어서 돌아가는 길은 젖은 수영복을 말리며 덥지 않아 견딜만했다. 

다만 엄청난 갈증과 배고픔이 우리를 엄습했을 뿐...




우리가 해냈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바위 트레킹과 수영, 처음 가본 미지의 세계 탐험을 마치 인디아나 존스가 된 마냥 호기심을 갖고, 용기 있게 맞서서 끝까지 이뤄낸 것이다. 


성취감과 자부심보다는 당장의 배고픔이 엄청난 고통이었다. 

역시 사람은 원초적인 동물이었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는 아이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편의점만 두 차례 털기...


이렇게 탄산음료가 시원하고 맛있을 일인가...

갈증을 해소하고 또 식당을 찾았건만 결국 못 찾고 다시 찾은 큰 편의점.


오만 컵라면과 빵, 과자, 물, 음료

끊임없이 계산하며 먹어대는 우리가 한적한 편의점 계산원의 평화를 깨고, 포스기 소리가 경쾌히 공간을 메운다.


고된 일정이었는지 아이들이 피곤을 호소하고, 미열도 좀 있다. 

숙소로 서둘러 가려는데, 비마 싱크홀을 놓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일정을 강행한다. 

주유소 옆 오만 편의점

비마 싱크홀(bimmah sinkhole)은 현지 표지판으로는 hawiyat najm park로 표기되어 있다. 

와디 샤브에서 30분 거리로 가까이 있다. 

비마 싱크홀 입구

와디 샤브에선 주로 서양인들을 만났다면, 비마 싱크홀은 오만 현지인들의 인기 여행지인 듯 오만인들이 꽤 많았다. 

공원의 조경을 제법 잘 꾸며놓았다. 

계단을 내려가면 엄청 큰 웅덩이의 짭조름한 물과 그 안에 수많은 닥터피시들이 우리를 반긴다. 

바닷물이 어디에서 흘러오는 것일까. 

짭조름한 물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망중한을 즐기며 수영하는 와중에

사람들이 수영보다는 물가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광경이 의아했다. 

알고 보니 물가에 닥터피시들이 많고, 손과 발을 내어주며 천연 관리받는 중이었던 것이다. 


우리 또한 수영을 즐기다, 물가에 가만히 앉아(움직이면 닥터피시가 잘 오질 않는다.) 뽀뽀를 하는 듯 몸을 간지럽히는 닥터피시들에게 내 몸을 맡긴다. 


비마 싱크홀에는 탈의실이 없다. 

수영복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 대충 닦고 차를 탈지, 우리처럼 화장실에서 후다닥 옷으로 갈아입고 차를 탈지 잘 결정해야 한다. 


드디어 돌아 돌아 다시 우리의 오만 도착지이자, 이번 여행의 출발지였던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너무 과하게 놀았던가.

어느덧 날이 저물어 밤이 되었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시간은 늦었고 

그저 포근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 


나가고 싶지도 않지만, 낯선 곳에서 배달을 어떻게 할지 알 길이 없기에 

한참을 뭘 먹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애비뉴몰을 찾았다. 


KFC 햄버거, 피자헛 피자를 고른 아이들과 달리 

중동식에 도전한 부부.

SHIRAZI 중동식당 앞에서 메뉴판을 보고 한참 고민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행인이 다가와 메뉴를 추천해 준다. 


KEBAB MIX with tandoori bread 3.481 OMR (12,000원)

양이 꽤 많다. 빵을 뜯어 고기와 야채와 후무스를 함께 싸 먹는 음식 맛이 꽤 괜찮다. 

좋아! 내일은 무스카트에서 현지 식당에 가서 온 가족 다 같이 오만 음식에 도전해 보겠어!


피곤에 지친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숙소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그 작은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의욕도 없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피곤한 와중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생겼는데, 그 누구도 서로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열쇠는 어딘가에 있을 거야, 괜찮을 거야 생각하며 각자 열쇠를 찾기 바빴다는 것이다. 

힘들면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웃으며 내가 잃어버리지 않았다. 아빠한테 줬다. 아니다. 내가 안 받았다... 대화하며 각자 기억을 더듬을 뿐이었다. 


쓰레기통을 3번 뒤지고, 빨랫감을 뒤집어 작은 열쇠를 찾는 수고를 하면서도 아빠와 아들이 서로를 원망하지 않고 이 상황을 잘 지나가는 것에 감사했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열쇠가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 어딘가에 있겠지.

내일 일어나서 다시금 찾아보자. 


그렇게 다 같이 자정이 가까운 시각.... 잠이 들었다. 



[숙소. 아고다. Muscat Oasis Residendes. 22.83 OMR/ 82,500원 ]


무스카트는 오만 수도인 만큼 숙소 선택지가 다양하다. 

다들 유명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듯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특성상 방을 2개 빌려야 하는 우리는 숙소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에어비앤비 형태를 선호하는 내게 딱 눈에 띈 레지던스 숙박.

방 2개에 화장실 2개, 큰 거실, 주방, 

세탁기가 있어 빨래 한 판 돌리는 것도 가능했고, 주방 냉장고에 식료품 보관해서 한 끼 해먹기도 편했다. 

우리 숙소 입구

편히 잘 자고 다음날 아침 부부만 레지던스를 둘러봤다. 

고급 주택가인 듯, 꽤 큰 수영장이 2개나 있다. 

잘 정돈된 레지던스. 

시내에 위치해 애비뉴몰도 가깝고, 수영장도 있고, 숙소도 꽤 깨끗해 만족도가 높았다. 



핼러윈 장식을 해놓은 집

호캉스도 즐겁겠지만

다양한 숙소 형태를 탐험하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덕분에 오만 사람들의 일상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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