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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5. 2024

물고기가 자살했다

수필: 우리집 물고기의 탈출과 그 숨막히는 죽음

우리는 3쌍의 구피를 키웠다. 하나같이 밥을 많이 주고 무럭무럭 자라라며 예쁘게 키웠다. 그런데 하나둘씩 시체들이 둥둥 위로 떠올랐고, 죽음을 맞이했다. 물갈이도 잘해주었고, 살 곳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청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마리씩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잔해들—새우들에게 물어뜯겨서 뼈만 남은 채로 시체가 물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시체를 보고 기겁했지만, 자연의 섭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땅에 묻어주었다. 휴지 3장에 곱게 싸서 자연의 먹잇감이 되라며 뒷산에 묻어주었다. 그의 영혼이 어디로 흘러 다시 환생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국 그들도 최후를 맞이했다.


며칠이 지나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어항 밖에서 탈출한 물고기의 시체를 발견했다. 물고기가 어항 밖의 세상이 궁금했는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시체는 통통한 암컷이었고, 아가미가 열린 채 죽어 있었다. 숨을 쉬기 위해 열성적으로 노력했지만, 공기에서는 숨을 쉴 수 없었던 그 물고기는 결국 세상과 이별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발레스네리아 사이에서 기이하게 죽은 물고기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헤엄을 멈추더니 새우들이 달라붙어 그 살갗을 발굴하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했다. 엄마와 나는 너무 징그러운 나머지 얼른 물고기에게 붙은 새우들을 쫓아냈지만, 새우들은 계속해서 붙어 먹으려 했다. 결국 물고기는 마지막으로 힘겨운 헤엄을 치더니 발레스네리아 사이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시체만큼은 내가 처리할 수 없었다. 물고기가 천장을 바라보고 둥둥 떠다니지 않았고, 그저 평온하게 잠들어버린 오필리아의 죽음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엄마와 나는 절대로 그 시체 앞에 다가설 수 없었고, 보다 못한 아빠가 그 시체를 처리해주었다.


물고기들은 그렇게 계속해서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내가 물갈이를 잘 못하는 것일까?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물고기의 윤회적 삶이 있다고 믿기를 바라며, 그들의 죽음을 추모한다. 인간의 죽음만이 죽음이 아니라는 것, 곁에 죽음은 언제나 함께 있다는 것을 되새기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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