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끄럽지 않은 하루가 되려면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아들
학교 가방이 자기 다리보다 무거워
질질 끌며 가는 한국의 6호선
삭막하다가도 들어오는
노인네들 한두 명
자주색과 오렌지색 족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귀금속으로 덮인 채 눈까지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목소리가 고요한 장내를 터뜨리고 만다.
"우리 아저씨는 고지혈증이라고 하더라"
침을 마구 쏟아내며 고르지 않은 치아
그 아주머니의 말씀이 노인네였는지 헷갈릴 정도다
전화가 전차를 집어삼킨 듯한 소란으로 이어지자
기침이 오가며 "선 넘지 말라"는 신호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지혈증이 뭐냐고?"
외치며 무거운 엉덩이를 불쑥 옆 칸으로 밀어넣어 앉는다
아들의 잠결을 깨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