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기분이 들면서 눈이 번쩍 떠졌다.
‘지금이 몇 시지?’
핸드폰 화면을 두 번 두드리자 ‘11:13 pm’이 보인다.
그 순간 휴게실로 공부하러 나갔던 예빈이가 열람실 문을 휙 열고 허겁지겁 내 자리로 온다. 잠에서 덜 깨 분명한 상황파악은 안 됐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빠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11시였고 지금은 11시 13분이다.
‘어떡하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머리를 굴리며 짐을 후다닥 챙겨본다. 예빈이는 우리 엄마에게서 온 문자를 보여준다.
‘예빈아 서연이 독서실에 있어? 아빠가 마중 한참 전에 나갔는데 안 오네. 서연이 아빠는 핸드폰 안 가지고 나가고. 서연이는 연락 안 보고.’
그 순간 아까 시간에 꽂혀 미처 보지 못했던 엄마의 문자들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예빈이는 입모양으로 ‘빨리, 빨리’를 만들며 내 책을 가방에 넣어준다. 꿈이길 바라면서 내 이마라도 쳐본다. 조용한 열람실에 ‘딱!’ 소리만 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퍼가 다 닫히지도 않은 가방을 대충 매고 나가 독서실 출구 센서에 지문을 찍는다.
“다시 시도하세요.”
오늘따라 지문인식이 잘 안 된다. 급한 마음에 엄지 손가락을 교복 셔츠에 닦아본다. 2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독서실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는 이미 독서실이 있는 층인 5층을 지나쳐 1층으로 내려가고 있다. ‘계단이 더 빠를까? 아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게 더 빠를까?’ 고민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언제 잠든 건지 기억을 되짚어보다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을 보고 얼굴을 확인한다. 혹시 엎드려 잔 자국이 생겼는지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눈이 조금 부은 거 말고는 없다. 그 순간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바로 아빠가 보인다. 이 순간을 어찌할지 고민하다 먼저 선수를 치기로 마음먹는다.
“집중하다가 시간을 못 봤어. 미안 아빠.”
아빠는 무표정으로 나를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가 내 손에 있는 가방을 움켜쥐듯 가져갔다.
“시간은 보면서 해라. 쫌. 피곤해죽겠고만.”
아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한마디 후 먼저 건물 밖으로 나갔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아빠를 따라갔다. 그리고 내 책가방을 매고 앞서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내일은 마중 나오지 말라고 하고 나 혼자 간다고 해야겠다... 대학만 가면 다 사실대로 말할게. 고3이니까 봐줘! 아빠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