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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Nov 24. 2024

브런치 하실래요?/
네네, 할래요!

차이 나는 클라스 – 초보라고 다 초보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라고

뭔가에 꽂히면 그것만 보이듯이

브런치 글쓰기에 꽂히니

신기하게도 브런치책과 만났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보다는

(또다시)

(아직은)

비교하고 절망감에 빠지고 

부러워한다. 또 졌다ㅠ

...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이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 보면 나아질 나와 내 글 솜씨를

기대하며 쓴다.




  내 친구 나루는 마흔 넘어 귀하게 얻은 반려카 캐요미를 위해, 살던 주택에 주차장 공사를 하고 어닝까지 설치했다. 어닝을 설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루에게 전화가 왔다. “카페에서 일할 때 어닝 써봤다고 했지? 그 어닝 수동으로 돌리는 그 막대기 알지? 그 작대기를 고리에 항시 걸어 두는 거야? 아님 따로 보관했다가 돌릴 때만 고리에 걸어서 쓰는 거야? 넌 어떻게 했었어? 주변 가게를 둘러봤는데 반반이야”, 카페에서 일을 안 한지 한참 지났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는 것과 말하는 것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막대기를 카페 구석에 비스듬히 세워 뒀다가 쓸 때만 고리에 걸어서 돌렸던 것 같아,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어닝 시공한 업체에 물어봐.”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빛과 눈비 등을 피하기 위해 설치하는 어닝, 위의 사진은 작대기(핸들)를 어닝 고리에 걸어두고 쓰는 경우이다.


  마침 산책 중이었던 나는 전화를 끊고 눈을 들어 주변 상가를 바라보았다. 정말 나루 말대로 핸들이 고리에 걸려 있는 어닝과 핸들 없이 고리만 보이는 경우가 섞여 있었다. 고리만 보이는 경우에는 과연 작대기는 어디에 두는지 궁금해서 주변을 살피기까지 했다. 빛과 눈비 등을 가려주는 천막인 어닝이라는 존재가 막연한 배경 속에 살고 있다가 갑자기 전경 속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늘 거기 있었어도 전혀 보이지 않다가, 전경으로 튀어나오니 온통 어닝 고리만 보였다. 아!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A에 꽂히면 세상이 온통 다 A다. 

지금 나에게 A는 무엇일까? 

현재 나의 뇌구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글쓰기? 브런치? 발행? 라이킷ㅋㅋ?




  인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 더 정확하게 말하면 “꽂힘”이 아닌가 한다. 글쓰기에 꽂히면 세상이 온통 다 글쓰기다. 예약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동네도서관에 갔다. 글쓰기에 꽂혀 있지 않았을 때는 도서를 대출하면 내용이 궁금해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 책을 읽고 내 맘에 드는 독후감을 쓸 수 있을까? 아니면 또 책 읽기라는 소비활동만 하고 생산은 못하게 될까?’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도서관 밖으로 빠져나오려던 순간, 출입문 옆 반납 트레이에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 하실래요』 글쓰기에 꽂히니 글쓰기와 관련된 것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시작한 나의 세포들! 1년 전에 같은 제목의 책을 봤더라면 아마 난 그냥 지나쳤겠지. 몰랐으니까 보이지 않았겠지. 보이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보아야만 하는 것들을 보게 되는 것일까? 하여튼 난 그렇게 『브런치 하실래요』를 알아보게 되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655733


1. 『브런치 하실래요』 읽기  감상 : 


  샤방샤방 책이 이쁘네, 

  브런치 초보인 나 같은 사람들에게 딱 필독서일 듯!


『브런치 하실래요』?!

  하아! 역시 제목이 중요하다.

  질문이라기 보담은 소개 및 권유의 뉘앙스가 풍기는 제목이다. 

  잘 지은 제목 밑엔 부제, 브런치가 아직도 늦은 아침 또는 이른 점심 식사인지 알고 있을 독자를 위해, 「출간을 망설이는 예비 작가를 위한 책 쓰기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책 쓰기를 하려면 브런치를 하시는 게 당신에게 이득’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타이틀이다. 저자 이름을 보고는 ‘내가 알던 사람 가운데 복 씨가 있었나.’라는 엉뚱한 생각도 잠깐 지나갔다. 표지를 포함한 책의 디자인이나 편집을 보았을 때 직관적으로 1인 또는 소규모 출판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책을 펼치기 전 겉표지로만 봤을 때 예상 독자층은, 주로 말랑말랑한 에세이를 쓰고 읽으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로 출간을 하고 싶은 30~40대의 여성인 느낌이다. 책 뒷면에서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아줌마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알려주겠으니 따라오라고 한다. 편집이나 디자인으로 봐서 초보의 향기가 나기 때문에 더욱 제목이나 첫 출간이라는 콘셉트에 잘 맞는다는 느낌도 든다.


