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나에게 온다-
가을이 깊어 홍시가 익을 때
붉은 볼을 가진 그가 서설처럼
나에게 온다
어둠의 시간을 건너와 내 중지를 잡고
작은 입술에 가져다 무는
놀라운 기적이
나에게 온다
먼지처럼 피곤이 쌓이고
삶이, 웃음이 그 빛을 갖지 못할 때
까르르까르르 소리 내고 눈 맞추며
나에게 온다
일상이 때 묻은 빨래처럼 던져져
새로움을 잃어갈 때
새벽별빛처럼 까만 눈동자의 네가
나에게 온다
감자튀김보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바이올린보다 첼로를 더 좋아하는
웃음도 눈물이 많아 나를 아프게 하는
기쁨도 아픔도 함께 주어 가슴 벅차게 하는
그런 아이가
기적처럼 나에게 온다
사랑하는 딸 예지의 24번째 생일에
아빠의 마음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