2. 『브런치 하실래요』 읽는  감상 : 


  차이 나는 클래스를 실감하다.

  초보라고 다 같은 초보가 아니다ㅠ


  겉표지에서 한 장 넘겨 작가 소개 두둥! 일단 시작이 등단. 어, 등단? 아! 시작부터 초보와는 멀어지는 싸한 느낌이 조금 밀려왔다. 등단을 시작으로, 수상,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소설가의 삶... 오호 겉표지 느낌에 비해 내공이 상당한 작가님이네... 작가 소개를 뒤로 하고 목차를 거쳐 본문으로 갔다. 순서대로 맨 앞에 있는 ‘글쓰기 유전자’라는 소제목의 글을 읽었다. 작가는 글쓰기 유전자로 ①책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 ②몽상가적 기질, ③느긋함을 꼽았다. 


  이렇게 시작된 『브런치 하실래요』는 글쓰기, 책 쓰기, 출판하기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해 준다. 객관적인 자료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유용한 경험이 수필 형식으로 녹아 있어 편안하고 달달하게 읽힌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초보 작가라고 다 초보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나도 이렇게 나의 글쓰기를 이어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나도 작가님처럼 계속 글을 쓰고 책도 내고 싶다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브런치 하실래요』 본문 中, 나에게 씨앗이 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처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적은 수의 책일지라도 한 권 한 권 곰곰이 독서록을 작성했던 나는 상대적으로 일찍 변화를 체감한 셈이었다(20쪽),”


  아니 이런, 작가님은 처음부터 소비와 생산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글쓰기를 하고 계셨구나, 유명 광고카피처럼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법’이고, 게다가 올바른 출발점은 클라스의 차이를 더 하는 법이다. 나의 예견대로 작가님의 글쓰기 관련 클래스와 내공은 높고 단단했다. 가족들을 포함해서 등단한 문인이 많은 주변 환경, 각종 글짓기 대회에 응모하고 수상한 경험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 세상에 태어난 글과 책들. 초보에도 확연히 급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초보운전”이란 네 글자,


3일 전에 생애 첫 차 뽑아서 주차장에 모셔둔 사람도, 

한 달 동안 동네 마트까지만 운전해 본 사람도, 

100일 동안 복잡하고 험난한 출퇴근길에서 매일매일 운전한 사람도,

모두 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초보운전”을 붙일 수 있다. 



이전엔 미처 몰랐던 다채로운 초보의 급수여! 그냥 초보 되려면 아직도 멀었네ㅠ 


3. 『브런치 하실래요』 읽은  감상 : 


  숨길 수 없는 것들 - 

  사랑, 재채기 ... & ...

  글 솜씨!


  읽기 전 감상에서 책 표지를 보고 직관적으로 1인 출판사에서 발행한 도서가 아닐까라고 추측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글쓰기뿐만 아니라 책 쓰기 및 출판하기와 관련해서도 실제적인 경험치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브런치 하실래요』의 개정판을 낸 출판사 '세종마루'는 복일경 작가님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체인 듯하다. 생생한 찐초보인 내가 보기엔 더 이상 저얼대 초보가 아닌 복일경 작가님의 리얼 고군분투 『브런치 하실래요』를 다 읽은 후에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뜻을 품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역시나 꿈을 이루기 마련이구나! 글쓰기로 시작해서 책도 내고 현재는 출판사 사장님 겸 소설가로 활동하는 등, 꿈이 현실이 되는 삶을 진행형으로 살고 있는 작가님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사랑이나 재채기처럼 글 솜씨라는 것 역시 숨길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곳곳에서 숨길 수 없는 작가님의 글 솜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솜씨 좋은 사람이 실행까지 한다는 점에서 머리 좋은 학생의 열공이 연상됐다. 


솜씨 좋은 사람이 열심까지 더한다면
좋은 운을 만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지 않을까? 

  처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했다는 작가님의 글을 씨앗으로 심고, 나도 조금씩 나의 글쓰기를 정성스럽게 키워 보고 싶다. 무엇인가를 읽으면 읽은 활동에서 그치지 말고, 뭐라도 써 보는 시도를 이어 가야겠다. 잘 쓰는 사람, 많이 쓰는 사람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그 시간에 뭐라도 끄적이면 내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어 보자. 


다른 사람의 글 솜씨가

나의 글에 멋과 맛을 더해주는 씨앗이 되도록,

오늘도 심고,

심었으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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